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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사로잡는 음악, 그 핵심은 뭘까?

온전히 Kurt의 주관적인 의견.

by Kurt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DJ의 삶을 살았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즐기던 시절, 우월한 음악적 취향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CD를 구워 이동 중에 음악을 틀며 어머니의 반응을 살폈다. 어떤 음악에는 좋은 반응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어머니의 반응이 좋지 않을 때면 자존심이 상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하는 것보다 어머니를 만족시키는 음악을 찾는 것이 더 흥미로운 과제가 되었다.


그렇게 400장이 넘는 CD를 굽고 실험한 끝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조금은 맥이 빠질지 모르지만, 음악에 정답 같은 대중 코드는 없다는 것이다. 대신 대중들은 익숙한 것에 더 익숙해진다. 그리고 무반응보다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악이 더 생명력을 가진다. 차라리 관심 없는 음악이 될 바에야, 호든 불호든 반응이 생기는 것이 낫다. 호였던 사람은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을 찾아 들을 확률이 높아지고, 불호였던 음악은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거나 불호로 느꼈던 기억 덕분에 다시 찾게 되는 경우도 많다.


간단히 말해, 대중적인 음악이 되는 필수 조건 중 하나는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맛'이란 익숙해질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기억에 남는, 독특한 요소를 뜻한다. 이번 글에서는 대중성 있는 음악의 '맛'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전반적으로 전문가들이나 대중들이 생각하는 대중성 있는 음악의 핵심요소들을 나열해 보자.


캐치한 멜로디, 리듬, 음색, 캐치한 훅, 공감되는 가사, 직관적인 구조 또는 패턴, 트랙의 길이, 음악적 컨트래스트, 독창성, 문화적 적합성, 장르 퓨전, 청각적 서사 등등등


너무 많다.


심지어 여기 나열된 것은 전문가들의 의견만 모았는데도 이렇게 많다. 하지만 이 중에서 나는 보컬의 음색(Timbre)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중음악의 대다수는 보컬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그래미에서는 영화나 게임 사운드트랙이 상을 받은 사례도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대중음악은 인간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한다. 결국, 보컬의 음색은 대중성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제 조금은 많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으로 논란스러운 의견을 전달하고 싶다. 내가 가장 음악의 대중성을 결정하는 음색에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음색이 무엇인지 표현하고 싶다. 가장 이상적인 음색은 '이성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사귀고 싶은 목소리'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여성 보컬이라면 볼 빨간 사춘기의 안지영이나 Sabrina Carpenter처럼, 보편적으로 남성들에게는 매력적인 이성의 목소리로, 여성들에게는 워너비로 삼고 싶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 남성 보컬이라면 딘(Dean)이나 찰리 푸스(Charlie Puth)처럼, 여성들에게는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이성의 목소리로, 남성들에게는 세련되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목소리.


단순히 "음악"만으로 대중적인 히트 음악이 되는 시대는 이제 거의 없다. 물론 음악 자체의 퀄리티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비주얼과 결합된 종합적인 경험이 대중성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버츄얼 캐릭터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버츄얼 아이돌조차 시각적 요소와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청중이 그 음악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결국, 음색은 비주얼과 결합될 때 더 큰 대중적 파급력을 가지며, 이는 현대 대중음악에서 벗어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외모지상주의적인 얘기가 아니냐"거나, "음색이 정말 대중성 있는 음악의 핵심 요소가 맞느냐"는 반박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브런치 첫 글에서 주장했듯, 대중적인 것이 곧 좋은 음악이 되는 세상이 이미 도래했다. 음악 업계에서 마케팅은 더 이상 부가적인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으며,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 되었다. 음악의 유통이 전 세계로 열리며 기회는 많아졌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제 음악 업계는 단순히 '음악 산업'이라기보다는, K-POP의 성공에서 보듯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더 가까운 표현이 어울린다. 과거에 보컬의 가창력이 높은 가치를 부여받던 시대를 지나, 음악 업계는 더 진화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Sabrina Carpenter - Short n' Sweet

이러한 이유들로, 필자는 대중성 있는 음악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사귀고 싶은 목소리'라고 본다. 이는 단순히 음악을 넘어, 현대 음악 산업이 확장된 IP 시장의 일부로 자리 잡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예를 들어, Olivia Rodrigo와 Sabrina Carpenter의 성공을 보면 이들이 세대를 대표하며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훌륭한 음악을 내놓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파급력을 진정으로 완성시키는 요소는 천부적으로 타고난 '사귀고 싶은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외모와 결합된 시각적 매력만이 아니라, 목소리가 전달하는 감정과 매력이 대중과 깊이 연결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현대 음악 산업의 흐름과 내가 제시한 의견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이는 비관적인 시각이 아니다. 오히려 필자가 느낀 자연스러운 변화를 담은 진지한 관찰일 뿐이다.


필자의 의견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주장은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한 결과다. 이 의견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 글에 동의하지 않거나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댓글을 남기거나 따로 의견을 주길 바란다. 필요하다면 더 깊이 있는 글을 작성하거나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언제든 환영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음악에 대한 내 생각을 기록하려고 시작한 브런치였지만, 예상보다 많은 조회수를 통해 독자들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며, 점점 더 담대하게 글을 적게 된 것 같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대중적인 음악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음악을 들으며 내가 어떤 포인트에서 이런 의견을 냈는지 느껴보길 바란다. 음악과 함께 글의 메시지가 당신에게 더 깊이 다가가길 기대한다.

Sabrina Carpenter - emails i can't send (Official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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