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nst Yul Oct 16. 2017

18. 인정, 그리고

일단 생각하다

어렸을 때부터 일기 쓰는 걸 좋아했었다. (그러는 거치곤 글을 왜 잘 못쓰는지 모르겠다) 나의 이야기를 남기는 것도 좋지만, 몇 년 후 아니 몇 달 후에 다시 그 글을 읽었을 때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나 일기를 쓸 때는 몰랐는데 다시 읽어보면 나의 내용은 반성과 희망이 섞여있다. 사실 희망보단 좌절, 반성과 고민들로 채워진 게 많다.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충고나 조언을 하면 난 잘 못 받아들이는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글을 읽다 보면 속으로 나는 문제를 나에게 찾고 고치려고 무단히 노력했던 나를 볼 수 있었다. 과거에 나는 고민들을 이겨내기 위해서 나름 꽤 선전하고 있었던 거 같다.(잘 지내 왔구나) 그뿐만 아니라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겁 없이 디자인으로 직업을 바꾸면서 들었던 생각, 디자인을 시작하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의 이야기도 있다. 무엇보다도 그림도 몰랐던 시각디자인의 시옷도 몰랐던 내가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어서 버거웠을 때마다 어떤 생각으로 이겨냈는지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가 적혀있다. 글들 중에 지금 읽어도 공감되는 글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3, 4년 전에 1년 차 디자이너일 때 고민이다.


인정.


출처. 2013년 어느 날. 네이버

내가 못한다는 거 나도 안다.  

내가 늦게 시작했다는 것도 안다.

내가 관련 전공과가 아닌 것도 안다.

내가 머리가 안 좋다는 것도 안다.

내가 센스가 없다는 것도 안다.

이렇게 인정하면 이렇게 인정하면

나에게 남는 게 멀까.

인정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면 다들 욕심이라고 한다.

저런 소리를 듣고 심각해지거나 생각을 하면 속 좁은 사람이 된다.

복잡하다. 여전히 나는.

잘할 수 있는 거라고 믿었던 나에게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면서 가야 할까?? 




이 글을 보니 디자이너로의 성장통 같은 걸 겪었구나 라고 생각이 든다.(이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내가 '부족하다고 안다'라고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그때는 내가 부족하다고 나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존심만 상해 었다. 쿨한 인정은 아니었지 싶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내가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스스로 채워가려고 하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구해서 배워가고 있다. (디자인의 배움을 끝이 없는 거 같다. 타인으로 인해서 채워지든, 스스로 채우든 부족함의 갈증은 없어지지 않는 거 같다. 이놈의 디자인이라는 것이)  누구나 이런 과정을 겪은 거 같다. 특히 처음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면 이런 생각을 누구나 하는 거 같다. 나만 못한다고 생각이 들고 이 길이 정말 나에게 맞는지 하는 생각들로 고통받을 때가 있다. 아마도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부족하다고 인정만 했던 거 아닐까. 그냥 머리로 인정했던 거라고 생각이 든다. 마음으로 인정하고 나를 볼 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들이 보일 거다. 나는 그랬던 거 같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내가 노력하는 만큼 대가도 바라게 된다. 그 대가는 빨리 잘 했으면 하는 생각일 거다. 그러나 성장하는 속도가 중요하기보단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빨리 보면 인정하고 어떻게 꾸준하게 잘 연차를 쌓아가야 하는 거 같다.  


 

작가의 이전글 17. 결국, 말도 잘해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