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생각하다
'바지가 맞지 않아', '친구들 만나기도 싫어', '귀찮아 그냥 쉴래'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퇴사를 하기 전까지 했던 이야기다. 에이전시 다니는 동안엔 잦은 야근과 가끔 선물(?)같이 찾아오는 주말 출근 덕에 잠깐이라도 쉬는 날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자야 한다는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어쭙잖은 의무감으로 점점 나는 집순이가 되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내 피부 상태와 체력 상태를 보고 내가 너무 불쌍해졌다. 피부도 엉망이 되어가고, 계단 오르는 거 조차 힘들어졌다. (지하철 계단 정도) 살이 찐 거보다 금방 지치고 어떤 것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심각성을 느낀 찰나에 퇴사를 했고 바로 피부과 등록으로 했다. 헬스도 시작했다. 친구를 만나기 싫은 것도 피부도 몸도 엉망이 된 나에게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피부도 몸도 관리를 하다 보니 피폐해졌던 정신도 다시 돌아왔다. 자신감도 생기고 웃음도 많아졌다.
에이전시 다녀서 그래, 야근이 많아서 그래, 주말출근이 많아서 그래, 내가 너무 지쳐서 쉬고 싶어서 그래. 이런 이유로 나의 라이프가 엉망이 되었다고 탓하기 바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어쭙잖은 핑계, 나 스스로가 하는 합리화 같은 거였다. 충분히 쉬는 시간 틈틈이 나는 운동을 할 수 있었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몸에 안 좋았던 음식들을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다 하지 않았다. 나만의 이야기는 아닌 거 같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 보면 다 나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디자이너를 자기 생활이 너무 없어, 야근 철야가 많아서 운동 같은 거 할 수가 없어. 이런 핑계들. 그런 이유들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더 오래 일하기 힘들 거 같고 일을 해도 즐겁게 일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이 든다.
디자인한다고 어쭙잖은 핑계로 내 관리에 소홀하지 말자. 그건 나에게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지금은 느끼지 못하지만 1,2년만 지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