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by 이계원

도서명 : 농담

작가/역자 : 밀란 쿤데라/방미경 옮김

출판사 : 민음사

평점: ****



독서 소감

- 모든 것은 농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체코 프라하의 대학에 다니는 루드비크는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농담 같은 엽서를 보냈다가, 본인의 정치사상을 의심받아 공산당과 대학에서 쫓겨난다. 그냥 농담으로 쓴 짧은 글이었는데, 그 시대의 엄숙한 사람들은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를 공개 비판한다. 결국 그는 석탄 캐는 일을 하는 유배지 군 복무를 하게 된다. 비참한 군 복무 기간 동안에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접하고, 현실을 잊으려고 순박한 아가씨인 루치에와 연애도 해 보지만 고통만 얻는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당에도 복당하고 학교에도 돌아왔지만, 자신의 젊은 날을 비참하게 만든 사람들을 용서하기가 힘들다. 15년의 세월이 지나고, 자신을 공개 비판한 친구 파벨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부인 헬레나를 유혹한다. 오랫동안 가지 않았던 시골 고향 도시에 돌아온 그는 헬레나와 밀회하기 위해 지인인 코스트카의 방을 빌린다. 코스트카는 그가 믿는 종교 때문에 루드비크와 비슷하게 학교와 직장에서 쫓겨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코스트카는 루드비크와 다르게 복수가 아니라, 도피 또는 승화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다.


루드비크의 고향 마을에는 어린 시절부터 같이 음악을 했던 친구 야로슬라프가 살고 있다. 그는 민속음악을 하는데, 점점 중요성을 잃어가고 있는 민속음악과 전통을 지키는 것에 대해 회의를 가지고 있다. 루드비크는 처음에는 자신의 젊은 날을 생각나게 하는 야로슬라프와 마주치는 것을 싫어했고, 고향마을을 빨리 떠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파벨에게 복수하려고 벌였던 헬레나와의 정사가 생각지도 못한 농담 같은 상황으로 전개된다. 파벨은 헬레나보다 더 젊고 아름다운 여대생과 연애를 하고, 헬레나는 설사약을 죽는 약인 줄 잘못 알고 먹고 자살소동을 벌인다. 이런 일련의 소동 속에서 루드비크는 복수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옛날 음악 연주에 몰입한다. 음악회 중간에 야로슬라프는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운명은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 소설의 작가인 밀란 쿤데라도 사실 이 농담과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 그의 경험이 이 소설에서 농담 같지만 웃어넘길 수 없는 비극적인 역사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을 것이다. 일제시대나 6.25 사변 같은 시대가 아니더라도, 1980년대 삼청교육대도 비슷한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말 한번 잘못했다가 사상을 의심받아서 이상한 곳으로 끌려가서 목숨을 잃거나 비참한 상황을 겪게 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소설 <농담>과 같은 상황이 더 이상 우리 시대에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SNS과 발달한 요즘 같은 시대에 더 많은 일들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SNS에 글 하나 올렸다가, 우파 좌파 논쟁에 휩쓸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전체적인 글의 내용이나 문맥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데, 일부 글만 짤라서 보여주는 악마의 편집에 의해서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한 발짝 물러서 보면 모든 것이 선명해 보이는데, 우리가 선이라고 믿었던 사상이 지배하는 광기의 시간에는 전체를 볼 만한 안목도 인내심도 없다.


밑줄 친 문장

예전에 내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얼른, 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확신에 의해서 혹은 두려워서) 그랬던 것처럼 그들 모두가 손을 들고 만다. 그러니 인정하시라. 당신을 유배 보내거나 사형할 테세인 이들과 같이 산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내 인생의 전부가 엽서의 농담과 더불어 생겨났던 것인데? 나는 실수로 생겨났던 일들이 필연성에 의해 생겨난 일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실제적이라는 것을 느끼며 전율했다.


책을 읽고 생각난 질문

-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인생이 망가지면 어떡하지?

- 내 신념이 만약 나를 고난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 하고 싶은 말을 분명히 할 수 있을까?


같이 보면 좋은 책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206142


나의 한 줄 추천사

- 누구나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농담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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