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망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음식점이라고 한다. 취직이 안 되어서 또는 퇴직을 하고 나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모아서 음식점을 하다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마저도 위험하게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큰돈 들이지 않고 안전하게 본인의 적성을 살려 창업할 수 있는 공유주방에 대해 알아보자.
목차
01. 공유주방으로 창업하면 좋은 이유
02. 공유주방 사례
03. 공유주방이 나아갈 방향
"직장 때려치우고 카페나 할까?"라고 많은 직장인들이 희망사항을 이야기한다. 퇴직자들이 주로 치킨집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취업이 어려워 자영업으로 음식점을 열었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이런 자발적이거나 비자발적인 음식점 창업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일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숙박 음식점업의 창업 1년 생존율은 55.6%이고, 5년 생존율은 17.7%이다. 즉 1~2년 안에 음식점 반이 문 닫고, 5년 안에 80%가 넘게 문 닫는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위험한 일을 취업이 어렵다거나, 다니는 직장이 힘들다는 이유로 충분한 준비과정 없이 본인이나 가족의 모든 돈을 모아서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음식점이나 카페를 시작하려면 창업 비용이 얼마나 들까? 공정거래위원회의 외식 업종별 평균 창업 비용을 보면 치킨집이 5,725만 원, 한식점이 1억 658만 원, 커피점이 1억 1,683만 원, 주점 9,079만 원, 분식점이 6,618만 원으로 정보공개되고 있다. 즉 치킨집이나 분식집을 하려고 해도 최소 5천만 원이 넘게 들어가고, 카페나 일반 음식점을 하려면 1억이 넘게 들어간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 음식점 창업을 했는데, 5년 안에 열에 여덟은 망하게 되어, 창업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의 삶을 더 곤궁하게 만들 수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보면 주인공 가족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 이유가 유행하는 음식점 창업을 했다가 망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온다.
이와 같은 음식점 창업의 큰 투자 위험에서 벗어나고, 작은 자본으로 안전하게 시작할 수 있는 대안이 공유주방이다. 공유주방의 경우 보증금 1천만 원 전후에 월 1~2백만 원의 임대료를 내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다. 또 시간 단위나 월 단위로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해 보고 적성에 맞지 않거나 잘되지 않으면 쉽게 관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음식점이나 카페 창업은 최소 1년 이상의 임대 기간에 1억 가까운 인테리어와 주방시설 투자 비용 때문에 장사가 잘 안되어도 쉽게 관두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공유주방은 1인 가구가 늘고, IT 기반 배달업이 발달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추세와도 잘 맞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인 가구 비율이 30%를 넘어서고 있고, 배달의 민족이라고 불릴 만큼 배달업이 잘 발달되어 있다. 최근 급격한 인건비 상승과 도심의 높은 건물 임대료를 고려할 때, 인건비와 건물 임대료 부담이 적은 공유주방이 투자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는 자영업 창업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전 세계적인 공유주방 확산 추세에 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위쿡, 공유주방1번가, 고스트키친 등과 같은 많은 공유주방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1월에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공유주방 업체인 고스트키친을 방문하였다.
지하에 있는 공유주방 입구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이 만들어지는 동안 공유주방 내부를 둘러보았다. 27개 정도의 4평 남짓한 개별적인 주방공간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서로 다른 종류의 음식점들이 입점해 있었다.
새로운 주방 형태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지나가면서, 공유주방에 입점해 있는 음식점 주인들에게 공유주방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몇 가지 물어보았다. 처음 이야기한 입점주는 Asian Table이라고 아시안 푸드를 만드는 음식점 주인이었다. 음식점 창업이 처음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외부에서도 식당을 하는 곳이 있는데 배달 전문으로 공유주방을 추가로 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유주방이 요식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배우는 목적으로 주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정식 가게가 있는데 왜 공유주방에 또 오픈했는지가 궁금해 이유를 물어보았다. 외부 식당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컸는데, 여기서는 홀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고, 고객을 홀에서 서비스하는 게 부담이 컸는데 여기서는 배달만 집중할 수 있어 더 편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근처의 딜리셧 부티끄라고 샐러드를 만드는 주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기존 다른 곳에 매장이 있다가 배달 전문으로 들어왔는데, 다른 음식점들과 같이 있어서 정보 공유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공유주방에 대한 좀 더 전문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고스트키친의 김유림 PR Leader와 공유주방에서 주문한 샐러드를 라운지에서 같이 먹으면서 인터뷰를 해 보았다.
