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보다
"요리야말로 창조적인 일 중에서 가장 사교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 대상, 즉 요리하게 될 식재료와 가장 친밀해질 수 있는 시간은 비로 혼자 있을 때이다."
킨포크라는 책에서 읽었던 글이다. 글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이 글을 읽고서 요리처럼 디자인 작업도 사교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요리에도 요리의 식재료가 있듯이 디자인도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디자인 재료들이 있다. 예를 들면 타이포, 사진, 그림, 레이아웃 등이다. 디자인을 하려면 이 재료들과 친밀해져야 한다. 친해지기 위해서는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하고, 그 시간은 오롯이 내가 이 재료들에 집중하고 특징을 활용하여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 파악하는 것이다. 요리 재료들을 소질 하는 것과 비슷한 단계이다. 잘 파악된 재료들로 디자인을 하고 나면 요리처럼 맛과 플레이팅으로 평가를 받는 일이 일어난다. 디자인이나 요리의 결과물들은 다른 이들의 공감을 받거나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요리는 그 주제에 맞게 플레이팅은 잘 되었는지처럼 디자인은 시각적으로 사람들을 매료되는가, 제공하려고 했던 정보들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이 잘되어 있는지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맛보고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다.
요즘 매스컴을 보면 요리사들이 출현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보다 보면 각자 요리사들만이 갖고 있는 재료 소질 맛을 내는 방법 등 자기들만의 색깔이나 공식들이 있어 보인다. 그 공식들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요리로 말하다는 느낌도 받고, 그 재료들을 가지고 논다는 생각까지 든다. 겉으론 화려하게 보이지만 그렇게까지 하기 위해 음식 재료들을 가지고 많은 연습 시간을 보냈을 모습이 상상이 된다. 그런 연습하는 동안 그들은 재료들을 특징들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을 것이고 친숙(?)해졌을 것이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나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연습을 해야 한다. 요리사들이 하나의 음식을 만들면서 연습하는 거처럼 디자인도 무언가를 만들면서 즉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스스로 피드백을 할 수 있기 때문인다. 그래서 나는 그 무언가를 한다면 본인의 이야기를 가지고 개인 책을 만들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개인 책의 주제는 휴가 이야기라든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든,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었다. 그 당시 만들었던 책은 많지 않았고 소책자 정도였다. 책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디자인 소스는 간간히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내가 느끼고 봤던 이야기를 쓰기 위한 텍스트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스를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예를 들면 사진의 크기, 형태 문장의 길이 등을 이해하고 프레임 안에 책으로 보일 수 있는 레이아웃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10장 정도의 책을 만들었고, 출력해서 직접 만들어보았다. 이런 시간을 갖고 나면 나도 모르게 폰트의 크기나, 사진과 텍스트의 긴장감이라든가, 집중도 등을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고 나의 스타일을 조금은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실, 디자인은 지금도 어렵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어려울 거 같다. 그렇지만 어려운 만큼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성취감(?)은 매력적이다. 디자인을 하면서 타이포를 잘 사용하는 것, 한 페이지에 보이는 요소들의 크기들의 조율, 사진의 배치 등을 한꺼번에 연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재료들을 이해하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이다. 디자이너는 소스들과 친해져야 좀 더 좋은 그리고 나 스스로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