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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Feb 27. 2020

공유미용실로 창업하기

공유경제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공유경제에 대해 많은 것을 조사 연구했다고 생각했지만, 미용실까지 공유미용실로 진화할 줄은 몰랐다. 공유미용실에 대한 신문 기사를 처음 보았을 때 신기해서 다시 한번 정독해서 읽었는데,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직접 찾아가 보았다. 



목차

01. 공유미용실은 왜 생겼을까?

02. 공유미용실 사례

03. 공유미용실이 나아갈 방향


01. 공유미용실은 왜 생겼을까?


보건복지부 2019년 공중위생영업소 현황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150,546개의  미용업소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미용실들은 많이 생기기도 하지만 폐업도 많이 한다. 우리나라 미용실들은 1년에 2천만 원도 못 버는 영세한 미용실들이 많고,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의 경우도 그 안에서 일하는 미용사들의 월급이 많지 않다. 2019년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미용사 초임 평균 연봉은 1500만 원이고, 전체 미용사 평균 연봉은 3091만 원이었다.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미용사들의 꿈은 자기 미용실을 차리는 것이다. 그런데 도심의 위치 좋은 건물에 개인 미용실을 차릴 경우 높은 건물 임대료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비용도 만만치 않아 꿈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가진 돈에 맞추어 변두리에 조그만 미용실을 차릴 경우에는 인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손님도 적고 비싼 헤어 시술 비용을 받기 어려워 큰돈을 벌기가 어려워진다.


공유주방이 큰 창업비용이나 위험 부담 없이 도심에 요식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면, 돈이 별로 없는 헤어 디자이너들이 도심의 위치가 좋은 건물에 큰 위험 부담 없이 자신의 미용실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든 것이 공유미용실이다. 


02. 공유미용실 사례


우리나라에는 최근 쉐어스팟, 팔레트에이치, 살롱포레스트 등 많은 공유미용실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중 지난 1월에 강남역 근처에 있는 공유미용실 2군데를 방문했다.


쉐어스팟 사례


처음 방문한 곳은 쉐어스팟이라고 강남 역삼동에 있는 프라이빗한 공유미용실이었다.

전날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약속시간인 2시에 맞추어 갔다. 미용실 입구에 들어가니, 안내데스크를 대신하는 태블릿이 보였다. 안쪽으로 개별 룸들이 보였고, 샴푸실과 휴게실 등 공용공간도 보였다.


쉐어스팟 공유미용실


예약한 헤어디자이너인 길주 원장이 나와서 개별 룸을 안내를 해 주었다. 머리가 좀 지저분하게 자라 있어서 헤어컷을 부탁했다. 머리를 자르면서 공유미용실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Q1. 공유미용실의 장점은?

- 창업비용이 적게 든다. 미용실을 개업하려면 보통 1억 이상 비용이 드는데, 여기는 보증금 3백만 원에 월 2백만 원 임대료를 내면 된다. 

- 원래 돈이 없어 시골 쪽으로 미용실 내려다가 공유미용실이 생겨서 들어왔다. 강남 쪽은 적은 비용으로 창업이 어렵다.


Q2. 혼자 하면 힘들지 않나?

- 샴푸부터 시술까지 고객을 혼자서 다 케어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도 더 나은 점이 있고, 별로 힘들지 않다.


Q3. 개인룸으로 되어 있는데 장단점은?

- 고객 입장에서 프라이빗하게 서비스받을 수도 있고, 개인 이야기 나누기도 좋다.

- 고객에 따라서는 답답하다고 하는 분도 있다.

쉐어스팟 공유미용실 개인룸


Q4. 옆방 헤어 디자이너들과는 잘 교류하는가?

- 같은 입장이라 같이 밥도 먹으러 다니고, 으싸으싸 하며 정보교환도 한다.


Q5. 시스템은 어떤가?

-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아 예약되면 문자가 오고, 들어올 때도 따로 데스크 접수요원 없이 예약 접수되는 시스템이라 편하다.


Q6. 고객이 몰릴 경우와,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 예약을 어떻게 처리하나?

- 고객이 많이 몰리거나 시간이 더 필요할 경우 예약을 막을 수도 있다.

- 펌과 같은 시술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조절할 수 있다.


Q7. 프리랜스와 비슷해 보이는데 차이점은?

- 원래 헤어 디자이너는 프리랜스 개념으로 일한 만큼 돈을 버는 구조이다.

- 다른 일정이 있거나 쉬고 싶은 날은 예약을 안 받거나 해서 쉴 수 있다.


