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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Dec 20. 2019

일자리 공유 사례

일자리 공유

02. 일자리 공유 사례


한동안 1인 3역을 하고 산 적이 있었다.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겸임교수로 대학원생들을 가르쳤고, 그 와중에 아이 둘을 낳아 길렀다.  1인 3역을 하니까 정신없이 바쁘고 시간 부족에 허덕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 당시 그렇게 바쁘지도,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얼핏 들으면 무슨 슈퍼우먼 스토리 같은데, 사실 나는 슈퍼우먼 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체력도 약하고, 마음도 약하고, 심지어 목소리도 작은 편이었다. 슈퍼우먼이 아닌 나에게는 친정 엄마와 입주 아주머니라는 숨은 병기가 있었다. 엄마가 자주 음식을 가져다주셨기 때문에 음식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었고, 입주 아주머니가 밤에 집에서 자면서 아이 둘을 돌봐 주었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강의 가는데도 무리가 없었다. 


결국 개인이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혼자 다하려고 하면 과부하가 걸리고 지치게 된다. 요즘 직장 다니면서 아이 키우는 맞벌이 부부나,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독박 육아를 한다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옛날분들은 우리 때는 아이 7~8명을 낳아도 농사 지어가면서 잘만 키웠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아이 1~2명 키우는 것도 힘들어한다고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옛날에는 한 집에 많은 가족들이 사니까 아이 돌봐 줄 사람들도 많았지만, 요즘 아이들처럼 세심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경우도 많았다.


이번 주에 작은 아이가 독감으로 아팠다. 월요일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의사가 아이를 학교 보내지 말고 48시간 동안 보호자가 옆에 있으라고 주의사항을 알려 주었다. 나는 다음날 다른 도시에 계획되어 있었던 일이 있어 가야 하는데,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본인은 중요한 회의가 2건 있어 휴가를 낼 수가 없다고 말한다. 평상시 같으면 이웃분들에게 부탁하고 가겠는데, 아픈 아이라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도 망설여졌다. 결국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고맙게도 다른 분들이 내가 하기로 한 일을 나누어해 주기로 하였다.  미안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살다 보면 참 많은 일들이 생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삶이 9시부터 6시까지 회사에서 일하는 삶이라면 유연성이 떨어지게 된다. 정규직이라는 미명 하에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회사를 관두면 백수가 되거나 들어오는 수입도 불확실한 프리랜스라는 이름만 프리 한 직업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 중간의 삶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특기를 살려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고, 고수익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는데 경제적으로 큰 무리가 없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보았다.


공유오피스의 미술 선생님 : 용샘미술 조용경 선생님


11월 28일 목요일에 스페이스코웍 전북혁신점에 공유경제포럼 발표를 하러 가면서, 전북혁신점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조용경 미술 선생님을 만나 잠깐 인터뷰를 하였다.

용샘미술 조용경 선생님


Q1. 어떻게  미술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는가?


- 서울에서 8년간 일하다가 경력이 끊겼다.

- 홍익대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해 졸업 후 해외취업도 했었는데, 임신하면서 일을 관두게 되었다.

- 경력 단절되면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잘할 수 있는 그림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Q2.  어떤 사람들이 주로 수업을 듣나?


- 그림 배우는 분은 여자분들이 대부분이다.

- 전주에는 남편 직장 때문에 수도권에서 내려온 고학력의 스펙이 좋은 부인들이 많다.

- 낯선 곳에서 외로워하는 분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힐링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 이 외에도 중고등학교에서 미술 가르치는 수업을 하기도 한다.

- 타지에서도 강의 듣겠다는 문의가 많이 오는데 대부분 서울이라서 어렵다. 


Q3.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


- 8살, 9살 아이가 있는데 초기에는 친정 엄마가 저녁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돌봐주었는데, 엄마가 힘들어서 못 오시겠다고 해서 저녁 수업은 접었다.

- 오전 수업으로 하루에 3~4시간 정도만 일하는데, 엄마 직업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Q4. 앞으로의 계획은?


- 지금은 그림만 가지고 수업하지만, 사업적으로 발전하는 방법을 찾고 싶었데 잘 모르겠다.

- 단체 강의 같은 것이 많이 연결되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어렵다.

- 전주에 지인이 없어 카페에 홍보하고, 인스타그램 열심히 하는 정도이다.

- 팝아트 수업도 하고 있는데, 그림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보고 싶다.


용샘미술 그림


용선생님 본인은 일하는 엄마도 아니고, full time job도 아니라서 어중간한 면이 있다고 말하지만, 아이 둘을 키우면서 본인의 재능을 살려 그림을 가르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힐링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full time job에 비해 많은 돈을 벌고 있지는 못하지만, 시간이라는 가장 소중한 보물을 아이들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나누어 쓰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 조용경 미술 선생님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스페이스코웍의 아래 인터뷰를 참고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spacecw/221469541124


공유오피스의 영어 선생님 :  Personal English Training, Julie Kim 


내가 있는 스페이스코웍 전남혁신점에는 아름다운 영어 선생님이 한 분 있다. Julie라는 이름을 가진 분인데, 반짝반짝 빛나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저녁에 내 사무실 옆 회의실에서 1 대 1로 영어 수업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는데, 하루는 같이 점심 먹으면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 보였다. 


Julie Kim 영어 선생님


Q1. 하루에 몇 시간 일하는가?


- 요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적은 날은 3~4시간, 많은 날은 7~8시간 수업한다.

- 아침 6시 반에 수업이 있는 날은 5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점심때 수업이 있기도 하고, 저녁 시간 이후에 수업이 있기도 하다.

* 나는 주로 저녁시간에만 보았기 때문에 저녁 수업만 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새벽부터 일하고 있었다.


Q2. 어떻게 공유오피스에서 영어학원을 하게 되었는가?


- 원래는 음악 전공으로 외국 유학 갔는데, 영어 가르치는 일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았다. 다른 곳의 어학원과 기업에서도 영어를 가르쳤지만, 부모님 고향이 이 근처 지역이라 이리 오게 되었다. 

- 영어학원을 정식으로 하기에는 부담스러웠는데, 공유오피스는 큰 임대료 부담 없이 1:1로 영어 수업하기가 좋은 편이라서 내 맘에 들었다.


Q3. 수입은 어떻게 되는가?


- 생각보다 수입이 좋다. 내가 일한 만큼 벌 수 있어 좋다.

- 수입이 유동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Julie  영어 선생님은 올해 결혼하셨다. 앞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더라도 본인의 경력을 단절하는 것 없이 지금처럼 시간을 조절해 가면서 삶의 다양한 시기들을 유연하고 즐겁게 대응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Julie Kim 영어 선생님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스페이스코웍에서 진행한 아래의 인터뷰를 참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spacecw/221158313395


얼마 전에 큰아이가 다니던 영어학원이 갑자기 문을 닫은 일이 발생했다. 외국 이민 갔다가 귀국한 연세가 있으신 원장님이 영어학원을 운영하셨는데, 참 열심히 하셨지만 학원 운영이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던 것 같다. 학원을 새로 오픈한다고 시설 투자도 많이 한 것 같은데, 오픈 한지 1년 남짓 만에 문을 닫게 되어 빚을 많이 지게 된 것 같았다. 학원 운영 경험이 별로 없는 분이 본인이 가진 돈을 다 투자해서,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은 것 같아서  참 안타까웠다. 이분이 공유오피스의 영어 선생님처럼 학원을 바로 오픈하지 않고, 큰 목돈 드는 투자 없이 일자리를 찾으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작성자 : 이계원 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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