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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st Yul Aug 07. 2018

나와 다른 디자이너

일단 해보다

[다름]이란 이해와 인정이라는 더 큰 요소가 뒷받침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는 외주 디자이너들과 협업이 많고, 자연스레 그들과 미팅도 많아졌다. 나는 지금 인하우스 디자이너 일하기 전에 에이전시에서 일 했기 때문에 팀원들과 손발을 맞춰봤고, 눈빛만 봐도 알 수 통하는 디자이너 동료들과 일을 많이 했었다. 그렇게 팀원들과 프로젝트를 했기 때문에 다른 회사나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일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일을 할 상황이 종종 생겼다. 그 의미는 인하우스 디자이너인 내가 디렉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디렉션은 후임들에게 하는 디렉션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디자이너이지만 한 회사의 대표하는 디자인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후임들과 일하는 것은 내가 그 배의 선장이 되어 키를 잡아주는 사람이지만 외주는 그렇지 않다. 어느 정도의 계약서와 계약금으로 엮여있고, 그로 인해 프로젝트의 책임도 져야 한다. 이런 이해관계 때문에 외주를 디렉션한다는 것은 어려운 디렉션이었다.디자인 배의 키를 잡고 있는 사람이 두 사람인 거 같았다. 회사가 원하는 방향을 잡은 키와 그 안에서 해석하고 움직여야 하는 키가 있는 거다. 이 두가지 키는 분명 다르지만 또는 경계는 애매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애매모호 함은 외주 디자이너와의 미팅을 하면 더 많이 느낀다. 그들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의견을 내놓는다. 그 때는 배의 키를 든다. 그들의 의견이 틀렸고,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 때이다. 그럴 땐 잘못되었고 틀렸다고 이야기를 한 후 미팅을 마무리한다. 자리에 돌아와서 미팅 내용을 정리하다보면 나의 의견이 개인 취향으로 말하진 않았나 라는 생각 들면서 그들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생각인데 내가 너무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의 의견만 고집한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을 포용하고 조율해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배를 잘 갈 수 있을 텐데 내가 인하우스이기 때문에 내가 회사를 대표하기 때문에 협의가 아니라 고집으로 배가 잘못 가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다음 미팅 때는 최대한 나와 다른 의견들을 회의 시간을 펼쳐놓았다. 누구의 의견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관련 생각과 의견을 조합을 한다. 그런 방법으로 의견을 조합을 하다 보면 어느 새 좋은 방향으로 흘러 결국엔 좋은 결과물을 얻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내 의견이 아니면 다른 디자이너의 의견으로 결론이 생길 때도 있다. 그래서 아직도 결정 순간에 고민이다) 이런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나와 다른 디자이너의 의견을 옳고 틀림이 아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의견을 이해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디자이너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다른 분야인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어렵다.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아마도 내가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디자이너를 알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어렵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또 다른 생각을 받아들여보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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