Q8. 미용재료들을 공동 구매하는지?

- 샴푸 등은 공동 사용하지만, 염색약 등은 개인 취향들이 있어 헤어 디자이너들이 개별 구매한다.


* 자그마하지만 프라이빗한 단독룸에서 머리를 자르면서 공유미용실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길주 원장은 머리 샴푸로 감겨주기부터 헤어컷까지 혼자서 다 해 주었다. 오랜만에 머리를 시원하게 감고, 단정하게 머리를 자르고 나니까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아졌다.


팔레트에이치 사례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강남역 바로 옆에 있는 팔레트에이치라는 공유미용실이었다. 팔레트에이치를 운영하는 제로그라운드의 김영욱 대표와 사전 약속을 잡아 인터뷰를 했다. 팔레트에이치는 강남역 1분 거리에 있는 입지가 좋은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앞에서 본 개별 룸 방식인 쉐어스팟과는 달리 넓은 공간에 미용실 경대, 샴푸실, 휴게실 카페 등이 펼쳐져 있어서 공간감이 좋아 보였다.  김영욱 대표가 주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공유미용실에 대해 궁금한 것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팔레트에이치 공유미용실 
팔레트에이치 공유미용실에서 김영욱 대표


Q1.  어떻게 공유미용실을 운영하게 되었는가?

- IT 회사 하다가, 핀테크 하다가 정부 규제 때문에 어려워 부동산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 공유주방이 유행하는 것을 보고, next 아이템으로 공유미용실을 찾았다.

- 공유주방은 공유배달이랑 결합한 것이지만, 공유미용실은 성격이 다르다. 공간적 성격과 헤어디자이너의 직업적 성격이 결합된다. 


Q2. 공유미용실이 기존 미용실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 입지의 차이가 있다. 개인 미용실은 비용 때문에 좋은 위치에 가게 내기 어렵다.

- 공간의 감이 다르다. 1인 샵은 열 평 미만인데 공유미용실은 더 크게 가능하다.

- 커피 휴게실 등 공용공간을 크게 가져갈 수 있다. 기존 프랜차이즈보다 나은 공간이 차별화 요소이다

- 공유미용실은 잘 팔리는 공간에 들어가서 실력 있는 미용사들을 섭외해서 데리고 오는 것이 특징이다.

  진입장벽을 낮추어 주는 것으로, 전문가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 가장 차별점이다.


팔레트에이치 공유미용실 카페


Q3. 창업비용은 얼마나 들며, 기존의 개인 미용실에 비해 얼마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가?

- 개인 미용실은 case 별로 다르기는 한데, 근린지역은 10평 정도면 인테리어와 보증금으로 1.5억 정도, 월 4~5백만 원 임대료가 든다.

-공유미용실은 보증금 5백만 원에, 월 250만 원 임대료이다.


Q4. 새로운 시스템은 기존의 미용실 관리 시스템과 어떤 점이 다른가?

- ICT 관점에서 보면 기존 샵들도 네이버 예약을 하고 있어, 시스템적 개선은 크게 일어나고 있지는 않다.


Q5. 헤어 디자이너 간에 협업이나 교육이 같이 진행되는 것이 있는가?

- 오픈하면 7~8명 정도 같이 하게 될 것 같은데, 총 16명 정도 들어갈 수 있어 협업 가능하다.

- 유튜브 촬영실이 있어 같이 사용 가능하다.


Q6. 미용기구와 자재들은 공동구매하는가?

- 미용재료들은 공동 구매해서 좀 더 고급 재료들을 살 수 있다.

- 샴푸 등은 기본 비용에 포함해서 제공하고 있다.


Q7. 공동 브랜드 구축과 홍보 마케팅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 고객 입장에서는 브랜드보다는 머리 잘하는 디자이너가 있으면 된다.

- Wework와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과도 마케팅 제휴했다.

- 지역기반 마케팅을 하고 있다.


Q8. 공유미용실에 대한 외국 사례가 있는가?

- 미국과 일본 공유미용실 사례가 있다.

- 미국은 월마트 옆에 공유미용실이 크게 있다. 미국은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쇼핑몰 같은 곳에 모여 있어야 한다.

- 일본의 경우는 고객 예약 시간에 그 시간만 디자이너가 미용실 공간 빌려서 쓰고 있다.

- 일본은 한국과 같은 생각에서 공유미용실이 나왔다. 일본 공유미용실 방문해서 사례 참조했다. 


Q9. 구독 서비스를 할 의향은 있는지?

- 구독은 소유보다 좀 더 Lite 한 형태이다.

