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025년은 엔믹스(NMIXX)의 해였을까

by Kurt


나는 엔믹스가 데뷔 때는 정말 불호에 가까운 입장이었다.


K-POP이 사실상 장르 퓨전에 친화적인 이유도 퍼포먼스적인 연출을 위한 경향도 강했었고, 그때 당시에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전반적으로 폭등했던 시절이었다. 라이브 스트리밍부터 유튜브, OTT까지 모든 플랫폼이 과열 상태였다.


코로나 종식 시점이 2023년 5월이고 엔믹스의 데뷔는 2022년 2월 22일이었으니, 엔데믹을 맞이하기 1년 전에 활동을 시작한 그룹이다. 딱 K-POP 붐이 막 타오르던 시점에 데뷔했고, 그들이 들고 나온 데뷔곡 “O.O” 는 나에게 정말 노골적인 K-POP 과열기에 등장한 전형적인 중구난방 퍼포먼스 곡처럼 느껴졌다.


NMIXX "O.O" M/V


지금도 이 노래에 대해 그렇게 좋은 인상이 있지는 않다. 곡의 트랜지션 대비가 너무 극단적이었고,

그게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그렇게 이 그룹에 대한 강렬한 첫인상을 갖게 되었다.


심지어 본인들의 장르를 MIXX POP이라고 규정한 것 역시 당시에는 상당히 뻔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따지면 K-POP에서 믹스팝 아닌 게 어디 있나 싶었으니까.


이런 첫인상 때문에 나는 이 그룹에 대해 아주 강한 편견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뒤, “DASH” 와 “Soñar (Breaker)” 가 수록된 《Fe3O4: BREAK》를 기점으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NMIXX “Soñar (Breaker)” M/V


일단 내가 처음에 느꼈던 정신없이 무지성으로 장르를 섞는 느낌이 사라져 있었다.

장르 전환을 통한 연출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훨씬 더 납득 가능한 형태의 곡들이었다.


두 곡을 상당히 좋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호 버튼이 완전히 꺼진 건 아니었다.

다만 확실한 건, 의심의 눈초리로 그들을 계속 주시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그들이 가진 보컬 퀄리티가 정말 좋다는 걸 느꼈고,

랩 역시 현 아이돌 그룹 중 의심의 여지없이 1 티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에 나온 《Fe3O4: STICK OUT》을 듣고 나서는 다시 의심이 생겼다.

《Fe3O4: BREAK》이 뽀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갑자기 과감함을 싹 빼버리고, 무난하고 소심한 장르 퓨전에 그친 느낌이었다.

MIXX POP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특이한 시도를 잔뜩 해오다가,

이제 막 그 매력이 나오려는 시점에서 대중을 과하게 의식한 곡들의 향연들에 아쉬움이 컸다.


NMIXX(엔믹스) “별별별 (See that?)” M/V


나는 엔믹스의 팬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룹을 계속 주시했던 이유는,

음악 애호가의 입장에서 나를 계속 흥미롭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돌이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의 장르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내가 생각하는 K-POP의 이상향에 가깝기도 했다.


그래서 실망을 했지만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

2025년이 NMIXX의 해가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채 2025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2025년,

《Fe3O4: FORWARD》가 나왔다.


NMIXX(엔믹스) "Fe3O4: FORWARD" Story Film Part2: "High Horse" Performance Visualizer


일단 이 앨범을 듣자마자 나는 2025년은 NMIXX의 해라고 생각했다.


충격이었다.

이 앨범은 엔믹스가 지난 3년간 겪어온 모든 시행착오들이 전부 이것을 위한 과정이었음을 증명하듯,

보란 듯이 압도적이었다.


“High Horse”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싱어송라이터 Abir가 참여한 것부터 인상 깊었고, 곡의 메시지와 무드는 시작부터 강하게 몰입시켰다. 앨범 리뷰가 아니기 때문에 각 곡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하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Breakbeat 기반의 리듬을 중심으로 귀에 편하면서도 타격감 있는 사운드를 가져가 퍼포먼스와 스트리밍 모두를 고려한 선택들이 눈에 띄었다.


