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하나의 새로운 체제가 구체제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이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유럽 중심도시인 파리에 와서 귀족 여인과 결혼하려다 실패한 이야기라서 슬픈 러브스토리처럼 보이지만, 사랑 이야기 이면에 더 큰 주제는 신구 문명의 충돌이다.
이 책의 남자 주인공인 크리스토퍼 뉴만은 19세기 새롭게 성장하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여 큰돈을 번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그는 유럽에 여행 왔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결혼하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내감은 아름답고, 착하고, 지적인 여자다. 대부분의 남자들의 이상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트로피 와이프(성공한 중장년 남성들이 마치 부상으로 트로피를 받듯이 젊고 아름다운 전업주부 아내를 얻는다는 뜻에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출처 : 지식백과)를 기대하고 있는 느낌이다.
친구 부인으로부터 프랑스 귀족 가문인 벨가드 집안의 클레어를 소개받는데, 그녀는 그가 생각했던 대로 아름답고 우아하고 지적이고 착하다. 그런데 그녀의 집안인 벨가드 집안은 만만한 귀족 집안이 아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클레어를 18살에 60살 넘은 늙은 백작에게 돈과 지위 때문에 시집보냈던 적이 있는 무시무시한 노부인이다. 클레어가 결혼한 지 2년 만에 남편이 죽어 친정으로 돌아오자 다시 돈 많은 귀족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한다. 클레어 본인은 끔찍한 결혼생활을 했기 때문에 다시는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뉴만은 벨가드 집안을 찾아가서 돌직구처럼 클레어에게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결혼에 뜻이 없었던 클레어는 뉴만의 극진한 애정에 결국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녀의 어머니와 후작인 큰오빠는 귀족 작위가 없는 평민인 뉴만을 탐탐하게 여기지 않지만, 큰 사업가인 뉴만의 돈을 보고 결혼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녀 집안에서는 뉴만을 주변의 귀족들에게 소개해주기 위해 큰 파티를 연다. 뉴만은 이 파티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감을 느끼지만, 클레어의 어머니와 큰오빠는 뉴만의 사회적 지위와 에티켓이 귀족 가문인 본인들에게 맞지 않다고 판단해 결혼을 파토시킨다.
클레어는 어머니의 뜻을 따라 뉴만과의 결혼을 깨끗이 포기한다. 그녀는 독신으로 살기 위해 수녀원으로 자발적으로 들어가 버린다. 뉴만은 처음에는 클레어가 어머니의 뜻에 따라 다른 귀족 친척이랑 결혼하는 줄 알았다가, 결혼을 피하기 위해 감옥 같은 수녀원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알고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나 실패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에 이해가 안 되었던 것은 클레어였다. 10대 어린 소녀도 아니고, 한번 결혼했었고 20대 중반의 지적인 여자인 클레어가 왜 어머니가 반대한다고 결혼을 포기하고 스스로 수녀원에 들어갔을까? 남편을 따라 미국에 가서 결혼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스스로 감옥 같은 삶을 선택했을까? 다시는 결혼하고 싶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우리 시대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행동과 사고를 그녀가 가지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클레어의 늙은 어머니만 해도 처음에 어린 딸을 돈과 지위를 보고 늙은 남자에게 시집보냈고, 뉴만의 돈을 보고 결혼을 허락해 줄듯이 보였지만, 결국 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딸의 결혼을 포기시킨다. 결국 돈 보다도 귀족이라는 사회적 신분이 가장 중요했던 것이다. 이것은 일제시대 정도의 우리나라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양반과 상놈이 법적으로 혼인을 못 하지는 않았다. 다만 몰락한 양반 가문에서 돈 많은 평민이나 상놈 가문과 결혼한다고 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라. 아마 비슷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여기서 미국에서 온 뉴만은 절망한다. 본인은 신대륙에서 본인 스스로의 노력으로 큰 부를 일구고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구대륙에서는 본인의 노력이나 의지와는 상관없는 출생 신분으로 삶의 방식이 결정되어야 한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이나, 구대륙의 희생양인 클레어를 구하려는 돈 많은 신대륙 미국인인 뉴만의 노력은 결국 실패한다.
옛날에 미국 대륙을 기차를 타고 반쯤 횡단한 적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차를 타고 시카고까지 갔었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어 보이는 너른 풍경이 펼쳐졌다. 기차에 누워서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고, 밤에는 별을 보았다. 그 당시 어떻게 살지 고민이 많았었는데, '이렇게 넓은 세상에 내가 가진 고민은 우주의 티끌처럼 참 작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 차올랐던 기억이 난다.
밑줄 친 문장
난 최고를 원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최고란 돈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 그렇지만 돈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 게다가 난 어떤 노고도 아끼지 않을 셈이야.
책을 읽고 생각난 질문
- 남편과 부모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다른 세상에서는 당연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