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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Dec 21. 2020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올해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전 세계 사람 누구나 다 경험한 코로나 시대를 살아왔고, 개인적으로는 아버지가 내 곁을 떠나 한 줌 흙으로 돌아가셨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1년 동안 수많은 책으로부터 위로를 받았지만, 글쓰기도 많은 위로가 되었다.


"위로가 필요한 시간,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라.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 잠깐의 위로보다 스스로 치유되는 기적을 만날 수 있다" - 셰퍼드 코미나스가 쓴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책의 표지에 나오는 문장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057483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의 시작


나는 글쓰기를 일기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 사실 일기는 어린 시절 학교에 매일 내야 하는 숙제로서의 일기 외에는 몇십 년간 써 본 적이 없었다.  2016년에 나주로 이사 오면서 이사 온 첫날부터 1년 동안 365일 매일 일기를 썼다.  처음에는 책을 쓰기 위한 필력을 높이려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새로 이사 온 도시에서의 삶을 매일매일 적어 나가다 보니 글쓰기가 점점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하루하루로 보면 큰 변화 없이 소소하게 이어지는 삶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는 계절이 변하고 폭풍우가 치기도 하고, 아이들이 성장하기도 하였다. 시간은 망각을 동반한다. 지금은 다 기억날 것 같아도 몇 년 전에 무엇을 했는지는 사진과 일기장만이 알려 줄 뿐이다.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의 저자도 일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일기에 보존하는 생각들은 나중에 기억이라는 형태의 선물로 변한다. 그날그날의 경험은 기록해두지 않는다면 분실하기 쉽다. 따라서 글쓰기는 당신이 보내고 있는 오늘을 기억하기 위한 전제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치유를 위한 글쓰기


큰 사고를 당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하는 고통을 겪은 사람들은 삶이 힘들어진다. 시간이라는 마법이 서서히 자연 치유를 해 주기는 하지만, 그 시간을 견뎌나가는 것 자체가 고통일 수 있다. 이때 치유를 위한 글쓰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부나 고통을 드러내 글로 쓰는 과정 자체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상처는 드러내야 안에서 곪지 않고 건강하게 나을 수 있다. 글로 써 보면 감정도 정화가 되고, 객관화도 된다.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의 저자는 "글쓰기는 당신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와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인생의 문제를 정면으로 검토하는 데 결정적인 보탬을 주게 될 것이다. 글쓰기를 치유의 힘으로 작동시킨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당신의 여정에 따듯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한다.


치유의 글쓰기 연습


글을 쓰는 것은 어렵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읽 것은 좋아했지만, 글쓰기는 별개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내게는 글을 쓸 만한 특별한 경험이나 창조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일단 글을 써 나가다 보니까, 생각보다 글로 쓸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한 글들을 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요약과 기억에 남는 문장 정도였는데, 쓰다 보니까 점점 내 생각들이 많이 들어가게 되었다. 단순히 책 내용을 요약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내 경험과 생각들이 책의 내용들과 같이 어우러지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글쓰기를 출발하면 된다. 만약 그런 특별한 게 없다고 생각된다면, 누구나 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여행 이야기부터 가볍게 시작해 보아도 된다.


전문적인 글쓰기를 해 보는 것도 좋겠지만 시작은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소재도 아니고 지속성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해도 하다 보면 소재도 풍부해지고 글솜씨도 늘어난다.


행복의 재발견


젊은 날에는 신이 불공평하게도 내게 좋은 것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많이 노력했는데도 공부도 쉽지 않았고, 일도 쉽지 않았다.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기에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십이 넘어 돌이켜 보니 신이 있다면 내게 참 좋은 것들을 많이 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부모를 주셨고, 좋은 학교를 나왔고, 좋은 직장을 다녔다. 그 당시에 이미 행복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가진 것의 가치를 알지 못했고, 내가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찾아 헤매었다.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의 저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행복은 내 손에 이미 거머쥔 것들 중에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다시 가꾸느냐에 따라 더 행복해지거나 덜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코로나나 다른 여러 가지 이유에서 삶이 힘들게 느껴질 때일수록, 내가 가진 것 속에서 행복을 재발견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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