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예쁜 아가씨

아몬드 하나 먹어볼래요?

by 바라문디

“안녕, 예쁜 아가씨 맛있어요.”


한국인들은 아몬드를 아모온드 라고 발음한다며 씩 웃던 그 아저씨의 전략은 나에게 완벽히 통했다.

나도 내가 이렇게 쉬울 줄은 몰랐지.


수업이 끝나고 그냥 집으로 가려던 나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날이 너무 좋아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을 돌려 버스를 탔다. 오늘부터 3일 간 멜버른 시티에서는 프랑스 축제가 열린다고 했다. 일본 축제와는 또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기도 했고 오늘 가보고 좋으면 주말에 한 번 더 가보자 하는 마음에 정말 오랜만에 CBD로 향했다.

4시에 시작이라고 했지만 2시 반쯤 도착해 오랜만에 시내 구경도 했다. 날이 제법 쌀쌀해져 두터운 옷이 필요했고 H&M으로 들어가 보았는데 웬걸, 내가 한달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점퍼가 20달러 세일해서 40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단박에 계산을 했다.


새 점퍼를 들고 빙 돌아 구경하며 페더레이션스퀘어 앞,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갔다. 4시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상인들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크로와상을 살까 크레페를 살까 고민하던 중 아이스크림을 팔 것 같은 작은 가판대가 보였다 뭘까, 어떤 것을 팔까 궁금해 슬쩍 쳐다봤는데 아저씨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내게 말을 걸었다.


“먹어봐 하나 줄게 어디서 왔어?


한국에서 왔다는 내 말에 두명의 아저씨는 안녕~ 예쁜 아가씨라고 인사를 건넸다.

화장도 하지 않은 채 수업 마치고 무작정 온 나에게 예쁜 아가씨라니, 작업 멘트부터 배웠구나 싶어 웃음이 피식 나왔다. 한국에 와 본적이 있는지, 그런 말은 누구에게 배웠는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묻고 싶은 것 투성이였지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냥 지금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나 혼자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왜 크로와상도, 크레페도 아닌 마카다미아를 산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날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던 건지, 배가 고팠던 나에게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었던 건지, 쿠란다 마을에서 소현이와 마카다미아를 먹었던 추억이 떠올랐는지,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바로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네 너무 반가웠던 건지, 그것도 아니면 빈 말일 것이 뻔한 예쁜 아가씨라는 말이 듣기 좋았던 건지.


10달러, 간식으로 사 먹기에 조금 비쌌지만 난 사고 말았다. 끝까지 안녕 예쁜 아가씨라며 손을 흔들어주는 아저씨 때문에 입에 살짝 남은 설탕물이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맛 본 마카다미아는 아저씨가 건넸던 것만큼 맛있지 않았다.


그래, 어쩌면 내가 사고 싶었던 것은 마카다미아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보고 싶은 친구와의 추억, 허기를 채울 지금 당장의 달콤함, 한국에 대해선 쥐 똥만큼도 모르는 사람들 틈 속에서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 준 안녕이라는 그 한마디.


난 그런 것들이 필요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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