- 월간 헤어라는 서비스가 있다고 들었지만,  월  정액제로 헤어, 염색 등이 가능하나 아직은 실험단계인 것으로 안다.


Q10. 공유미용실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공유미용실은 공간의 속성도 있지만, 사람이 가지는 캐리어적 특징이 있다.

- 헤어 디자이너들이 10년 이상해도 자기 샵 못 여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이다.

- 공유미용실은 전문가 집단들이 공간 독립을 위한 플랫폼이다. 


 * 김영욱 대표랑 이야기하면서 젊은 사람이 참 열심히 조사 연구하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업은 시대 운을 잘 맞추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거의 모든 업계가 다 힘든 이 시기에,  무사히 헤쳐나가 미래를 잘 개척했으면 좋겠다.


03. 공유미용실이 나아갈 방향


공유미용실을 방문해서 머리도 해 보고, 담당자랑 인터뷰도 해 보면서 공유미용실이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았다.


1.  토털 뷰티 서비스 제공

- 공유미용실은 단순히 머리만 하는 헤어 미용실 기능뿐만 아니라 메이크업, 네일아트, 피부 관리 등 토털 뷰티 서비스 제공 기능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 개인 미용실에서 공간이나 인력의 한계로 하기 어려운 토털 뷰티 서비스를 하게 되면, 고객 집객 효과도 있고 사업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


2. 가격 경쟁력 확보

- 공유미용실들은 대부분 도심의 접근성이 좋은 요지에 위치하기 때문에 헤어 비용이 동네 미용실보다 비싼 편이다.

- 우수한 헤어 디자이너로부터 일대일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시간당 인건비를 고려하면 헤어 비용이 아주 비싸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가격이 높으면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 중국집에 가도 저렴한 짜장면부터 비싼 요리까지 다양하게 메뉴에 있는 것처럼, 공유미용실도 헤어 디자이너별, 시간대별, 헤어 시술별 등 다양한 가격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 셀프 샴푸, 재료 공동 구매, 인력 공동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3. 삶의 휴식 공간 제공

- 휴식공간은 공유미용실의 헤어 디자이너들의 근무 여건 향상뿐만 아니라, 고객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 회사원들의 경우 아침에 바쁘게 출근하느라고 머리도 못 감고 출근할 때가 있다. 점심시간에 잠깐 리프레쉬할 공간도 필요하고, 야근에 지친 몸을 잠깐 눈 붙이고 쉴 공간도 필요하다.

- 수면실, 안마의자, 스타일러 옷장 등을 갖추어 놓고 삶의 쉼터가 되는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 찜질방에 가보면 일회 입장하는 손님도 있지만, 월 정액권을 끊어 놓고 매일 일정 시간을 찜질방에서 보내는 손님들도 많다. 달 목욕이라고 하는 데 이 고객들은 찜질방에 대한 충성심이 높고, 기본 매출을 책임져 준다.

- 도심에 위치해 주변에 사무실이 많은 공유미용실 입지의 특징을 활용해, 월정액이나 회원제 할인 서비스를 통해 매일 공유미용실을 이용하는 고객을 확보하는 것도 안정적 고객 확보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 공유미용실이 힘든 일자리 환경에서 도심 속 오아시스와 같은 편안한 휴식공간이 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팔레트에이치 디자이너 휴식공간
팔레트에이치 공유미용실의 휴식공간


* 옛날에 삼성에서 근무할 때 시간이 촉박한 제안서를 쓰느라고 며칠밤을 회사에서 보낸 적이 있었다.  처음 며칠은 회사 책상에서 잠깐씩 눈 부치면서 견뎠다. 며칠 지나니까 머리도 가렵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새벽에 회사 바로 앞 사우나에 가서 목욕도 하고, 따뜻한 곳에서 한두 시간 자고 오니까 살 것 같았다. 무사히 제안서를 내고 나서 회사 창문으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면서 이제 끝났구나 집에 가서 편안히 잘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젊을 때랑 달리 나이가 드니까 요즘은 며칠이 아니라 하루만 밤을 새도 몸이 앞뒤로 흔들리는 피곤한 느낌이 든다.


** 요즘 TV를 보면 질병관리본부의 정은경 본부장의 초췌한 얼굴과 흰머리가 눈에 많이 띈다. 한 달 넘게 쉬지도 못하고 매일 철야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힘들까 걱정도 많이 된다. 무사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끝나서, 미용실에 가서 흰머리 염색도 하고, 좀 더 산뜻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힘차게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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