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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 이별 못한 이별

현실적 안녕

by 쿤스트캄

이별의 굴레 속에 살아가는 하루를 모아서 작업으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잘한 이별을 뭘까 못한 이별을 어땠을까 되뇌어 본다 이제는 잘한 이별이 못다 한 이별처럼 여겨지고 못한 이별이 되려 잘난 이별이 된 거 같아 지나갔지만 지나지 않은 시간을 격일로 부러워하면서 이따금 종종 그 시간에 갇힌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목소리도 쉰 채 마음은 갈기갈기 찢긴 채 높은 어조로 말을 일삼았던 스무고개 넘어 기개와 열정으로 가득했던 당신의 기지는 온 데 간데 사라진 지금이다 이제 낭만을 떠나 실존주의적으로 마침내 현실적 안녕을 고하고 있다 그래서 마음의 회복탄력성은 높아졌지만 신나는 안녕도 슬픈 안녕도 어려운 실정이다


막상 우리의 속마음은 여전하다 아마 십 년 전에도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었을 테고 십 년 후에도 이십 년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 덧나고 갈라진 피부처럼 윤기를 잃어버린 마음이 가련하다 초롱초롱 청사초롱처럼 빛나는 눈을 하고 토끼 귀를 하고 사랑을 미식하고 싶은데 미슐랭 원스타 맛집 가기보다도 어렵다


우리는 현실적 안녕을 넘어 낭만적 걸음동무도 같이 할 곰손이 같은 친구를 만나면 꼭 손잡겠노라 다짐한다 보고프고 귀고픈 그대여 나타나 주시게 오는 봄에는 꼬까삐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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