- 보통 보증금 1천만 원 전후에, 월 임대료 2백만 원 전후이다. 강남에서 개인 창업을 하게 되면 최소 2억 이상의 창업 비용이 든다.
- 고스트키친 강남역점에 입점한 달떡볶이 사장님을 인터뷰한 언론 보도 결과에 따르면, 공유주방에 떡볶이집을 입점하면서 든 비용은 약 3천만원이라고 한다.(보증금, 임대료, 요리집기, 배민 마케팅비 등)
-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하기 좋은 2개월 코스가 있다.(보증금 170만 원, 임대료 170만 원)
- 하다가 안 맞으면 그만 둘 수 있는 것이 공유주방의 가치이다.
- 타 공유주방 업체의 경우는 인터넷 판매도 하지만, 고스트키친은 배달 전문에 집중하고 있고, 일부 지점은 테이크아웃해서 홀에서 먹을 수도 있다.
- 공유주방의 경우 배달 전문, 푸드코드와 같은 형태, 제조 전문 등 다양한 형식이 있을 수 있다.
-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달앱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의 사장님들의 경우 주문접수시스템 사용법이나, 포장법 등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교육해 드리는 경우가 있고, 입점하신 분들도 서로 이웃 가게 음식을 사 드시면서 메뉴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 한 예로 삼성역점에서 파스타집을 하시던 분이 강남역점 주꾸미 집 메뉴와 브랜드를 받아 가서 주꾸미 집을 내신 적이 있다.
- 발가락이라는 주문접수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입점자분들이 주문접수시스템 없이 해보니까 전화받고, 고객 컴플레인 해결하고, 라이더 응대하고 하는 데만 추가로 한 명의 인력이 필요했다. 주문접수시스템에서는 주문 들어오면 요리 시작 버튼 한 번 누르고, 요리 끝나면 요리 끝났다는 버튼 한 번 누르면 되니까 추가 인력 없이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하신다. 바깥에서 배달 음식 해보신 분들은 너무 편하다고 이야기 하신다.
- 클릭률 대비 주문율 분석, 판매가 잘 안될 경우 음식 메뉴나 가격을 바꾸어 분석하는 컨설팅도 있다.
- 고스트키친 강남역점에 입점한 서울숲쭈꾸미는 메뉴구성, 가격, 음식포장 등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고스트키친의 데이터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마케팅 서비스로 다양한 시도 끝에 답을 찾았고, 매출은 오픈 초기 대비 4배 가량 증가했다.
- 식자재 공동구매, 공동 인력 관리 등은 아직은 안 하고 있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
- 생각보다 배달 시장이 잘 되고 있다. 그렇지만 음식만으로 승부를 봐야 해서 배달음식이 사실은 더 어렵다. 외부 식당의 경우는 음식점 분위기나 서비스 등 다른 고려 요소가 있지만, 배달음식은 맛이 없으면 다시 주문하지 않는다.
- 기존 야식점의 경우 위생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는 고객이 많은데, 고스트키친에서는 지점마다 세프 출신의 전문 매니저가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 기존 외식업 개선하는 부분으로 깨끗한 주방 환경에서 만든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 물류거점 마련, 식자재 공동구매와 커뮤니티 개선 등을 고려하고 있다.
- 고스트키친의 경우 지난해 공유주방이라는 공간이 사장님들께 어떤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해였다면, 2020년은 공간 외 사장님들이 배달음식점을 운영하시면서 도움이 필요하거나 비용을 절감할수 있는 것을 실험하고 검증하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외식 자영업을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고스트키친의 비전이다.
- 미래는 아직 미정이나 IT 기반 배달 시장과 맞물려 큰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공유주방을 직접 방문해서 현장을 살펴보고, 담당자들과 인터뷰하면서 공유주방이 나아갈 방향을 정리해 보았다.
