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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Mar 19. 2021

당근마켓으로 시작하기

몇 년 전에는 공유경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그게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다시 올 때가 많았다. 그러면 공유경제의 사전적 정의부터 시작해서, 공유오피스나 공유주거, 공유모빌리티 등의 국내외 사례들을 장시간 설명해 주곤 했다.  요즘은 그냥 "당근마켓 해 보신 적 있으시죠? 공유경제는 당근마켓 같은 거예요."라고 쉽게 이야기해준다. 3년 전쯤 공유경제에 대한 책을 쓸 때 당근마켓 사례를 인터넷에서 처음 접하고 재미있고 유용한 앱이라고 생각해 책에 짧게 소개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보니까 당근마켓은 내가 예상했던 것을 훨씬 넘어서 국민 앱이 되어 있다.


https://www.daangn.com/

연구자로서 뿐만 아니라 당근마켓의 애호가로서 당근마켓의 장단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리해 보았다.



1. 당근마켓의 장점


당근마켓의 장점으로는 지역기반, 매너평가, 환경성, 경제성을 들 수 있다.


당근마켓은 우선 지역기반이라는 큰 장점이 있다. 기존에 중고나라라는 큰 중고거래 사이트가 있긴 했지만, 중고물품을 샀더니 벽돌이 택배로 왔다는 사기 사례부터 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중고나라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물건을 직접 보지 못하고, 주로 비대면 거래를 하기 때문에 신뢰의 문제가 많이 제기되었다. 이에 반해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직거래 마켓'이라는 약어처럼 동네 인증을 통해 지역기반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신뢰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가까운 동네에서 직접 물건을 보고 거래하거나, 비대면이라도 같은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에 동네 사람에게 사기를 치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또 당근마켓은 매너 평가를 통해 거래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36.5도에서 출발하는 매너 온도는 좋은 평가를 받으면 조금씩 올라가도록 되어 있고, 평가가 나쁘면 온도가 내려간다. 매너 온도만 보아도 이 사람이랑 거래를 하는 것이 좋을지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평가 시스템을 통해 거래 시 좋은 평가를 받도록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매너 온도가 올라가는 선 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https://www.daangn.com/wv/faqs/135


당근마켓의 또 다른 장점은 환경친화적이라는 점이다. 내겐 필요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한 물건을 선 순환하게 하여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자원낭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 옷이나, 장난감, 책, 육아 용품들은 수명주기가 짧다. 1~2년이면 금방 아이에게 맞지 않게 되고, 그다음부터는 집에 공간만 차지하게 된다. 멀쩡한 물건을 버리기도 아깝고, 그렇다고 주변에 줄만한 사람도 마땅치 않다. 아이들 용품뿐만 아니라 계절 용품, 취미 용품 등 한동안 사용했지만,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집에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이 집집마다 쌓여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높은 주거비를 고려하면 안 쓰는 물건들로 인한 창고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생각보다 큰 보유비용이 드는 것이다. 어쩌면 집집마다 1억 이상의 창고방을 가지고 있는 셈일 수도 있다. 멀쩡한 물건이 아까워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로 인한 소유 비용이 억대가 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빨리 안 쓰는 물건들은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집의 공간을 넓고 쾌적하게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당근마켓의 중요한 장점은 경제성이다.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기본적인 장점이 있어, 요즘 사람들은 새로운 물건을 살 때 일단 당근마켓부터 검색해 본다고 한다. 포장도 뜯지 않은 새물건부터 몇 번 사용하지 않아 거의 새 거인 물건, 오래 사용하였지만 저렴하게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물건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있다. 물건을 구입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돈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게 불필요한 물건을 팔아 소소하게나마 용돈을 버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https://tv.naver.com/v/21354494

공유경제 강의 : 공유경제가 나아갈 방향 (당근마켓)


2. 당근마켓의 단점


당근마켓으로 물건을 몇 번 사 보았다. 좋은 점도 많았지만, 몇 가지 단점이 보였다.


첫 번째는 시간 약속을 잡는 것이 힘들었다. 상대방과 내가 다 가능한 시간을 잡으려니까 주로 저녁시간이 되었다. 물건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시간에 어디 안 가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고, 물건을 사는 사람 입장에서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물건을 찾으러 가야 했다. 여러 번 시간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을 만나면 화가 날 것 같았다.


두 번째는 물건 운반의 어려움이다. 작은 물건 같은 경우에는 손에 들고 오거나, 차에 싣고 오면 되지만, 큰 가구나 가전제품 같은 경우에는 운반에 애로 사항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책장 같은 것을 당근마켓에서 사면 가격은 몇만 원 안 하니까 저렴하지만, 일반적인 승용차에는 실리지 않으니까 용달차를 불러야 하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내 경우에는 공기정화용 큰 화분 하나를 사려고 한 적이 있었다. 가격은 만원 밖에 안 해서 저렴했지만,  화분 크기가 130cm가 넘어서 차 트렁크에 실리지가 않아서 결국 사지 못했다.


세 번째는 대량 물건 처리의 어려움이다. 이사를 하거나, 집 대청소를 하게 되면 수많은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수십 개도 넘는 물건들을 일일이 사진 찍고 설명 달아서 가격 책정해서 올리고,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응답해야 하는 일이 상당히 번거로울 수 있다. 땡큐마켓의 내 물건 팔기 홈서비스 같은 것이 당근마켓에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https://thankqmarket.co.kr/pickup


3. 당근마켓이 나아갈 방향


당근마켓의 장단점에 기반해서 당근마켓이 나아갈 방향을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 위탁 거래 장소의 확보이다. 시간 약속을 별도로 잡지 않아도 편리한 시간에 물건을 찾아갈 수 있는 위탁 거래 장소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의 빈 공간이나 무인 택배함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배달 차량의 확보이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본인 차에 실거나, 개별 용달차를 불러야 한다. 자가용에 실리지 않는 물건 하나 때문에 개별 용달을 부를 경우 물건값보다 용달 비용이 더 커져, 가구나 큰 가전 같은 부피가 큰 물건의 거래가 용이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당근마켓에서 쿠팡 차량처럼 지역 배달차량을 확보해 물건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표준 요금을 받고 배달을 지원해 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세 번째,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이다. 지금도 당근마켓에는 동네생활이라는 훌륭한 지역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가 있다. 우리 동네에 궁금한 정보를 물어보거나, 같이 취미생활 등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할 수도 있게 되어 있다. 또 동네가게 정보도 활성화되고 있다. 기존에 맘카페가 해왔던 역할들을 이제는 당근마켓이 하고 있다.


https://www.daangn.com/wv/faqs/861


카카오톡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단순히 메시지를 주고받는 톡 기능 위주였다. 지금은 카카오톡 하나로 금융, 교통, 쇼핑 등 다양한 기능으로 무한 확장되고 있다. 당근마켓도 처음에는 지역 기반 중고거래 위주로 시작하였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서 공유차량을 같이 이용하거나, 공유주방을 열거나, 일자리를 공유하는 식으로 지역 기반을 활용해 무한 확장될 수 있다.  앞으로 당근마켓 안에서 의식주 해결이 되는 편리하면서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인 공유경제의 첨단 앱으로 발전해 나가면 좋겠다.


* 공유경제를 활용해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은 [브런치 북] 공유경제로 살아가기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https://brunch.co.kr/brunchbook/sele1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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