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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_ MBTI는 거울인가, 방패인가?

변화와 생기 그리고 이병률

오늘의 질문


MBTI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가 2년 전인가 처음으로 검사를 했는데, 제 성격과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심심할 때마다 하고 있습니다. 10번을 넘게 해도 저는 INTJ-A로 나옵니다. '모든 일에 대해 계획을 세우며 상상력이 풍부한 전략가입니다.'라고 나오지만, 여섯 글자로 줄이면 '치밀한 몽상가'정도가 될 거 같습니다.


오늘 전동차(전동오토바이)로 출근하는데, 배터리가 25%와 방전 사이를 오가고 있었습니다. 4km 정도 남은 거리를 갈 수 있다고 마음먹음과 동시에 브레이크를 최소한으로 밟지 않고 갈 수 있는 길과 강이 흐르는 방향이라 내리막길일 거란 생각을 동시에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한 뒤 '진짜 ㅈㄹ INTJ 같아'라고 혼잣말했는데요. 최저 속도로 온 덕분에 도서관 개관 10분 전에 도착했지만, 도착했을 때 들어온 충전 표시등을 보며 나름의 만족을 했습니다.


어릴 때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눴다면, 요즘엔 조금 더 복잡해졌을 뿐,

나의 성향을 나타내는 지표가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는가, 아니면 모든 행동에 자기합리화시키는 면죄부나 방패 같은 것인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질문은 "MBTI는 거울인가, 방패인가?"입니다.

머무는 문장

 나는 내 후배들이, 친구들이 생기 있었으면 한다. 활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생기 없는 얼굴로 하루를 견디거나 날려버린다면 나는 아프다.  
 생기가 없다는 것은 고민이 없는 것이고, 의지가 없기에 생기조차 없는 거라고 나는 우기며 따지려 한다. 물론 한 방에 생기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사랑.
_이병률,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달, 2022), 264p.


시인님은 평범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난 자신의 피를 바꾸고 싶다고 했습니다. 여행은 피가 돌게 하는 일이라고 한 시인님을 올해 부모님보다 많이 뵙게 되었습니다. 질문을 쓰는데 머무는 문장으로 공유한 이 문장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요. 그전엔 메리 올리버가 말한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휘파람 부는 바람』,민승남 옮김, 마음산책, 2015)이라는 문장이 영향을 주었습니다.


'맹목'이란 말을 언제나 경계합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 저의 본업이지만, 언제나 '맹목'을 경계하란 말도 덧붙입니다. MBTI 이전에 친구가 '애니어그램'을 공부해서 대학생 때 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9번 유형 '중재자'가 나왔습니다. 나르시시스트에 가까운 '자기애' 넘치는 제가 '중재라'라는 유형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사회에서 맡은 여러 역할'로 '피'가 바뀌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타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제 인격의 원형 또한 이타적이진 않을 겁니다. 단지, 머무르기 싫고 바뀌고 싶은 욕망이 성격 등을 따라잡을 때가 있을 뿐.


'원래'로 시작하는 거의 모든 말을 싫어합니다.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변화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거 같거든요. 자연계에 속한 모든 것이 순환하지 않으면 썩습니다.


활기는 어렵더라도 생기 있는 주말 보내세요.

도서관은 오후 6시까지 개관합니다.


덧, '치밀한 몽상가'는 이방인 청소년들 가운데 '파친코' 이민진 작가와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도록 돕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저와 문학이란 이름으로 연결된다면 졸업 후에도 계속 문학의 길로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치밀하게', '몽상가답게'. '문학의 밤'의 '왕'이 보낸 공모전 산문집을 읽고 생각하느라 글이 길어졌습니다. 스무 살이 되면 '보호와 인도'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선택과 책임'의 비중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 이 사실을 잘 아는 청춘의 결정은 언제나 존중하고 존경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조언은 "부모님께 두 배로 효도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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