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엔 짙은 음영만이

by 쉼 star

다들 이별을 하고 그 사람을 잊고 잘 살아가는 듯해도 가슴 한 켠에 그 사람과의 추억을 담아두고 있다. 끝난 것도 알고 다신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 사람을 또다시 떠올린다.


너는 잘 지내고 있는 거겠지. 추운 공기에 살이 아려오던 겨울에 우리는 이별을 고했었다 그때의 나는 영원은 없다 생각하면서도 너와의 영원을 믿었다. 서로의 차이쯤은 사랑으로 덮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너의 사랑이 부족할 땐 나의 사랑으로 매꿀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건조하게 사랑을 내뱉은 넌, 우린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사실 그건 중요치 않았다. 물음을 던졌을 적의 우리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었으며, 돌이키기엔 늦었고, 그것은 우리의 곁에 가까이 와 있었기 때문에.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 주저앉아, 그것이 우리를 그냥 지나쳐주기를 바랐다. 폭풍우에 휘말린 조각배 같은 기분으로.


햇빛이 살포시 우리의 머리에 내려앉던 그 여름. 두 손을 꼭 맞잡고 걸었던 부드러운 단풍 냄새가 가득했던 그 가을. 벌게진 콧등과 양쪽 뺨을 어루만졌던 그 겨울까지. 너의 목소리와 얼굴, 표정까지 모든 것을 기억했어. 그리고 그날로 돌아가지 못할 것을 아는 너를 원망했어. 나를 원망했어. 그리곤 다시 회상했어. 눈을 감고 네가 추천해준 음악을 들으며 그날의 분위기를 떠올렸지만 역시 너는 없더라. 그렇게 난 널 사무치게 그리워했었어.


다시 찾아온 추운 공기 속에서 나는 이제는 웃으면서 지내. 내가 사랑했던 너의 모습은 잊었어. 그때의 감정 역시도. 이제는 음악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아. 너와 함께 간 장소는 다른 이와 함께 가곤 해. 그런데도 왜 내 마음 한 켠이 공허한 걸까. 너와 다시 만나고 싶은 것도, 너와의 사랑을 떠올리는 것도 아닌데. 너를 생각하면 뭔가 모를 아픔이 남아있다는 게 너무나 씁쓸해.


그래서 난 다음 연애가 두려워. 또 가슴 한 켠에 남아있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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