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야성의 부름
작가/역자 : 잭 런던/권택영 옮김
출판사 : 민음사
평점: ****
- 이 책에 나오는 벅은 큰 늑대개다. 하얀 털을 가진 용감하고 영리한 개인데, 처음에는 미국 남부 판사 집에서 사랑받으면서 귀족 같은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도박빚에 몰린 이 집 정원사 보조에 의해 몰래 낯선 사람들에게 팔린다. 곤봉에 맞고 채찍질당하면서 낯선 인간에게 저항하지 못하도록 혹독한 경험을 당하고, 썰매를 끄는 개로 알래스카에 팔려간다.
벅이 기존에 살았던 세상은 따뜻한 기후의 미국 남부로 대표되는 교양 있는 세계였다면, 벅이 팔려간 알래스카는 추위 속에서 생존을 다투는 야생의 세계이다. 알래스카에서는 처음에는 특급 배달 우편 마차를 끄는 사람들에게 팔려가 훈련을 받고 스스로 썰매개의 리더가 되어 두각을 나타낸다. 다음에는 황금을 찾는 사람들의 우편물을 배달하는 일을 하는데, 단조롭고 힘든 일에 지쳐간다. 세 번째는 황금을 찾아 나선 엉터리 가족에게 팔려가, 어리석은 일가족의 판단 착오로 다른 개들과 가족은 얼음에 빠져 죽고 벅만 살아남는다.
이 책의 주인공인 벅은 개이지만, 이 소설은 인간 세계와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은유일 수 있다. 첫 번째 주인들은 그나마 체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두 번째 주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돈 벌기 위해 지루하고 힘든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 일에는 희열과 고통이 공존했다.
마지막 세 번째 어리석은 가족 이야기에서 많은 것이 느껴졌다. 일을 하는데 필요한 실제적인 지식도 없고 능력도 안되면서, 일확천금을 하겠다는 욕심만 많아서 무모하게 일을 벌였다가 본인들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사람들이다. 교양인의 세계였던 미국 남부에서 온 남편과 아내, 처남 3인 가족은 처음부터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추운 겨울에 썰매개가 모는 썰매에 짐을 싣고 먼 길을 가야 하는데, 쓸데없는 짐이 너무 많았다. 결국 대부분의 짐을 길거리에 버리고 출발하게 되는데, 가는 도중에도 먹을 것에 대한 계산도 제대로 못해 굶어 죽을 위험도 처했다. 이 3인 가족 캐릭터 중에 내 눈에 가장 띈 사람은 아내인 머시디스이다. 처음에는 미국 남부에서 온 교양 있고 자비심 있는 여성으로서 채찍질당하는 개들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고, 굶주린 개들에게 먹을 것을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한다. 그렇지만 본인이 지치고 힘들어지니까 스스로 걷지 않고, 개가 끄는 썰매에 타고 가려고 해 개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결국 인간이 가진 교양이라는 것이 여유 있는 삶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극한의 한계상황에서 자비롭고 교양 있기는 힘들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손턴이라는 사람의 도움으로 혼자 살아남은 벅은 자신을 살려준 손턴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충성을 다한다. 벅의 도움으로 큰 내기 돈을 벌게 된 손턴은 본인의 꿈이었던 황금을 찾으러 떠났다가 인디언의 습격을 받아서 죽게 된다. 그즈음 늑대개로부터 야성의 부름을 받은 벅은 인간 세상을 떠나 야성의 세계로 돌아간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이 탄탄하다. 작가인 잭 런던이 알래스카에서 직접 체험한 경험들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허구인데도 사실적 묘사도 뛰어난 편이다. 내게는 기본적으로 개나 고양이를 포함해 모든 동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지만, 이 책은 그 막연한 공포를 뛰어넘게 해 주는 흡입력이 있다.
생존경쟁이라는 무자비한 투쟁에서 도덕성은 허영에 불과하고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다. 개인의 감정과 재산을 존중하는 것은 사랑과 동포애의 법이 발휘되는 남부에서나 가능했다. 그러나 곤봉과 송곳니가 지배하는 북극에서 그런 것을 지키는 놈은 바보였고 그러다가는 살아남지 못했다.
지배자가 되든 지배를 받든 둘 중 하나였다. 자비를 베푸는 것은 나약한 행동이었다. 원시적 삶에서 자비란 존재하지 않았다. 자비는 공포로 오해받았고 그런 오해는 죽음을 불렀다. 죽이느냐 죽느냐, 먹느냐 먹히느냐 이것이 유일한 법이었다.
- 열악한 환경이 되면 인간에게도 동물의 본성이 나올까?
- 사람도 폭력 앞에서는 길들여질까?
- 돌아온 래시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8513
* 어릴 때 외화 시리즈로도 했던 내용인데,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한 내용이다.
- 개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인간 세계를 대비해 보기 좋은 흡입력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