- 일반 식당에서 공유주방으로 진화의 성공의 키는 결국 원가 경쟁력과 관련이 있다.
- 공유주방을 통해 임대료, 인건비, 식재료비, 배달비 등 식당 원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 중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찾을 수 있으야 한다.
- 일반적인 식당의 경우 영업 이익률 30% 정도를 목표로 하는데, 고정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매출은 줄어들고 있어 식당 주인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 공유주방의 경우 배달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입지 제약 요건이 덜해, 일반적인 식당보다 임대료가 적게 드는 반면 배달비 원가 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 식당 원가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식재료비의 경우 식자재 공동 구매를 통해 절감할 수 있다.
-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최근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인건비의 경우 홀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식당보다 인건비 부담은 덜하지만, 공동 인력 관리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더 높일 수도 있다. 식당마다 주문이 몰리는 시간이 다를 수도 있고, 특정 이벤트에 갑자기 일손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 특정 한두 시간을 위해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매출을 포기하기보다는, 공유주방에 공동 인력 풀을 두면 갑자기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 투입해 포장 등 일손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인력 관리가 되고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 공유주방에서 처음 가장 우려되었던 부분은 식중독과 같은 식품 안전 문제였다. 정부에서 처음에 공유주방을 허가하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 중에 하나도 안전 문제였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 보면 오히려 개별 식당의 식품 안전 문제가 훨씬 심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세 식당에서는 전문적인 위생관리자를 별도로 둘 수도 없고, 위생관리도 식당 주인의 성향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뉴스에 가끔씩 나오는 유통기한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는 식품들과 지저분한 주방을 보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식당이 주변에 꽤 많을 지도 모른다.
- 공유주방의 경우 전문적인 위생관리자를 둘 수 있고, 오픈 주방으로 관리할 수 있어 전체적인 식품 안전 관리의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 공유주방에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음식점을 처음 창업하는 사람부터 기존에 음식점을 오래 운영했던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기본적인 정보 교환부터 새로운 메뉴 개발까지 서로 협업하여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 정기적이거나 부정기적으로라도 새로운 메뉴 개발이나 푸드 플레이팅, 포장법, 식품안전 관리 등 입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시행하고, 입점자들도 강사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공유주방의 시너지 효과를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
- 음식을 주문하고 잠시 보니까, 입구 쪽의 배달원들은 간단한 의자에 앉아 음식 주문을 기다리면서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안쪽의 서너 평짜리 개별 주방에서 일하는 입점자들은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일하느라 좀 지쳐 보였다.
- 시스템적으로 보면 음식 주문이나 배달 주문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입점자나 배달원들은 휴식 시간을 확보하고 쉴 수 있지만, 공간적인 측면에서 편안히 쉴 수 있는 여건 개선이 꼭 필요해 보였다.
- 공유주방 건물 내에 입점자와 배달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휴게실과 수면실, 샤워실 등 휴식공간뿐만 아니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구성원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배울 수 있는 공유 공간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당장의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의 근로여건이 편안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지금은 주로 접수 배달 시스템 쪽으로 IT 시스템이 발달해 있는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측 시스템의 강화도 필요해 보인다.
- 지금도 일부 하고 있지만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다양한 음식주문 예측이 가능해지고, 식당 주인의 감으로 준비하는 것보다 정확성이 높아지게 된다. 장소별, 요일별, 날씨별, 이벤트별 등 다양한 변수를 이용해 주문량과 주문 시간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 재고 부담을 줄이면서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치킨집의 경우는 비 오는 날과 아닌 날의 주문량이 다를 것이고, 월드컵과 같은 이벤트 기간의 주문량도 다를 것이다. 갑자기 주문이 몰릴 경우가 예측된다면 음식 재료 준비부터, 조리원 확보, 배달원 확보, 효율적인 배달 동선 결정 등 많은 부분이 사전에 준비될 수 있을 것이다.
* 최근에 코르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일반 식당의 손님들은 줄어든 반면에, 배달 앱과 연계된 공유주방의 매출이 20% 정도 증가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회경제적인 변화의 트렌드를 보면 앞으로 공유주방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 이계원 공유경제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