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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st Yul Sep 18. 2017

14. 드로잉, 갈증

일단 생각하다

나에게 미술시간은 노는 시간이었다. 수업시간에 미술보단 친구들이랑 장난치고 노는 체육시간 다음으로 유일한 시간이었다. 수행평가로 과제가 생기면 나는 친구들한테 '나 좀 그려줘' '나 이거 좀 해줘' 이렇게 도움을 받아 수행평가를 무사히 끝내곤 했다. 그리고 필기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시험기간에 미술책 몇 번 보는 것이 나의 학창 시절에 미술사이다. 고2 때 첨으로 내 짝꿍은 미대를 준비하는 친구였다. 교과서에 잠깐 그리는 낙서는 퀄은 나랑 차원이 달랐다. 나의 낙서는 고작 교과서에 스마일을 그리는 젇오였다. 그때 처음으로 '나도 잘 그렸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막연한 선망의 대상이었던 거 같다. 나에겐 그렇다. 그림이라는 것은. 


그랬던 내가 인연이 되어 디자인을 하고 있다. 디자인을 처음 시작할 때는 툴 익히느라 정신없게 1년을 넘게 보냈던 거 같다. 그렇게 정신없게 보내다가 제안 시안을 하기 위한 드래프안 등 작업을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캔버스에 표현하는 일이었다. 결국엔 아무리 아이디어 좋다고 하더라도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면서 설명해야 하는 일이어서 충분히 시각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했다. 고비가 생겼다. 비주얼을 표현하는 데서는 잼병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함께 디자인하는 친구들을 보니 다들 시각, 비주얼 전공자들이었다. 그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드로잉이 되는 친구들이었다. 내가 그 친구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기본적인 드로잉 실력이지 않을까 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술학원 등록을 하고 토요일 아침마다 홍대까지 가서 기초 드로잉을 배우기 시작했다. 선 그리기부터 명암 조절하는 거 까지 등 사과 그리기 원기둥 그리기 등 배우다 보니 눈으로 보는 것과 손으로 그리는 건 다르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렇게 그림에 재미를 원리를 알아가게 될 때쯤 철야와 주말출근이 잦아지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그 후 다시 배우진 못했다. 기회가 되면 배워야지 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 드로잉에 대한 나는 아직 더 배우고 싶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잠깐 배웠지만 확실한 건 나는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캔버스에 그려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단지 연필과 붓으로 그리지 않을 뿐이지 포토샵으로 이미지와 타이포 등으로 표현한다. 사실 내가 느낀 드로잉은 표현을 보다 더 능숙하게 잘 하기 위한 훈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상대적으로 비전공자들은 그런 훈련에선 부족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지금도 틈틈이 드로잉 수업을 찾아서 한다. 처음에는 필요로 인해서 배우기 시작했었다. (아직도 그림이 디자이너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좋아하는 화가도 생길 정도로 그림을 좋아하게 되었고, 볼 줄도 알게 되었다. 감히 제안하고 싶다. 비전공자 중 디자인을 시작하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드로잉을 배우는 게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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