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K-POP이 위대하다고 느끼는 이유

K-POP을 음악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이유

by Kurt
bts-concert-with-members-on-the-stage-ugoy5cgvwromhuyf.jpg


나는 K-POP을 다수 작곡해온 작곡가에게서 “K-POP은 음악사적으로 큰 성취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건 K-POP을 ‘음악 그 자체’만으로 평가했을 때의 좁은 시각이다. 실제로 K-POP은 단지 장르를 넘어서, 음악 산업 전체의 구조와 소비 방식을 바꿔낸 가장 혁신적인 발견이다.


K-POP 팬덤 문화는 단순한 소비에서 적극적인 참여의 구조로 진화했다. 오늘날의 슈퍼팬은 단지 콘서트를 찾는 리스너가 아니라, 앨범을 굿즈처럼 수집하고, 아티스트의 브랜드화된 응원봉과 아이템으로 팬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표현한다.


이로 인해 음악산업의 수익 구조도 변했다. 수익이 단지 음원과 콘서트에 국한되지 않고, 앨범, 굿즈, 팬사인회, 글로벌 투어, 팬 소통 플랫폼 등으로 다각화된 매출 구조를 만들어냈다. K-POP은 이제 단순한 장르가 아니라, 팬과 함께 진화하는 음악 산업 시스템이자 브랜드가 되었다.


이 구조는 미국 음악 산업과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미국에서는 신인 아티스트가 주로 퍼블리싱 계약부터 시작하고, 시장성과 영향력이 검증되었을 때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반면 K-POP 시스템은 기획 단계부터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콘셉트를 디자인하고, 음악뿐 아니라 서사, 이미지, 팬 소통 구조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상태로 시장에 진입한다.


그 흐름은 이제 글로벌로 확산되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K-POP의 전략을 참고해 다중 앨범 발매, 팬 중심의 브랜딩, 슈퍼팬과의 정서적 연결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글로벌 음반 시장 속에서도 독보적인 건재함을 드러냈다.


이는 K-POP 산업 모델이 오늘날 음악 산업에서 메가히트를 만드는 새로운 메타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내가 정말로 K-POP을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관계성에 있다.


우리는 지금 알고리즘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을 찾아 나서기보다, 알고리즘이 반복해 들려주는 음악을 통해 취향을 정하고, 감상을 반복한다. 스트리밍은 겉보기에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공급되는 환경 속에서 관심은 분산되고, 브랜드는 약화된다.


이 구조 속에서 K-POP은 ‘음악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닌, 팬과 아티스트 간의 감정적 유대를 기반으로 콘텐츠가 하나의 세계관이자 팬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공간이 된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나는 K-POP을 이렇게 정의한다:


전 세계의 모든 청춘들이 동경하는 아이돌과 교감하며 함께 성장하고, 삶을 버텨낼 수 있도록 일상을 지탱해주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


The-Brief-History-of-Seth-Godin.jpg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가장 작은 유효 타깃을 기쁘게 만들어 그들이 스스로 전파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 Seth Godin

이 정의의 핵심은 Seth Godin이 말한 SVA (Smallest Viable Audience), 즉 ‘가장 작지만 진정한 팬’에게 집중하는 전략이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음악보다, 진심으로 사랑해줄 소수에게 깊이 닿는 콘텐츠가 결국 더 멀리 퍼진다는 이 논리를 K-POP은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팬은 콘텐츠를 자랑스럽게 공유하고, 추천하며, 새로운 팬을 끌어오는 전파자가 된다. 그러기에 음악 퀄리티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핵심 가치이며, 팬을 위한 다양한 장르적 실험과 사운드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K-POP의 음악은 아티스트가 팬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한 매개체다.

그 음악은 지금 세대가 겪는 불안, 고립, 정체성의 혼란을 꿰뚫고, 그들의 마음을 정확히 관통하는 메시지로 다가간다.


코로나 이후 단절된 인간관계 속에서 외로움을 경험하는 Z세대와 알파세대에게, K-POP은 함께 살아가는 감정의 공동체이자, 일상을 살아내는 문화적 쉼터가 된다.


그래서 나는 K-POP을 ‘코리안 디즈니’라 부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히 음악이 아닌, 심리적 지지대, 정서적 연대, 그리고 서로를 응원하는 관계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BTS가 있다.


그들은 ‘선한 영향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K-POP 전체에 윤리적 정체성과 브랜드 신뢰성을 부여했다. BTS의 메시지는 단지 그들만의 성공이 아닌, K-POP 전체가 구축해온 공동의 신뢰 자산으로 발전했고, 이는 지금 K-POP이 세계적으로 존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자신 있게 말한다.


K-POP은 모든 음악 중 가장 위대하다.


단지 훌륭한 음악을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청춘의 외로움을 감싸고, 관계를 연결하며,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귀로 들리는 예술이지만,
K-POP은 가장 격변의 시기를 사는 청춘들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음악이다.


그리고 이 구조는 이제 하나의 문화 모델이 되어,
더 많은 장르와 사운드를 품고,
더 많은 언어와 인종의 벽을 넘으며,
앞으로 글로벌 문화산업의 중심으로 확장되어갈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존을 위한 힙합의 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