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하세요?

일상적 의문 네 번째

by 숲속의조르바



새로운 사람과 처음 만나면 인사를 건네고 질문을 주고받게 된다.

통상적으로 한국 사람들의 질문에는 패턴이 있다. 남자들의 경우는 대부분 관계의 수직적 정리를 위해 나이를 우선 묻곤 한다.


요즘 아주 작은 위스키바를 혼자 운영하게 되면서 손님과 손님 간의 대화의 트임을 관찰하게 된다.

순서의 차이는 있지만 포화를 여는 질문의 종류는 아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무슨 일 하세요?”

“어디에 사세요?”



연령대에 따라 결혼 여부, 여자친구 남자친구의 보유 여부, 아이가 있는지 등을 묻는다.


일말의 공감대를 찾기 위한 목적이라는 이유로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 마구 파헤쳐진다.



수십 년을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못하면서 스스로 해온 행태를 바의 안쪽에서 관찰자로서 관찰하다 보니 미묘한 기색이 느껴진다.


섣불리 나이를 묻는 것이 불편한 이유에서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아 저는 수의사예요”

“저는 AI 개발자예요 “

“저는 헤어디자이너예요 “

“저는 간호사예요”

“저는 작게 제 사업을 합니다”


1:1로 작업(?)을 하려는 상황이 아닐 경우 여러 명이 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경우 각자의 직업을 듣고서는

때론 우와~하는 부러움과 찬사, 아~그렇군요 정도의 밋밋한 반응 등이 드러난다.


대개는 그 직업 뒤의 따라올 통상적 수입의 기대치를 속으로 암산하기 바쁠 것이다. 어눌해 보였던 사내가 갑자기 근사해 보이는 마법이 시작된다.


가게 오픈 때부터 가게에 자주 들르는 어린 친구는 항상 앉던 바의 가운데 자리 탓에 여럿이 어울리게 되는 대화에 원치 않게 끼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저는 취준생입니다”


형식적 감탄사를 뱉어내던 이들이 탄식을 삼키는 표정이 역력했다. 저렴한 측은함과 동정, 그 뒤로는 명함을 가진 자들의 여유가 더해지는 것이 보였다.



순간 이런저런 의문들이 들었다.


‘직업이 그 사람을 말해주는가?’ 더 정확히 말하면 ‘현재의 직업이 그 사람을 온전히 대변하는가?’

‘왜 우리는 타인의 직업에 집착을 하는가?’

단지 그가 하는일이 궁금한 걸까? 얼마나 벌고, 얼마나 모았을지 추측하기 위해서인가.




’ 너 요즘 만난다는 남자친구 부모님은 뭐 하시니?‘

‘걔는 직업이 좀 별루아냐?’

“소개팅해준다는 남자 무슨 일해?”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는 누가 어떤 걸그룹을 좋아하는지, 어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를 묻기보다,

어느 아파트 몇 평에 살고 아빠의 차 종이 무엇인지 먼저 묻고, 그 클래스에 맞게 편이 나눠진 후 앞선 취향의 질문들을 나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천당 아래로 불린다는 분당에 한 중학교가 최근에 폐교한 이유를 들으면 그 이야기가 지어낸 이야기 아니라는 방증을 한다. 천당 아래 분당의 한편에 배려된 작은 곳이 못마땅하던 귀족들은

아파트 동간의 통행로를 막고, 낙인을 찍고, 임대 사는 아이들과 같은 교실에 둘 수 없다며, 그리고 청출어람인 그 2세들도 별별 말들로 그들을 천대하여 결국 폐교되었다. (청솔중학교)



직업은 압축적으로 누군가의 삶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지표임은 분명하다. 그 지표 하나 얻기, 그리고 유지하기 힘든 세상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해보려 하는 아이를 보다가 엉뚱한 상상이 들었다.



중세 마을에서 하루 서너 번 종을 치는 종지기는 평생 직업으로 행복했을까?

어린 왕자가 만난 가로등지기는 어땠을까?

누가 봐도 나쁜 짓을 한 놈을 변호해야 하는 신입변호사는 어떤 회의도 없을까?

웃음을 주는 가난한 피에로는?



귀천은 없다고도 한다. 요즘은 정말 그런 것 같다.

금전적 보상이 많다면 인정되는듯하다. “보상만 많다면”이 정확할 듯 하다.



“무슨 일 하세요? ”라는 질문보다는

“무슨 일을 하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찌 대답할지 생각이나 해야겠다.



그리고 나부터 다른 질문을 해봐야겠다.


요즘 어떤 음악을 즐겨 듣나요? 추천해주세요


요 근처에 당신의 맛집 순위를 알고싶어요. 먹알못이라서 맨날 같은 것만 먹거든요


어떤 취미를 도전해야 좋을까요? 해보신 것 중에 무엇이 재미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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