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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st Yul Oct 10. 2017

17. 결국, 말도 잘해야 한다.

일단 생각하다

'안녕하세요. 이번 디자인을 담당한 박유라 디자이너입니다.'

'지금부터 디자인 컨셉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LG G3 Microsite의 디자인을 제안할 때였다. 이 프로젝트가 내가 에이전시에 입사해서 첫 번째 프로젝트였던 거 같다. 입사하자마자 밤샘 작업을 했던 거라 잊히지도 않는다. 제품을 소개하고 각 기능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통해 메인 디자인과 서브페이지 디자인이 제작되었다. 잠과 사투를 치르면서, 드디어 시안 작업이 끝이 보이나 싶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러나 선임들은 그다음이 더 바빴다. (집에 보내줘 라는 혼자만의 외침은 계속되고 있었다) 클라이언트에게 유리한 디자인을 설명할 수 있는 자료들을 만들었다. 우리의 디자인이 더 설득력이 있을 수 있도록, 우리의 디자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 후 디자인을 출력해서 보드에 붙여서 프레젠테이션 장소에 가셨다. 이게 일단락 끝이었다. 선임들은 디자인이 완성이 되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우리가 한 디자인에 살을 붙인 거였다. 말로. 클라이언트의 눈도 귀가 다 사로잡아야 한다는 거였다. 내가 한 디자인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클라이언트가 솔깃하게 해야 했다. 디자인도 말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디자인만 하다 보면 눈과 손 스킬이 좋아지는 걸 느끼게 된다. 대신 말을 잘 하는 기술은 쇠퇴한다. 말보단 듣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면 내 디자인을 말로 설명하는 것이 어색해진다. 예전엔 말 잘했었는데 왜 이렇게 말을 못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 말이다. 최근에 회사 앱 아이콘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안을 제작하고 나도 선임들이 한 거처럼 디자인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메모장에 적으면서 정리를 했다. 왜 이런 컨셉으로 했고, 어떤 의미가 있고 우리 회사와의 관계까지 생각했다. 디자인을 설명하기 위한 간략한 PPT 문서와 설명할 수 있는 글을 들고 회의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준비했던 나의 디자인 이야기를 했다. 직원들도 설명자료를 보면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하기 쉽고 좋아했다. 회의 결과는 좋았다.





디자이너는 디자인도 잘해야 하지만, 클라이언트에게 말로 나의 디자인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결국엔 디자이너는 말도 잘해야 한다. 클라이언트가 있는 작업물을 하는 디자이너라면 그리고 팔아야 하는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라면 나의 디자인이 돋보일 수 있는 말주변이 있어야 하는 거 같다.


' 아 정말 디자이너 할 것도 많고 잘 해야 하는 것이 많다. 디자이너야 말로 만능이어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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