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음 - [CICADA]
필자는 12살 때부터 힙합을 듣기 시작해 20대 중반까지 헤비하게 소비했던 리스너였다. 나이가 들면서 힙합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멀어졌지만, 좋은 힙합 앨범을 만날 때마다 여전히 반가움을 느끼곤 한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국내 힙합 작업물 중에서 호들갑을 떨 만한 앨범을 만났다. 사람들이 이 앨범을 더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쓰기로 했다. 특히, 율음의 [CICADA]는 국내 힙합에 대해 비관적이고 무관심했던 내게 새로운 희망처럼 다가왔다. 내가 올해 국내 앨범 중에서 이렇게 좋게 들은 게 힙합이라니, 스스로도 조금 의외였다.
[CICADA]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상은 마치 맥 밀러의 [K.I.D.S.] 믹스테이프를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은 충격이었다. 맥 밀러가 10대에 보여준 순수하고 담백한 감성이 떠올랐고, 덕분에 진지하게 율음의 앨범에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K.I.D.S.]는 그 나이대 특유의 자유로움과 밝은 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진 앨범이지만, 내가 굳이 이 두 앨범을 비교하고 비슷하다고 느낀 이유는 바로 "그 나이대에 맞는 솔직함" 때문이었다.
율음의 [CICADA]는 자아성찰적인 앨범이지만, 과하게 성숙해서 애늙은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고민과 이야기를 맛깔나게 담아냈다. 요즘처럼 무기력함이 팽배한 분위기 속에서, 이 앨범은 기믹이나 편법 없이도 음악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국내외를 떠나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음악'으로 승부하는 아티스트는 손에 꼽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힙합씬에서 자기만의 음악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가져가는 이 루키 아티스트에게 더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져도 충분히 가치 있을 것이다. 아직 율음의 앨범을 안들어본 분들은 Official Visualizer로 감상 한번 해보시길 권장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