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삶의 한가운데
작가/역자 : 루이제 린저/박찬일 옮김
출판사 : 민음사
평점: ****
- 이 책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여자 형제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든지 혹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
사실 맞는 이야기이다. 나도 언니가 있지만 어떨 때는 언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표면에 드러난 것 외에는 사실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언니도 나에 대해서 마찬가지일 거다.
이 책의 화자는 니나라는 여자 주인공의 언니이다. 언니는 열두 살이나 어린 동생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결혼한 후 외국에서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고, 독립적인 동생의 성격으로 인해 마음도 더 멀어져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다시 만난 동생의 부탁으로 동생의 집에 며칠 동안 머무르게 된다. 동생은 멀리 런던으로 떠나려 하고, 짐을 싸고 있었다.
동생이 이삿짐을 싸고 있는 황량한 독일의 빈집에서 자매는 몇십 년간 살아온 이야기를 하게 된다. 마침 동생인 니나를 18년간이나 짝사랑했던 의사 슈타인 박사의 일기장이랑 편지가 배달된다. 언니는 슈타인 박사의 일기를 읽으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불안정 했지만 생명력이 충만했던 동생 니나의 삶을 알게 된다.
니나는 처녀 시절부터 독립적인 성격이어서, 아버지의 파산으로 인해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하게 되었을 때도 경제적 도움을 주겠다는 슈타인 박사의 청혼도 거절하고, 혼자서 삶이 주는 역경을 받아들인다. 불안정하게 많은 남자를 사귀고 임신과 결혼으로 인한 고통도 겪고, 자살도 시도하지만 작가로서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다. 이런 니나의 생명력과 독립적 성향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으로 비치지만, 그녀는 그 성격으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 고통을 많이 겪게 된다.
니나는 나치 시절에 나치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다가 전쟁이 끝나고 풀려난다. 작가인 루이제 린저의 자서전적인 내용도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는데, 니나의 성격도 작가의 캐릭터를 많이 닮았다.
<삶의 한가운데> 소설 속에 니나가 쓰는 소설의 형식으로 <한나 B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나치에 반대하여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난 여자인데, 어느 날 자신의 집에 부상당한 군인이 찾아온다. 주인공은 팔에 새겨진 나치의 문신을 없애려다가 상처가 농해서 죽어가는 나치 장교를 살려준다. 나치를 싫어했고 그로 인해 고통을 당했지만, 고발하거나 모른척하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선택을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니나의 캐릭터는 참 독특하다. 순종적인 여성도 아니고 상당히 독립적이고 자기 주관이 강해서 수많은 삶의 풍파를 겪는 것으로 나온다. 그녀의 성격은 그녀의 매력이면서 동시에 고통의 원인이다.
나는 이 소설을 10대에 처음 읽었었는데, 그때는 번역된 책 제목이 <생의 한가운데>였다. 읽으면서 글이 뭔가 안개에 싸인 듯이 모호하게 느껴졌었다. 수십 년 만에 다시 읽어 보니 그때만큼 모호하지는 않은데, 불안정한 삶을 사는 동생인 니나가 아니라, 지루해 보이지만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언니의 삶에 더 마음이 간다.
나는 무엇 때문에 더 살아야 하는가, 라고. 나는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또,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는 이런 인생을 계속 영위해야 할 의무도 알지 못한다.
모든 사람들은 말해. 니나 부슈만은 현대 여성이고 해방된 여성의 전형적인 본보기이다. 그녀는 스스로 벌고 아이들을 혼자 키운다. 남자가 필요 없다. 남자처럼 분명히 사고하고 생을 움켜쥐고 마치----- 아, 모르겠어. 그러나 이것은 나의 한 부분일 뿐이야.
- 인간은 자신의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까?
- 불행으로 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선택들은 왜 하게 될까?
-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 고원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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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 만큼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작가의 생각과 글의 뿌리를 볼 수 있다.
-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는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삶의 고통과 생기를 동시에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