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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티스(CORTIS)가 카피캣? 흠... 그 정돈가?

CORTIS - ‘FaSHioN’

by Kurt


CORTIS - ‘FaSHioN’


CORTIS의 ‘Go’를 처음 들었을 때, 이 그룹은 힙합이라는 장르를 단순히 콘셉트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이해하고 체화한 팀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랩 실력도 준수했고, 무엇보다 무대와 인터뷰에서 발산되는 태도와 에너지가 힙합의 핵심 정서를 담고 있었다. 무엇을 흉내 내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멋을 구성하려는 의지가 분명했다.


실력과 감각이 함께 작동하니 자연히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FaSHioN’은 처음 듣자마자 생각나는 곡이 있었다.


Travis Scott의 ‘FE!N’.


특히 후렴의 짧은 음절 반복, 레이지 기반의 트랩 비트,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유사성이 감지되었고 꽤 많은 힙합 장르팬들이 “표절”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법했다.


하지만 힙합이라는 장르 특성상 사운드적 오마주에 관대한 편이고, 유행하는 사운드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므로 스타일이 겹치는 건 피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어떤 곡이 연상된다는 이유만으로 표절이라 단정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나는 ‘FaSHioN’을 악의적인 모방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 곡은 CORTIS가 힙합 문화에 얼마나 깊게 익숙한지를 보여준다.


‘패션’을 주제로 삼았지만 표현이 피상적이지 않았다.


내 티, five bucks, 바지는 만원
My vision 몇 억s, 몇 조s, Bezos
동묘, what's up? 홍대, what's up?
I make 'em famous, I call that, Fashion

자신이 멋을 낼 수 있는 현실적인 옷차림과 그 안에서 만들어낸 태도를 ‘FaSHioN’으로 정의한다. 단어의 발음조차 자기 식으로 비틀어버린다.


이런 디테일은 아이디어만으로는 만들기 어렵다. 자기 삶에 힙합을 녹여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표현이다.


“동묘, what's up? 홍대, what's up?” 같은 가사는 힙합의 Reppin' 문화를 K-POP 안에 자연스럽게 이식한 참신한 가사였다. 자기 생활권을 멋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인데, 이런 디테일은 무드 기반 리스닝이 익숙해진 음악 시장에서 더 신선하게 들렸다.


그리고 이 멋과 메시지를 퍼포먼스로 완성했다. ‘FaSHioN’ 안무는 가사와 맞물려 하나의 메시지로 응축되었고, 그들이 직접 작업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퍼포먼스는 단순히 외주 된 결과물이 아니라 자기표현의 연장선이었다.


물론 사운드 유사성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수용할 만하다.


‘FaSHioN’을 들었을 때 연상되는 곡이 명확했다는 사실은 창작자 입장에서 되돌아봐야 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곡 전체를 “카피”로 규정하는 건 곡의 뼈대와 태도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일이다.


CORTIS는 아직 신인이다. 하지만 무대와 음악에는 이미 창작자로서의 자각이 깔려 있고, 이 팀이 앞으로 어떤 세계를 펼칠지 기대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


‘FaSHioN’은 힙합팬들 사이에선 논란이 될 여지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HIPHOP과 K-POP이 만나는 지점에서 자기 방식으로 해석을 시도한 결과물이라고 보고 싶다.


결국 이 곡은 누군가의 그림자를 따라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을 증명하려는 첫 문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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