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다.
우리는 누가 더 행복한지가 아닌 누가 더 힘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나 너무 힘들어. 이에 대한 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너보다 훨씬 힘든 사람들이 많아. 왜 그렇게 나약하게 굴어?'라는 현실적인 조언과 '내가 너였더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 힘들면 쉬어도 돼. 힘내지 않아도 돼'라는 공감. 두 가지 모두 의미 있는 조언이므로 어느 것이 맞다고 정하긴 어렵다. 다만 상황에 따라 대상에 따라 적절히 조절해서 써야 한다.
과거 어느 순간, 내가 아는 모두가 내게 현실적인 조언들을 해주었던 적이 있다. 미안하지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조언들은 마치 넘어져 피가 나고 부어오른 상처에 약을 발라주기는 커녕 아파도 참으라며,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며 소독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꾹꾹 눌러대는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그 어떤 것보다 상처가 아물 시간이 필요했다. 그 어떤 말보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재 나의 경우는 확실히 무의미하게 징징대는 중이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면서, 그다지 힘들지 않으면서 괜히 힘든 척, 괜히 어려운 척 관심과 사랑을 구걸하고 있다. 왜 이렇게까지 약해진 걸까.
교수님께서 처음으로 수업 중 South Korea를 언급했다. 그냥 수많은 나라 중 하나로 말씀하신 것이었지만 난 그마저도 좋았다. 이 기쁨은 한 시간도 채 가지 않았다. 강의 중 한국과 일본의 지도를 함께 띄우셨다. 여기가 어디일까요?라는 질문에 독일인 학생은 일본이라 답했고 곧바로 맞았다며 도쿄 지도를 보여주셨고, 도쿄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였다.
또다시 일본인 학생은 손을 들어보라 하시며 내게 일본인이냐 물으셨다. 설움을 꾹꾹 누르며 한국인이라 답했다. 조금의 설명도 없을 거라면 대체 왜 지도를 함께 띄우신 건지, 분명 일본지도만큼이나 한국지도도 컸는데 이렇게 철저히 무시당했다는 것이 너무나 자존심 상했고 속상했다.
그럼에도 위로보다는 채찍질이 필요하다. 할퀴고 몰아붙여대는 이런 일들에 주저앉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힘들다고 징징거려봤자 들어줄 사람은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아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자꾸만 다리에 힘이 풀리는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