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다섯째 아이
작가/역자 : 도리스 레싱/정덕애 옮김
출판사 : 민음사
평점: ****
- 이 책의 주인공인 해리엇과 데이비드는 1960년대의 젊은 부부로는 특이하게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 한다. 그래서 런던 교외에 정원 딸린 빅토리아풍의 방이 많은 큰집도 무리해서 사고, 결혼하자마자 아이들을 낳기 시작해 네 명의 아이들을 연달아 낳는다.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교육시키겠느냐는 부모 친척들의 우려에도 이들 부부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부부는 빅토리아풍의 큰집에 부모, 형제, 사촌, 지인들을 초대하여 많은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 여름휴가와 크리스마스 휴가 등을 보내며 웃음이 창문으로 새어 나가는 이상적인 행복한 집을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행복한 부부에게 다섯째 아이는 고통으로 찾아온다. 임신했을 때부터 과도한 에너지로 엄마인 해리엇을 힘들게 하더니, 태어난 아이는 정상적인 아이라기보다는 다른 종족인 도깨비에 가까운 모습과 낮은 지능과 엄청난 힘을 가져 부모와 형제들을 고통 속에 빠뜨린다.
다섯째 아이인 벤으로 인하여 가족의 삶은 완전히 무너진다. 아이의 이상한 모습과 공격성에 친척들이 더 이상 이들 부부의 집에 오려하지 않고, 아이를 집에 두지 말고 요양소에 보내라고 한다. 엄마인 해리엇은 모성 본능으로 요양소에 갇혀서 다 죽어가는 아이를 찾아 다시 집에 데려오고, 부부와 다른 네 명의 아이들의 삶은 다시 망가진다. 부부의 다른 아이들은 각자의 행복을 찾아 집을 하나둘씩 떠나 버린다.
결국 큰 빈집에 해리엇과 다섯째 아이인 벤만 남게 된다. 벤은 폭력적인 부랑아 같은 아이들을 집에 데려오고, 집을 엉망으로 만든다. 해리엇은 행복한 가정을 꿈꾸었던 그녀의 큰집을 팔고 남편인 데이비드와 같이 작은 새집으로 이사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들 부부의 집을 떠난 벤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 집과 아이는 상당히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행복의 원천이기도 하고 고통의 원천이기도 하다. 해리엇과 데이비드 부부는 다른 사람들이 다 말리는데도 아이를 많이 낳는 삶을 선택한다. 그런데 본인들이 삶의 방식을 결정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들 부부는 아이들을 많이 낳고 좋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본인들의 능력이 부담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비싼 큰 저택을 산다. 모자란 돈은 결국 데이비드의 부자 아버지가 대주는 것으로 나온다. 또 아이들을 키울 때도 해리엇 혼자서 여러 명의 아이를 돌볼 수 없으니까 해리엇의 엄마가 와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으로 나온다. 결국 양가 부모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금전적으로나 체력적으로도 육아를 감당할 수 없으니까 아이들을 그만 낳으라는 부모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아이를 다섯이나 놓는다.
이들 부부가 꿈꾸었던 큰 집에 많은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많은 일가친척들이 모여서 같이 휴가도 보내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10년도 지속되지 못했고, 그 보다 훨씬 긴 세월을 아이가 주는 고통 속에서 보내어야 했다.
비정상적인 다섯째 아이가 태어난 이유에 대해서 이들 부부는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인다. 남편인 데이비드는 우연히 나쁜 유전자가 발현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았고, 아내인 해리엇은 행복을 꿈꾸었던 자신들의 오만에 대한 신의 벌이라고 말한다.
옛날에 아는 분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본인의 늦둥이 네 번째 아이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아이가 염색체 이상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위의 세 아이들이 너무나 예쁘고 건강하였기 때문에, 네 번째 태어나는 아이는 얼마나 더 예쁠까라고 생각했지,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이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가족의 고통의 무게에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났다.
귀족 계급 - 그래, 그들은 토끼같이 애를 많이 가질 수 있고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그럴 돈이 있거든. 그리고 가난한 사람도 애를 가질 수는 있겠지. 그 반은 죽을 것이고 그것도 당연하다고 느끼니까. 하지만 우리같이 중간에 있는 사람은 애를 갖는 일에 신중해야 돼. 애를 잘 키우려면 말이야. 너희들은 그 점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
- 부모는 자식을 선택할 수 있을까?
- 불행해진다는 것을 안다고 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가족이 아닐까?
- 이상적인 가정이라는 모호한 과시욕에서 삶의 본질을 놓치고 있지 않을까?
- 빅토리안 하우스
https://m.blog.naver.com/britishcouncilkorea/220936447169
* 이 책에 나오는 빅토리안 하우스의 물리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그 당시 집이 상징하는 이상적인 가족상도 같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도리스 레싱이 쓴 이 책은 깊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