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다시 만나요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맨날 제 이야기를 독백처럼 중얼거리다가 말을 건네는 게 어색하긴 하지만 감사의 말을 남겨야 할 것 같아서요. 그동안 저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읽어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왜 뜬금없이 감사인사냐고요? 연말이기도 하고 드릴 말씀도 있어서요.
퇴고 없이 하고 싶은 말을 쭈욱 쓴 '여기 사람 있어요'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글을 잘 쓰지 못하지만 그저 같은 아픔이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버티는 사람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아플 때는 다 외롭고 혼자가 된 기분이니까요.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는 지경에는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소용없잖아요. 사무치게 외로워서 주변을 둘러보지만 말을 할수록 더 외로워지는 마음을 알기에 돕고 싶었어요. 홀로 어둠 속에 웅크리며 견디고 있는 사람들에게 혼자만 힘드신 건 아니라고 같이 부둥켜안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7년의 아픈 역사가 9개월 동안 31개의 글로 기록되었지요. 오락가락하는 허리 상태만큼 밝은 글은 아니었어요. 저마다의 사정으로 각자 삶도 힘드실 텐데, 기분 좋은 글들이 아니라서, 어두운 이야기라서, 때로는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저의 삶이었어요. 아직도 아픔에 허덕대고 있고, 재활은 바퀴 하나가 없는 세발자전거처럼 우당탕탕 진행 중입니다. 약속을 해도 잘 지키지 못해서 약속을 만들지 않으며, 회사에서는 단축근무를 하고 있어요. 아직 1인분이 아니고 0.888쯤일까? 정상과 평범에 길은 아직 들어서지 않은 듯 보입니다.
그래도 글을 쓰고 달라진 점이 있어요. 바로 미래를 생각한다는 거예요. 아픈 이후로 미래를 지우려고 애썼어요. 미래를 그려봤자 아파서 좌절하고 이루지 못할 거라고, 그럼 더 좌절할 것이니 아예 내 인생에서 꿈이라는 것을 삭제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안도감만이 유일한 행복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을 위해서 살았어요. 조금 나아진 지금도 그때처럼 매주 같은 삶을 살고 있어요. 휴일이든 크리스마스든 상관없이 시와 분까지 똑같이 알람을 맞추며 살아간답니다. 그럼에도 이제 이 삶이 감옥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꿈이 생겼거든요. 몸 때문에 절제하는 삶을 살았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더라고요. 똑같은 행동을 하지만 목적이 달라지니 이 생활이 갑갑하게만 느껴지지 않아요. 글을 쓰는 세계 안에서는 편안해요. 현실에서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시간에 상관없이 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그저 쓰는 사람이 꿈이에요. 작가라고 하면 부담되고 거창하지만 일주일에 한 개의 글을 매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이제 힘들었던 과거를 놓아주려고 합니다. 이 정도 매달렸으면 이제 헤어질 때가 된 것 같아요. 아직도 떠올리면 서러워지는 과거를 이 글에 묻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생각해보면 자아에 너무 집착했던 것 같아요. 과거와 현재, 미래의 나를 확고히 정해놓고 그게 아니면 스스로를 부정하고 허리를 미워했습니다. 이제는 이 모든 과정이 나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했던 제가 허리로 바뀐 낯섦은 싫어했던 모순을 받아들입니다. 이제 저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보다 더 바깥에 시선을 두고자 합니다. 억눌려있던 밝음을 글에서도 서서히 꺼내보려 합니다. 아직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제가 계속 쓰는 사람이 꿈이라고 하는 것도 부끄럽고 정말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앞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일단 한번 해보겠어요. 두 달간 정비하는 시간을 가진 뒤 2023년 3월 3일부터 매주 금요일 23시 59분에 연재를 재개하고자 합니다. 두 달의 시간이 허투루 쓰이지 않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다시 쓰러 돌아오겠습니다.
저와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구독자님께서 첫 댓글을 달아주셨을 때를 기억해요. 제가 처음으로 글을 썼던 이유와 그 의미를 이루어주신 분이세요. 허리 때문에 약속을 잘하지 않지만 매주 글을 기다린다고 하셔서 마음속으로 혼자 발행은 꼭 지키자고 약속했어요. 매번 글을 올리자마자 처음으로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구독자님이 같은 분인 거 알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모든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신 구독자님, 들렀다가 재미있게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도 감사드려요. 그동안 꾸준히 읽어주셨던 열 분의 구독자님께 감사드리며 2023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길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무통하며 평안하며 궁극적으로 자유로워지길 바랍니다. 내년에 다시 만나요.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