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에서는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서 상처를 치유하는 서사를 이야기한다. 이것은 자 기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며, 일관되고 정리된 형식으로 자신을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내게 글을 쓰는 느낌은 마치 명상과 같다. 나의 헝클어진 생각을 다듬고 정리하여 스스로 정화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명상하듯이 글을 쓴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나의 감정과 이야기들을 연결 짓는 일종의 의식일 테다. 기분이 우울할 때, 생각이 많아질 때 더 글을 붙잡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헝클어진 생각'이 넘쳐나서 그렇다.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헝클어진 생각들을 바로잡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나의 '관계'는 가장 자주, 오랫동안 곱씹을 생각의 영역이다.
'관계'를 이야기하기는 참 어렵다. 거미줄처럼 엮인 애증의 관계 속에서 그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더더욱 그렇다. 곱씹을수록 불어나고, 불어날수록 아파져 온다. 나는 관계 속에서 일어난 사건과 당시에 느껴졌던 감정들은 연결 지으며 글로 이야기했다. 그것은 삶의 주체가 되는 자아를 일깨워주었고,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아주기도 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치유의 서사를 지니고 있을 테다. 그 서사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명상, 운동 그리고 가벼운 청소 등 지극히 일상적인 것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어찌 됐든 자신이 살아갈 행동 양식을 스스로 제시하며 살아가는 게 중요해 보인다.
치유의 서사는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사람이 주는 치유의 힘은 그 무엇보다 강력하지만, 그만큼 누군가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위로해 주는 일도 그렇다. 나의 상처를 매번 남에게 기대어 치유하려는 태도는 건강하지 못한 이기심이다. 그러니 본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 매번 자신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살펴주었으면 하는 기대는 조금 내려놓자. 스스로 변화하는 감정을 느낄 때, 치유의 서사가 의미를 지닌다.
치유의 서사는 나를 믿고 존중하는 일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정답이 없는 불필요한 가정, 그것에서 피어나는 무수히 많은 말들을 담아둘 만큼 우리의 시간과 마음은 넉넉하지 않을 테다. 좋은 감정만을 곁에 두고 살아가기에도 벅찬 현실일지 모른다. 내면의 목소리에 자주, 오랫동안 귀 기울여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