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하이픈 신작으로 보는 빌리프랩의 야망

[앨범 리뷰] ENHYPEN - 《THE SIN : VANISH》

by Kurt
image.png


전작 《DESIRE : UNLEASH》라는 수작을 통해 정점에 도달했던 엔하이픈이기에, 이번 미니 7집 《THE SIN : VANISH》를 향한 리스너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지난 6년간 축적해온 이들의 거대한 서사는 그간 국내보다 해외 팬덤에게 더 강력하게 어필되어 왔으나, 역설적으로 그 방대한 양의 서사와 디테일은 새로운 유입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이 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앨범은 그간의 서사를 놓치고 있던 모든 K-POP 팬들에게 다시 한번 건네는 가장 '친절한 초대권'과 같다.


새로운 시리즈의 웅장한 서막을 기대했던 기존의 팬덤들에겐 '탐사보도'라는 컨셉이 다소 생소하거나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중에게 서사에 대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알려주고 주입하겠다는 빌리프랩이 엔하이픈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무한한 IP 확장'이란 야망을 보여준다.


앨범 소개를 따로 읽지 않아도 트랙의 내레이션을 통해 서사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이 방식은 현재 K-POP 산업에서 매우 드문 시도다. 결과적으로 이 방식은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매우 똑똑한 선택이며, 엔하이픈이라는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영리한 설계라고 보았다.


물론 엔하이픈을 꾸준히 소비해오던 기존 팬들이 느끼는 아쉬움은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하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THE SIN : VANISH》는 케이팝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이상향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관을 고립된 성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발을 들일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주는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음악 또한 오랜만에 컨셉 앨범다운 컨셉 앨범을 들은 기분이라 개인적으로 만족감이 상당히 높았다. 혹여나 그간의 평 때문에 듣기를 꺼렸다면 한번 쯤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6년 K-POP 트렌드 키워드: 세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