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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st Yul Feb 19. 2018

33. 해야한다. 중심잡기.

일단 생각하다

' 이것 좀 빨리 디자인해주세요 ' 

' 콘텐츠 기획이랑 정리해서 문서로 전달해주세요 '

' 그냥 디자인하시면 금방 될 거 같은데... 그렇지 않나요? '

' 말씀하시는 대로 그렇게 디자인이 뚝딱하고 나오는 게 아니라 저희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무작정 오셔서 구두로 전달해주시면 어렵습니다. ' 


요즘 회사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대화이다. 저런 식의 일이 오면 '그럼 네가 디자인해'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오른다. 이런 대화가 많아질수록 화가 난다. 그래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몇 번 디자인을 한 적이 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그리고 아차 싶었다. 어느 순간 나는 디자이너가 아닌 자료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컨텐츠와 기획의 의도를 무시한 채 별개로 본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시각적인 이야기를 와서 한 마디씩 던지고 간다. 처음엔 디자이너 시점에만 빠져있지 말고, 일반인 사람들이 피드백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다만, 그 정도와 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는 디자이너를 구한다. 그리고 디자인을 해달라고 요청을 한다. 그 이유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디자인 업무를 해야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것이 아닌가. 디자이너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몇 년을 그 디자인을 하고, 꽤 비싼 학비를 내고 시각 디자인이라는 과목을 배운다그러면서 점차 디자이너가 되어간다. 그렇게 디자이너 되어 컨텐츠의 의도를 파악하고 회의를 통해 기본을 지켜가면서 디자인을 하는데 그 외 사람들이 본인의 취향들을 쏟아낸다. 특히, 디자이너보다 높은 직급을 갖고 있는 상사들이 그런 식의 피드백을 주면 시간을 투자하면서 갈고 닦으면서 배웠던 내가 전문성을 갖춰졌다고 생각했는데, 컨텐츠에 대한 피드백이 아닌 말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디자인을 납득되지 않게 수정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저 사람의 도구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리고 나면 그 상사를 설득시키고더 하게 되면 약간의 언성을 높아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상황은 디자이너라면 자주 겪은 상황이지 않을까. 내가 만들어낸 디자인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그 누구보다 컨텐츠에 대해서 이해도 높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하는 작업물이기도 하지만 내가 만들어낸 디자인이 한 회사의 얼굴이 되어 회사의 이미지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도 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디자인은 보는 사람마다의 시각적인 포인트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떤 사람에겐 좋아보이는 부분이 어떤 사람에게는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은 괜찮은데 내일은 이상하다고 하는 경우도 이럴 때가 있다. 디자인은 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디자이너라면 내 생각엔 요즘 욕심을 부려야 할 부분과 타협할 부분을 정리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저런 상황이 생기면 욕심과 타협을 정리한다.  예를 들면 웹 사이트에서 폰트, 이미지 사이즈, 좌우 여백, 공통으로 사용되는 GUI의 위치 등 (등이라고 하지만 앞서 나열한 부분들이 내가 타협점에서 제외되는 것들이다)이다. 


디자인을 하고 웹 브라우저나 디바이스에서 보이는 콘텐츠가 디자인한 것과 다를 수 있고, 회사에서는 보는 이마다 개인 취향이 있어서 의견이 많아질 수 있다. 그럴 때 디자이너가 중간에서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이 흔들지 않게. 흔들어대는 사람이 많아도. 흔들지 않아야 부분이 무엇인지 디자이너가 잘 판단하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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