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상 깊었던 남자아이돌 앨범 TOP5 수록곡들

타이틀은 아니었지만, 타이틀이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남돌 수록곡들

by Kurt


2025년도 연말 결산 비슷한 걸 한번 해보고 싶었다.
다들 하는 ‘TOP5’라는 주제로 앨범 이야기를 하려다가 그냥 똑같이 가긴 싫어서 방식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그래서 먼저 올해 인상 깊게 들었던 남자아이돌 앨범 다섯 장을 꼽고,
순위나 순서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그 앨범 안에서 타이틀급인데 뮤직비디오가 없어서 아쉬웠던 곡이나
개인적으로 정말 강하게 남았던 수록곡을 가능하면 앨범당 한 곡씩 골라보려고 한다.


쓰다 보니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쉬운 곡이 있다면
그건 추가로 언급해 보는 걸로.


일단 내가 뽑은 2025년 올해의 남자아이돌 앨범 TOP5는 아래와 같다.
(말 그대로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ENHYPEN – 《BAD DESIRE : UNLEASH》

CORTIS – COLOR OUTSIDE THE LINES

ZEROBASEONE – NEVER SAY NEVER

&TEAM – Back to Life

RIIZE – ODYSSEY



1. ENHYPEN – 《DESIRE : UNLEASH》


자, 첫 번째 앨범부터 시작해 보자.


ENHYPEN라는 팀이 방대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고,
솔직히 그들의 세계관을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앨범을 듣고 나니
이 팀이 어떤 방향의 서사와 콘셉트를 지향하는지는 어렴풋이지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정확한 설정까지는 모르지만 뱀파이어 관련 콘셉트를 많이 다룬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고,
이 앨범을 통해 느껴진 이미지는 낭만적이면서도 집요하고,

사랑 앞에서는 꽤 처절할 만큼 로맨틱한 감정이었다.


조금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노래를 듣다 보면

‘되게 잘생긴 남자가 로맨틱하게 부르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앨범이었다.


앨범 안에 담긴 곡들의 전반적인 퀄리티도 고르게 좋았고, 장르적인 폭도 넓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이들이 사용하는 창법이 특이하면서도 그 사운드가 장면처럼 그려졌다.

타이틀곡 "Bad Desire"의 임팩트도 분명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깊게 들었던 트랙은 "Helium"이었다.


미국 지향적인 Alternative Rock 사운드도 잘 가져왔고, 곡 전체의 믹싱 결이 상당히 크리스피 하면서도 날 것의 에너지를 잘 살리고 있었다.
요즘 글로벌 음악 트렌드에서 말하는 무드 기반 리스닝을
BELIFT LAB은 이렇게 풀어내는구나 싶었고, 그 점에서 납득이 되는 지점이 많았다.


그래서 이 앨범 안에서

가장 많이 다시 듣게 됐고, 자연스럽게 추천하고 싶어진 수록곡은 Helium이었다.



2. CORTIS – 《COLOR OUTSIDE THE LINES》


개인적으로 올해의 최고 신인으로 꼽았던 팀이 CORTIS다.

이 앨범을 듣다 보니 Teezo Touchdown이라는 아티스트가 CORTIS의 추구미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단순히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 머무르기보다는 얼터너티브 한 방향을 더 선호하고

스스로를 특정 장르로 규정짓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하게 느껴졌다.


앨범 소개에서 언급되는 사이키델릭 한 사운드에 대한 지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런 요소들을 보면 이 그룹이 창작에 대해 꽤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것이 사이키델릭 미학인데,
이게 지금의 음악 트렌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고 느끼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CORTIS는 꽤 딥한 영역을 이미 캐치하고 있고,

이 앨범에서 그 고민과 진정성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물처럼 느껴졌다.


남은 친구들과 십 대를 뎁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수록곡은 "Lullaby"다. “남은 친구들과 십 대를 뎁혀”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자세히 들으면 “남은 친구들과 10대를 대표”처럼 들리기도 한다.

의도된 중의적인 표현처럼 느껴져서 더 재미있었다.


이 곡은 자기 성찰과 함께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목표가 얼마나 높은 지를
꽤 솔직하게, 자전적으로 풀어낸 곡이다.


듣는 동안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현실과 분리된 채 음악에 몰입하게 만드는 경험을 준다.


"FaSHioN"과 "GO"의 임팩트가 워낙 강해서
이 그룹의 매력이 그쪽으로만 소비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래서 오히려 CORTIS가 가진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보여주는 곡으로
"Lullaby"를 추천하고 싶었다.



3. ZEROBASEONE – 《NEVER SAY NEVER》


이 앨범을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전통적인 K-POP의 웰메이드 끝판왕.

그래서 오히려 올해의 남자아이돌 앨범 TOP5 안에 넣기에는

가장 고민이 적었던 앨범이기도 했다.
그만큼 완성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는 앨범이다.


