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다음은요?”라는 질문이 지겨워지는 이유

팝업을 너무 크게 키워버린 업계의 이야기

by Danny

요즘 마케팅 업계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팝업 다음은 뭐죠?”

새로운 포맷을 찾아야 한다는 조급함이 묻어 있는 질문이지만,
이 말이 매번 제자리만 맴도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어느 순간, ‘팝업’이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것을 걸어버렸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다 보면 기획자의 노하우도, 브랜드의 기대도, 소비자의 반응도 점점 더 비슷한 방식으로 좁혀져 간다.
공간 구조, 동선, 포토존, 포인트 색감, 운영 방식까지 대부분의 요소가 이미 ‘어떤 결과’를 향해 정해진 듯 흘러간다.

문제가 이 포맷이 낡았기 때문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 포맷에 너무 많은 역할을 부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원래 오프라인은 훨씬 더 넓다. 좁아진 것은 현실이 아니라 우리의 언어와 인식이다.



오프라인 마케팅은 원래 복합적인데,
우리는 그중 한 조각만 붙잡고 전체를 설명하려 한다.

브랜드가 지금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타깃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맞는지, 사실 이 질문의 답은 언제나 복합적이다.


어떤 브랜드는 첫 접점이 오프라인일 필요가 없다. 온라인 팝업에서 세계관을 먼저 드러내고, 이후 페스티벌이나 오프라인 이벤트로 확장하는 구조가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또 다른 브랜드는 오프라인보다 디지털이 훨씬 강한 임팩트를 만든다.

앱, 미니 게임, 커뮤니티, 챌린지, AR 체험, 라이브 커머스 등 이런 접점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이 더 강하게 전개되기도 한다.

어떤 브랜드는 오프라인을 하더라도 팝업스토어라는 형태가 맞지 않는다.

장기 플래그십, 레지던시형 브랜드 하우스, 이동형 쇼케이스, 랜드마크 설치물처럼 완전히 다른 형태가 브랜드의 문제를 더 정확히 해결한다.

하지만 우리는 브랜드 과제를 들으면 너무 자연스럽게 “팝업?”을 떠올린다.

여기에서 전략은 이미 절반쯤 틀어진다. 문제가 서로 다른데 해결책이 늘 같은 방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의 지형은 원래 이렇게 넓었다.

장기 플래그십,
레지던시형 브랜드 하우스,
백화점 전면 디스플레이,
도심 랜드마크 설치물,
전시, 시사회·쇼케이스,
페스티벌·컨벤션


각각 완전히 다른 목적과 역할을 가진 전략들이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업계는 이 복잡한 지형을 거의 접어버리듯 축소했다.
그리고 그 위에 “팝업스토어”라는 딱지 하나를 붙여버렸다.

브랜드도, 대행사도, 언론도 오프라인 경험을 설명할 때
모든 것을 ‘팝업’이라는 말로 통일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사고는 급격히 좁아졌다.

언어가 줄면 선택지가 사라지고, 선택지가 사라지면 문제를 해석하는 방법도 단순해진다.


문제가 서로 다른데, 해결책은 하나뿐인 구조

장기 플래그십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단기 팝업으로 축약되고,

대형 전시가 어울리는 브랜드도 3주짜리 임시 공간으로 단순화되고,

상시 매장을 재정비해야 할 순간에도 팝업으로 잠깐 띄우자는 결론이 난다.

문제는 각기 다른데 해결책은 언제나 하나뿐이다.
그러니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해야 할 문제보다 해결 방식이 문제를 잠식한다.

대행사는 ‘팝업 잘하는 회사’로 굳어지고, 브랜드는 그 이상의 요청을 떠올리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은 계속 같은 포맷 안에서 맴돈다.


브랜드는 지금 어떤 접점에서, 어떤 서사로 소비자와 만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어떤 브랜드는 장기 플래그십이 필요하고, 어떤 브랜드는 페스티벌 진출이 더 효과적이다.

어떤 브랜드는 앱을 만들어야 하고, 어떤 브랜드는 게임이 더 잘 맞는다.
어떤 브랜드는 인플루언서 기반의 바이럴이 정답이고, 어떤 브랜드는 전시를 통해 세계관을 드러내야 한다.

접점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데 전략은 단 하나만 남아 있다.


“이번 팝업은 어디에 할까요?”

브랜드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디에 포토존을 만들지, 어떤 규모로 운영할지가 아니다.

정답에 가깝게 움직이려면 지금 어떤 서사를 펼칠지, 그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지,

접점을 넓힐지 모을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어떻게 서로를 당기고 밀어낼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 퍼즐 위에서 팝업이 맡아야 할 역할은 그 후에 결정되는 일이다.



브랜드 경험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요즘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에서 확인하고,
오프라인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온라인에서 소비한다.

앱에서 보고, 숏폼에서 저장하고, 라이브에서 소통하고, 오프라인에서 체류하고, 커뮤니티에서 다시 해석한다.

브랜드 경험은 이제 한 채널에서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여러 접점이 서로를 당기고 밀며 하나의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그 안에서 팝업은 언제든 필요한 곳에 끼워넣을 수 있는 조각일 뿐이다. 전략의 중심축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팝업 다음은요?”라는 질문은 더 이상 방향을 알려주지 못한다

이 질문은 ‘포맷이 고갈되면 새로운 포맷이 등장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포맷이 아니다.

지금 바뀌어야 하는 것은 브랜드 경험을 바라보는 사고의 틀 전체다.

정말 던져야 할 질문은 이쪽에 가깝다.

이 브랜드는 지금 어떤 서사를 만들어야 하는가

그 서사는 어디서 시작되어야 자연스러운가

접점은 퍼져야 하는가, 모여야 하는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어떻게 서로 밀고 당길 것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퍼즐 안에서 팝업이 맡아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팝업은 언제든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도구 하나가 전략 전체를 대신하는 순간 브랜드의 사고는 빠르게 평평해진다.

결국 바뀌어야 하는 것은 포맷이 아니라, 우리가 브랜드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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