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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HIS가 7년 만에 꺼낸 ‘LIT’

JUSTHIS –〈LIT〉리뷰 by Kurt

by Kurt

"솔직함만 남고 나머지는 비어 있었다"

JUSTHIS - [LIT] -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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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디스 라는 래퍼에게 딱히 악감정은 없다. 테크니컬하게 랩을 잘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밀어붙이는 태도도 좋아한다. 논란을 끌고 다니는 이미지, 노선 바꾼 뱀새끼, 군대 같은 여러 문제들도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은 변할 수 있고, 아티스트라고 성직자처럼 올곧은 생각만 고수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본인이 음악을 녹음하는 그 순간에 진심인지, 그거 하나면 된다고 본다.


그래서 7년 만에 나온 그의 정규 앨범을 눌렀을 때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여러 곳에서 역작이라고 선언했고, “구리다고 하면 스스로 속이는 것”이라는 말까지 붙여가며 자신감 있게 내놨으니 더 집중해서 듣고 싶었다. 그런데 듣다 졸았다. 기대하면서 재생버튼을 눌렀는데 중간에 잠이 들었다는 사실이 먼저 충격이었고, 그 다음은 바로 실망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이번 앨범이 논란이 될만한 여지가 많다고 예고했다. 그래서 나는 음악적인 기대보다 오히려 가사적인 기대가 더 컸다. 내가 저스디스를 좋게 봤던 이유는 솔직함이었고, 그 솔직함을 기반으로 한 메시지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앨범이 실제로 던지는 이야기들은 익숙했다. 약에 빠진 래퍼들에 대한 고발, 본인이 싫어하는 래퍼의 가족사 디스, 그리고 자기 가족 이야기, 음악에 대한 본인의 진심 등. 이미 수없이 소비된 이야기들이고, 다른 래퍼들이 이미 하던 얘기들과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그 안에서 새롭거나 특별히 날카로운 지점은 거의 없었다.


그가 직접 목격했다는 점 말고는 충격적인 경험도 아니었고,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메시지에만 몰입한 느낌이 짙어졌고, 그 영향인지 라임 스키밍이 평소보다 덜 정교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스킬풀한 랩이 강점인 래퍼에게 이런 지점은 더 크게 거슬렸다.


그의 강점이 죽고 약점만 남는 구간들이 이어지면서 내 집중력도 더 떨어졌다. 결국 이 앨범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감정은 ‘솔직함’ 하나뿐이었고, 그 솔직함조차 더 이상 특별하게 작동하지 않았다.


물론 이 앨범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저스디스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열성팬이나, 그의 정규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골수 힙합 팬이라면 오히려 이런 매니악한 앨범을 반가워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명반은커녕 수작 반열에도 들지 못한다.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도 약했고, 가사적인 충격도 없었고, 서사적으로 몰입되는 흐름도 없었다.


이 앨범을 듣고 난 뒤 남은 건 한 가지 생각뿐이다. 저스디스는 랩은 잘하지만 음악은 잘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적어도 이번 앨범 이후로, 그가 다음에 어떤 정규를 내더라도 예전만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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