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은 착취의 산업인가?

K-POP 산업의 오해

by K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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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중에는 일정한 근거도 존재한다.

몇몇 사례들은 산업 구조에 대한 오해를 불러왔고,

일부 회사의 경직된 시스템이 논란을 만든 시기도 있었다.

그래서 ‘착취’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배경 자체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단어가 산업 전체를 설명하는 언어로 사용될 때

나는 그 프레이밍이 지나치게 단편적이라고 느낀다.


나는 K-POP이 착취의 산업이 아니라 공명의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음악 산업처럼 아티스트가 작품을 만들고 팬이 소비하는 일방향 구조가 아니라,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성'을 중시하는 쌍방향 생태계로 발전했다.

여기서 팬은 아티스트의 공동제작자이자 여정을 함께 만드는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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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팬들은 앨범이나 굿즈를 필요해서 사지 않는다.

그 소비는 기능적 소비가 아니라 가치 소비에 가깝고,

자율성과 애정이 결합된 문화적 참여다.

쉽게 말하면 후원 (Patronage)에 가깝다.


Pat·ron·age
1. (화가·작가 등에 대한) 후원
2. (지지자들에게 그 대가로 하는) 지원


이 지점을 무시한 채 K-POP 소비의 최우선 목적을 팬사인회 참여로만 규정해버리면

K-POP 팬덤의 본질을 전혀 설명할 수 없다.


아이돌 매니지먼트 역시 외부에서 자주 오해되는 영역이다.

엄격한 트레이닝과 일정 관리는 억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아티스트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유지하기 위한 프로페셔널리즘에 가깝다.

서양의 밴드나 싱어송라이터 시스템과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아이돌은 팀 단위의 퍼포머이기 때문에

컨디션, 일정, 이미지를 정교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무조건 통제로만 해석한다면 K-POP이 쌓아온 직업적 윤리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K-POP은 전통적인 음악 산업 방식과 완전히 다른 모델로 성장해 왔다.

이 구조를 성공 가능하게 만들어 준 핵심 요소들은

지금도 꾸준히 관리하고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아티스트가 전 세계적인 노출 속에서 겪는 심리적 압박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그에 대응하기 위해 심리상담사, 트레이너, 법률 자문 등

더 많은 전문가들이 시스템 안으로 편입되고 있고

산업은 더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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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K-POP이 ‘완벽한 롤모델’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아이돌과 팬이 서로를 더 가까운 존재로 느끼는 관계성 중심의 산업으로 바뀌었다.

팬들은 이제 멀리 있는 신을 원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과 같은 결을 가진 청춘이 성장하는 과정을 응원하고

그 여정이 자신의 서사와 겹치는 지점에서 감정적 위안을 얻는다.


K-POP은 Superfan 기반 산업이다.

이 구조는 팬을 대체 가능한 소비자가 아니라

산업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본다는 뜻이다.

팬들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확산시키며

국경과 언어를 넘어 K-POP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실질적인 힘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착취’라는 단어가 이 산업의 현실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몇 문제 지점만 확대하면 산업은 쉽게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체 구조를 들여다보면 K-POP은 비인간적인 산업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연결하고 소속감을 만들고

팬과 아티스트 모두가 서로를 통해 성장하는 플랫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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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의 긍정적 가치와 팬덤 기반 구조를 고려하면

‘착취’라는 단어로 이 산업을 설명하기는 분명히 어렵다.

나는 오히려 이것이 공동체적 열정이 만든 독특한 문화이고

K-POP이 지금도 세계로 뻗어나가며 성장하고 있는 이유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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