“High Horse” 와 “Know About Me” 에서 각각 UK Street Soul과 컨템퍼러리 R&B를 기반으로, 질감적으로 Trip Hop을 차용하여 따듯하고 차분한 무드를 넣은 선택은 불안감이 만연한 사회속에 있는 청취자들을 고려한 섬세함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Slingshot (<★)”은 90년대 Acid House와 Dub 장르와 섞어 레이브 감성을 표현했고, “Golden Recipe”는 힙합 트랙임에도 강렬한 스트링 사운드를 테마로 가져가는 창의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Papillon”과 “Ocean”으로 이어지는, 웅장한 출항과 이상향(믹스월드)을 향해 끊임없이 함께 항해하는 듯한 사운드 연출까지.


트랙 간의 무드가 단절되지 않고 항해처럼 이어지면서, 청자는 개별 곡이 아니라 앨범 전체의 흐름에 머물게 된다. 이런 구조적 몰입은 최근 K-POP에서 보기 드문 방식이고, 개인적으로는 《MADE》 이후 처음 경험한 앨범 단위의 완결감이었다.


이 앨범을 듣자마자 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2025년은 NMIXX의 해라고.

이후 공개된 그들의 정규 1집 《Blue Valentine》.


《Blue Valentine》에 대해 말하기 전에 《Fe3O4: FORWARD》를 듣고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① 이걸 뛰어넘을 수 있을까?

② 솔직히 대중들한테는 살짝 어려울 수도 있겠다


나는 《Fe3O4: FORWARD》에 대해 대중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건 그냥 좋다”는 기준에 들어가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다만 K-POP 팬덤이 생소한 장르들에 얼마나 호의적 일지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해냈다.

1년 안에 스스로의 하이 커리어를 다시 갱신하는 작품을 들고 나왔다. 개인적으로는《Fe3O4: FORWARD》를 아주 조금 더 선호하지만, 《Blue Valentine》을 들으며 느낀 감상은 분명했다.


아, 이건 최종 진화형이다.

장르는 훨씬 더 다채로워졌지만, K-POP 팬덤이 충분히 좋아할 수 있는 섬세한 터치들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특히 라틴 장르에 대한 잠재성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라틴 장르는 K-POP 안에서 정말 잘 활용할 수 있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대로 시도되지 않았다고 느껴왔는데, 그걸 엔믹스가 해냈다.


“RICO,” “Phoenix,” “PODIUM” 등은 힙합과 전자음악 기반 퍼포먼스 곡 대신, 훨씬 더 어쎈틱 한 악기 중심의 라틴 바이브를 전면에 내세웠고, 이 지점에서 NMIXX를 담당한 JYP 제작팀에 대한 존경과 존중이 생겼다.


“Really Hurts” 같은 실험적인 일렉트로 팝부터, 타이틀 곡 “Blue Valentine”, “ADORE U”의 팝록과 얼터너티브 한 바이브까지.


전 곡을 다 설명하고 싶지만, 이 앨범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실험성과 대중성의 완벽한 밸런스"

실험적인 음악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음반 판매 성적 역시 상위권이다.

누적 판매 기준으로 《Fe3O4: FORWARD》는 약 73만 장, 《Blue Valentine》는 약 68만 장을 기록했다.


올해의 K-POP 아이돌 그룹을 꼽으라면 NMIXX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K-POP 사운드의 지평선을 넓히는 동시에 대중성까지 입증했기 때문에, 그들을 올해의 아티스트로 꼽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견이 있는 사람들 역시, NMIXX가 현재 4세대에서 5세대로 넘어가는 구간의 K-POP 그룹 중 가장 큰 발전과 성장을 보여준 팀이라는 점에는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




K-POP 아이돌이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사실 굉장히 이상적인 개념이다. 셀프 프로듀싱이든, 외부 곡을 받는 방식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한 번 흥행을 하면 음악 외적으로 감당해야 할 활동들이 너무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음악에 대한 동기부여가 분산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뷔 이후 꾸준히 이런 성장을 보여준 NMIXX를 보며, 이들이 얼마나 음악에 진심인지, 그리고 팬들에게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는지가 느껴져서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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