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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Sep 26. 2022

푸드 업사이클링 교육

업사이클링 교육의 5번째 마지막 교육으로 푸드 업사이클링 교육을 9월에 진행하였다. 이번 교육은 지난번 교육들과는 좀 다르게 초중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사실 푸드 업사이클링 교육을 처음부터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른 업사이클링 교육과 동일하게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퐁퐁이라는 지역 학부모 동아리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상으로 푸드 업사이클링 교육을 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 왔다. 어린 학생들을 가르쳐 본 적이 없어서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는데, 그래도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라고 수락했다. 어린 학생들일수록 푸드 업사이클링 교육을 통하여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지키는 방법을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1. 푸드 업사이클링이 왜 필요할까?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삼분의 일 정도는 버려진다고 한다. 지구상 어딘가에는 음식이 없어 굶어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반대편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일부러 굶는 사람들도 많다. 푸드 업사이클링을 통해서 음식을 더 맛있고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보자.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영양소와 칼로리를 섭취하기 위해서이다. 과거에는 배부르게 많이 먹는 것이 중요한 시대였다면, 지금은 음식의 양보다 질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요즘 디저트 카페 같은 곳에서 보듯이 칼로리 폭탄이면서 무조건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음식은 맛과 영양소, 시각적인 것들이 균형 있게 자리 잡아야 한다. 푸드 업사이클링을 통해서 기존에 모양이 좋지 않다고 버려지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게 하고, 맛과 영양소를 더하여 건강에 좋게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2. 푸드 업사이클링 실습


이번 푸드 업사이클링 실습은 최명자 별꽃달꽃차문화교육원 대표가 진행해 주셨다. 조리도구부터 아이들 간식까지 많은 것들을 준비해 오셨다. 아이들 배 고플까 봐 교육에 들어가기 전에 꽃으로 만든 오픈 샌드위치와 카나페, 젤리, 시원한 꽃차 에이드 등을 간식으로 먼저 주었다.


꽃 카나페와 젤리


주니어 환경활동가 지원단 학생들


본격적인 푸드 실습으로 젤리 만들기를 하였다. 먼저 최명자 선생님이 꽃차 시럽과 생수에 곤약가루를 섞어서 중탕하는 방법을 알려 주셨다. 중탕된 재료를 아이들이 각자의 모양 틀에 부어서 식혔다. 다 식힌 다음에 굳어지면 틀에서 빼어냈다. 생각보다 쉽고 간단하게 모양과 색이 아름다운 젤리가 만들어졌다.  동백꽃 시럽을 사용한 젤리는 좀 더 붉은색에 가까웠고, 황화 코스모스라고 노란색 꽃 시럽을 사용한 젤리는 황금 호박색에 가까운 아름다운 색이 나왔다.


젤리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최명자 별꽃달꽃차문화교육원 대표


모양 틀에 붓고 있는 학생들
젤리를 만들고 있는 학생들


동백꽃과 황화 코스모스 꽃 시럽으로 만든 젤리


3. 푸드 업사이클링 교육이 나아갈 방향


일반적인 푸드 업사이클링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푸드 업사이클링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이번 교육 체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다.


(1) 푸드 교육장의 선택

푸드 교육은 일반적인 교육장에서는 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부분 조리 실습이 들어가기 때문에 조리도구와 개수대, 조리대, 식탁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교육장은 책상과 의자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론적인 교육이나 조리가 필요 없는 간단한 만들기 교육 이외에는 진행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지금까지 업사이클링 교육을 스페이스코웍이라는 공유오피스 교육장에서 진행하였다. 이번 푸드 업사이클링 교육은 조리도구와 개수대가 갖추어진 장소에서 해야 하는지 싶어, 파티룸을 포함한 대여 공간을 찾아보았다. 근처에 파티룸이 있었는데, 식탁이랑 그릇, 개수대, 휴게 공간까지 잘 갖추어져 있었다. 푸드 체험 실습을 하기에 좋아 보였지만, 이론 교육을 하기에는 책상 배치와 빔 프로젝트 위치 등이 잘 맞지 않았다.


스페이스코웍에 보니까 일반적인 교육장 외에 넓은 식탁과 푸드 키친 바가 같이 딸린 파티용 교육장이 있기에 이를 예약하여 사용하였다. 조리도구와 그릇 등은 푸드 업사이클링을 담당한 체험 선생님이 가져오셨다.


푸드 업사이클링 교육장


푸드 업사이클링 교육장 식탁


막상 교육을 진행해 보니까, 공간이 참여 인원 16명(아이들 12명 + 학부모 4명)에 비해 너무 넓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정도의 아이들이었는데, 한자리에 차분히 앉아 있기보다는 넓은 공간에서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기도 하였다. 조금 더 아담한 공간에서 했으면 한눈에 아이들을 보면서 교육을 진행하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장에서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


(2) 식품 위생 안전


푸드 교육에서 사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식품위생과 안전이다. 특히 칼과 같은 날카로운 조리도구나, 뜨거운 물이나 기름과 같은 화상 위험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다행히 이번 교육은 젤리 만들기라서 칼과 같은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없어 괜찮았는데, 젤리를 만들 때 뜨거운 물에 중탕하는 과정이 있어 조금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중탕 과정에서 한 학생이 뜨거운 중탕냄비에 살짝 손이 스쳐 찬물에 식혀 주었다.


