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Nowadays
차트 상위권에 있는 곡을 보면 지금 대중이 어떤 정서와 분위기에 반응하는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흐름이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스트리밍 플랫폼 중심의 환경에서는 추천 알고리즘이 음악 선택을 크게 좌우한다. 알고리즘이 이미 선호도가 형성된 영역에서 곡을 제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이 반복 소비되는 경향이 생긴다. 이 현상이 취향을 완전히 고정시키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지만, 최소한 새로운 사운드보다 익숙한 질감의 음악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A&R이 요구받는 능력도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하는 사람’보다, 이미 형성된 트렌드를 자기 언어로 재해석하는 사람이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
최근 특히 크게 느껴지는 것은 무드 기반 리스닝의 성장이다. 요즘 리스너는 “지금 유행하는 장르가 무엇인지”보다 “내 일상에 지금 어떤 분위기가 필요하지”라는 기준으로 음악을 고른다. 스포티파이가 발표한 여러 리포트에서도 감정과 분위기가 선택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여기에는 또 다른 심리가 있다. 많은 사람이 음악을 들을 때 잠시라도 자기 삶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하려는 욕구가 있다. 스포티파이 리서치에서도 리스너가 가장 강하게 반응하는 지점이 바로 이런 ‘주인공 감정’을 느끼게끔 만드는 음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감정은 새로운 사운드보다 익숙한 분위기에서 더 쉽게 만들어진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구성, 이미 검증된 악기 질감, 안전한 정서가 리스너에게 더 빠르게 감정 몰입을 준다. 이 지점에서 음악이 서로 비슷해지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문제는 많은 A&R과 제작자들이 이 흐름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결국 발매되는 음악들이 너무 유사해졌다는 것이다. 트렌드를 해석하기보다 표면적 특징만 복사한 결과다. 이렇게 되면 공식이 먼저 느껴지고, 새로운 시도가 묻힌다.
그래서 나는 같은 트렌드를 보더라도 한 번 더 비틀어 보려고 한다. 표면에서 그치는 대신, 그 아래에서 움직이는 감정선과 확장 가능한 키워드를 찾으려 한다.
특히 K-POP이 글로벌 음악으로 더 성장하려면, 하나의 큰 식탁에 레게, 덥스텝, 하이퍼플립, 테크하우스, DnB, UK Garage, 뉴재즈 같은 다양한 장르가 함께 차려져야 한다고 본다. 사운드가 다양해질수록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범위도 넓어진다. 이런 다양성이 세대와 문화, 정서 간의 거리도 자연스럽게 좁힌다.
요즘 음악이 비슷하게 들리는 이유는 트렌드가 고여서가 아니다.
어쩌면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만 트렌드를 해석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음악은 여전히 어렵고, 그래서 더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