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당연한 소리를 큰 깨달음같이 썼음
일요일 아침, 오랜만에 갓생이나 살아볼까 하고 집을 나오는데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파랭이다.
네이비색이 섞인 바캉스풍 셔츠, 파란색 반바지에 파란색 컨버스다.
셔츠는 17년도 가을에 샀다. 당시 친구 결혼식으로 인도에 갔을 때 샀었고,
반바지와 컨버스는 2-3년 전 한국에서 복장이 자유로운 회사로 이직했을 때 샀던 것 같다.
예전부터 꾸준히 파란색을 참 좋아했나 보다.
(지금도 좋아하긴 함)
그리고 갑자기 든 뜬금없는 생각이 떠올랐는데 (N 75%)
패션은 과거의 내 선택에 대한 존중이자 책임
인 것 같다.
파란색 옷을 샀던 과거의 나의 선택을 존중하니까 계속 입고 있는 것이고 (존중 안 하면 버렸겠지)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니까 이렇게 입고 바깥으로 나가는 것 아닐까.
(억지로 책임지는 느낌이 아니라 샀으니까 옷장에 있는 것이고, 버리지 않고 마음에 드니까 입는 것이고,
입으니까 지금 이렇게 보이는 것에 대한 온전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것)
패션뿐만이 아니다. 현재 나는 3년 전 나의 고민과 선택의 결과라고 한다.
3년 전에 내가 읽은 책들, 어울렸던 사람들 등이 지금의 나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쳤고,
그런 생각으로 한 선택들 덕분에 난 지금의 환경에 있다.
그렇다고 현재의 행동을 하나하나 조심해서 실행에 대한 태도를 소심하게 가져가진 말자.
대신 이렇게 생각해 본다.
삶은 분명히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
3년 후의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을지를 떠올려보고, 그거에 맞춰 지금 선택을 해보자.
그리고 그냥 하자, 생각만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해보면 그 방향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최근에 옷을 샀다.
셔츠 스웨터지만 더운 날씨에 맞는 반팔이고 퀄리티도 좋아 보였고 운동을 하면 더 멋져 보일 핏이었다.
(솔직히 약간 지중해 졸부 느낌도 남)
가격이 싼 편은 아니지만 이제는 여러 벌 보다, 오래 입을 수 있고 트렌드를 많이 타지 않는 좋은 한 벌이 더 좋다.
어차피 입을 수 있는 몸뚱아리는 하나고 결국 손에 가는 옷만 더 입는 날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편한 진실이지만 비싸면 옷장에 접고 보관하는 태도부터 달라짐)
이걸 샀을 때 당시 나는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며 샀다.
"따뜻한 나라에서의 단정한 출근룩, 좀 까면(?) 해변룩"
3년 후 나는 과연 이 옷을 입고 있을까? 입고 있다면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그때 이 글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여러분들은 지금 입고 있는 패션은 언제 어디에서 무슨 생각으로 사셨는가?
그리고 현재 그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