중탕을 이용한 젤리 만들기 실습


식품위생의 경우에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꽃 젤리 만드는 과정에서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냄비에 빠졌다. 끓이는 과정이어서 아이들이랑 같이 재빨리 건져 내고 계속 진행을 하였지만, 사실 아찔한 순간이었다. 푸드 체험을 담당하신 꽃차 선생님 말씀이 꽃이나 시럽이 달아서 벌레들이 많이 날아든다고 하셨다.


식품에서 벌레가 나오는 경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정답일지 명확하지 않다. 얼마 전에 집에서 복숭아를 먹다가 복숭아 안에서 살아있는 벌레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나는 사실 복숭아 털 알러지가 있어 복숭아 껍질은 만지지 못하고, 껍질 벗긴 복숭아 과육은 잘 먹는다. 그날도 남편이 나 대신 복숭아 껍질을 벗겨서 먹기 좋게 잘라 주었는데, 복숭아 씨 근처에 벌레가 보였다. 일단 벌레가 없는 부위로 한 점 먹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살아있는 벌레가 눈에 계속 들어와서 아깝지만 남아 있는 복숭아 통째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갔다 버렸다. 멀쩡히 먹을 수 있는 것을 버린다고 남편이 엄청 화를 냈다.  그렇지만 눈앞에서 벌레가 꿈틀대는 것을 보았을 때 비위가 상해서 더 이상 먹기가 힘들었다. 사실 복숭아는 벌레 있는 것이 더 달고 맛있다고, 밤에 어두운 데서 먹으면 미인이 된다는 속설이 있기는 하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야채와 과일들은 벌레 한 점 없이 대부분 깨끗하다. 생각해 보면 농약 안치고 자연 그대로 키우면 벌레가 있는 것이 당연하기는 한데, 그래도 벌레가 보이는 것은 왠지 무섭다.


식품 위생과 안전은 100% 다 방어할 수도 없고 정답도 없지만, 그래도 계속 꾸준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인 것 같다.


(3) 효율적인 교육 전달 방법과 내용


이번에 아이들 대상으로 교육을 하면서, 하고 나서 후회스러운 것들이 좀 있었다. 먼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것 같고, 좀 더 재미있게 해 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잘 하기로 유명한 김창옥 강사가 중학생 대상으로 강의 하는 것은 너무 힘들어서 절대로 안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설마 했는데 교육해 보니 바로 무슨 말인지 실감했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길지 않고,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다. 이론 교육보다는 직접 해 볼 수 있는 체험 교육을 늘리는 게 좋을 것 같고, 체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식품 상식이나, 과학 이론들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꽃을 이용해 젤리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인공색소를 사용하는 것보다 꽃과 같은 자연색소를 사용하게 되면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는 식품 정보를 알려 줄 수 있었다. 과학적인 내용도 조리과정에서 눈앞에서 보면서 쉽게 알려 줄 수도 있다. 젤리 만들기의 경우 중탕을 사용하였는데, 왜 중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알려 줄 수 있다. 초콜릿이나 젤리 같은 것은 만들 때 그릇을 직접 불에 대고 가열하면 불에 가까이 있는 부분은 타기 쉽고, 멀리 있는 부분은 잘 녹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밥법이 중탕이다.  과학 실험실에서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멀게 원리를 어렵게 배울 것이 아니라,  요리를 하면서 요리 과학으로서 더 쉽게 원리를 배울 수도 있다.


푸드 교육에 있어서 식품 정보와 영양 상식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꽃의 경우 먹을 수 있는 꽃과 먹을 수 없는 꽃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봄에 피는 진달래꽃은 화전을 해서 먹을 수 있지만, 유사하게 보이는 철쭉꽃은 독이 있어 먹으면 안 되는 꽃이다. 곤약 젤리의 경우에는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지만, 많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되는 부작용이 있다.


꽃으로 따뜻한 차와 차가운 에이드를 다 만들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꽃차는 비타민이 많아 감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음식을 만들 때 보기에 좋은 것도 필요하지만, 맛과 영양을 같이 업그레이 해서  더 나은 푸드 업사이클링이 되면 좋겠다.


꽃차와 에이드


이번에 푸드 업사이클링 교육장에서 꽃으로 만든 젤리는 아이들이 조그만 통에 담아서 집으로 가지고 갔다. 그중에 한 친구가 본인 반 아이들이 스무몇 명이라고 반 아이들 숫자에 딱 맞추어 담아 갔다. 교육장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장난꾸러기 아이들 같았지만, 나름 콩 한쪽도 나누어 먹을 만큼 따뜻하고 생각도 깊었다.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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