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POSSE & Young Miko & 빅뱅 & 2NE1
내가 음악을 즐기던 시기는 정말 황금기였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음악 차트만 봐도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플랫폼과 채널이 고정적이었다. 한 번 뜬 메가트렌드는 최소 1년은 이어졌고, 사람들은 같은 음악과 콘텐츠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개인화된 검색과 알고리즘 덕분에 각자 취향에 맞는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가 됐다. 트렌드의 영향력은 약해졌지만, 대신 다양한 취향이 존중받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K-POP은 자신들의 강점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중소기획사에서 힙합 색을 강하게 입힌 ‘Young Posse’라는 팀의 음악을 듣게 됐다. 노래 제목은 "Ate That". G-Funk 사운드가 익숙하면서도 반가웠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들이 정말 이 음악을 하고 싶어서 했을까?"
Young Posse의 "Ate That"은 G-Funk 기반의 사운드로 퀄리티가 높았지만, 랩핑에서 아티스트의 개성이 드러나기보다 귀여운 아이돌이 랩을 시도하는 느낌이 강했다. 이는 비난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며, 진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랩 숙련도를 더 높이는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이들의 음악이 더욱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이러한 통통 튀는 매력에 더해 견고한 랩핑이 조화를 이룬다면, Young Posse는 단순히 K-POP 팬들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더 넓은 힙합 장르 팬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K-POP이 힙합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단순히 사운드나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음악 안에서 아티스트의 정체성이 느껴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특히 힙합 색이 강조된 음악을 들을 때 ‘멋’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멋’은 단순히 화려한 스타일링이나 스웩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진짜 멋은 음악 안에서 아티스트의 자아가 느껴질 때, 그리고 그 음악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라는 게 전달될 때 나온다. 힙합을 강조한 K-POP에서도 이런 진정성이 없다면, 아무리 스타일링이 뛰어나고 사운드가 잘 만들어졌어도 곡은 금세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
빅뱅과 2NE1은 힙합과 K-POP의 접목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특히 빅뱅은 칼 안무가 주를 이루던 K-POP 무대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했다.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노는 모습은 그 자체로 관중을 매료시켰고, 힙합 무대의 본질적인 요소와도 닮아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힙합 스타일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힙합이 가진 애티튜드와 메시지를 이해한 후 이를 대중적인 훅과 멜로디로 풀어냈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은 힙합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힙합을 활용해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작업이었다.
반면, 일부 K-POP 곡은 힙합의 스타일만 가져온 채 진정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표면적으로는 힙합처럼 보일지 몰라도, 듣는 순간 ‘겉핥기’라는 느낌이 드는 곡들이 있다. 이는 힙합이라는 장르가 지닌 본질적인 매력, 즉 자기 주체성과 진심 어린 메시지를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K-POP이 힙합을 통해 더 큰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Gen Z라는 세대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Gen Z가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바로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단순히 잘 만들어진 음악을 넘어, 그 음악 안에 아티스트의 진심과 메시지가 담겨 있을 때 전달된다. 이 세대는 가식적이거나 억지로 만들어낸 콘텐츠를 빠르게 간파한다. 그렇다고 진정성이란 게 단순히 "나 솔직해요"라고 외친다고 생기는 건 아니다. 듣는 사람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음악 안에서 자연스럽게 전달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최근 Young Miko라는 아티스트의 "Wiggy"를 들으면서 힙합이 가진 진정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그녀의 음악은 단순히 힙합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Authentic한 애티튜드로 완성된 작업이었다. 랩을 뱉는 순간부터 제스처까지, 그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안무를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자기가 느끼는 대로 움직이는 자유로움. 그 안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자기 주체성이 바로 그녀만의 '힙합'의 멋이다.
결국, 힙합이든 어떤 음악이든 "내가 이걸 하고 싶어서 한다"는 진심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때 가장 빛난다. 그런 태도와 진정성 없이 만들어진 음악은 금방 잊혀질 수밖에 없다. K-POP이 힙합을 진짜로 대중에게 어필하려면,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음악으로 다가가야 한다. 빅뱅과 2NE1처럼, 단순히 장르를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갈 때, 힙합과 K-POP의 결합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 힙합은 개인 능력치에 의존하는 장르다. 그래서 K-POP과 힙합의 공존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개인 능력치가 받쳐줄 때는 이보다 더 매력적인 공존은 없다. 내가 여전히 빅뱅과 2NE1 같은 K-POP 그룹이 다시 등장하길 바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