전통적인 퍼포먼스 기반의 K-POP 음악은

한때 K-POP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만큼

가장 전형적이고, 어떻게 보면 가장 ‘국밥’ 같은 형태다.
익숙하고, 안정적이고, 실패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동시에 이 장르만큼 음악의 완성도를 까다롭게 보게 되는 영역도 없다.

흔히 셰프의 실력을 리조또로 판단한다고 말하듯,
음악에서도 가장 정석적인 형식일수록
조금만 부족해도 바로 티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전통적’이라는 말은
까딱하면 '전형적'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기준치가 가장 높은 게 퍼포먼스 기반의 K-POP이다.


웬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NEVER SAY NEVER》는

그 까다로운 기준을 10곡 전부 통과했기에

이제는 어떤 곡을 골라야 할지가 더 고민되는 앨범이었다.


"SLAM DUNK", "Lovesick Game", 그리고 "Goosebumps"
이 세 곡 사이에서 가장 고민이 많이 됐다.


그런데 이 친구들의 훌륭한 비주얼과
뮤직비디오의 스케일이 크게 붙었을 때를 상상해 보면,

결국 더 보고 싶었던 건 “Lovesick Game” 쪽이었다.

그래서 이 앨범에서 내가 꼽은 최고의 수록곡은 “Lovesick Game”이다.



4. &TEAM – Back to Life


&TEAM은 ENHYPEN과 연관된 팀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고,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그룹이라는 인식이 더 강했다.

이번 앨범이 처음으로 한국을 주무대로 한 앨범이라는 점 역시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


이쪽은 ‘늑대소년’ 콘셉트를 가져가는 팀으로 알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ENHYPEN과 &TEAM 두 팀 모두 창법이 정말 인상적이다.

진짜로 미소년 캐릭터가 부르는,
말 그대로 잘생긴 목소리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타이틀곡 "Back to Life"는 개인적인 취향과는 살짝 거리가 있지만,
&TEAM이라는 팀의 이미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라고 느꼈다.


곡 중간에 나오는 “우후~” 같은 소리도

늑대소년이 울부짖는 장면처럼 들려서 머릿속에 장면이 바로 그려졌다.

그리고 이 늑대소년이 잘생겼다는 사실이

목소리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전달됐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뮤직비디오를 보지 않았는데도
이 앨범이 전하고자 하는 콘셉트와 의도가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졌다는 점이다.

그만큼 프로덕션 단계에서
상당히 많은 고민과 공을 들였다는 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최고의 수록곡을 고를 때
"MISMATCH"와 "Heartbreak Time Machine"

이 두 곡 사이에서 가장 많이 고민했다.


오랜 장고 끝에 내가 고른 곡은 “MISMATCH”다.


90년대 가요계 R&B 댄스곡의 느낌을
너무 과하지 않게, 하지만 상당히 정확하게 가져왔다고 느꼈다.


한국의 이른바 ‘뽕끼’를

잘 모를 수 있는 요즘의 어린 K-POP 팬들에게도,
직접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왠지 알 것 같은 노스탤지어를

공유해주고 싶은 곡이었다.



5. RIIZE – ODYSSEY


이 앨범을 이야기하기 전에
RIIZE라는 팀에 대해 조금은 아쉬운 마음부터 짚고 가고 싶었다.


RIIZE 총괄 디렉터에 의하면 SM의 최근 그룹들이

상당히 강한 콘셉트를 밀어왔던 만큼

그와는 정반대로 가는 선택이 오히려 새롭다고 판단했다는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강하게 설정된 세계관이나 용어 대신,

자연스러운 청춘의 이미지를 택한 기획 방향은 이해가 됐지만

그 선택 때문에 인지 아직까지 RIIZE를 떠올리면
단번에 꽂히는 정체성이 또렷하지 않다는 느낌이 남아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이 앨범을 들었기 때문에
어쩌면 그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앨범에 담긴 음악 자체는
전반적으로 너무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타이틀곡 "Fly Up"은 미국 지향적인 사운드를 가져온,
상당히 대중적인 선택의 곡이었다.


K-POP에서 밝은 에너지와 청량감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은
RIIZE의 히트 공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앨범에서 유독 더 강하게 남았던 건
타이틀이 아니라 수록곡이었다.

바로 "잉걸 (Ember to Solar)"이다.


이 곡은 드럼 앤 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어두운 바이브를 끌고 가다가,

프리코러스에서 마치 희망찬 비상이 터지듯
곡의 분위기를 한 번에 전환시킨다.

그 흐름이 너무 잘 짜여 있어서
듣는 동안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어둠에서 시작해 위로치고 올라가는 이 곡의 구조는
RIIZE라는 이름이 가진 이미지,

그리고 ‘떠오른다’는 키워드 와도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수록곡이라는 생각보다
오히려 “이게 타이틀이 아니라고?”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물론 앨범 전체의 완성도는 충분히 높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에서만큼은

유일하게 수록곡이 타이틀보다 더 타이틀스럽게 느껴졌던 경우였다.


그래서 이 앨범을 대표해서

수록곡 하나를 추천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잉걸 (Ember to Solar)”를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여자아이돌 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