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계단] 8화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오른 계단에 처참하게 졌다. 하지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그것들처럼 비로소 내가, 나의 오늘이 보였다.
드디어 여름방학!
버킷리스트 불어난 몸무게 감량을 위해 운동하기'를 실천하기 위해 사라봉 계단을 걸었다.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듯 이내 호흡이 무너졌다.
계단 하나하나는 호기로웠으나 정상 위에 겨우 도착한 내 몸뚱이는 토기로웠다. '토기로움'이란 구토가 치밀어 올라서 체면이고 뭐고 벌러덩 누울 자리를 찾아 누워 겨우 토기를 잠재우는 상태, 뭐 그쯤 될 것이다.
내 앞을 가로질렀던 어르신들이 이 글을 본다면 아주 많이 부끄러운 몸뚱이였다.
호흡을 되찾고 겨우 눈을 뜨니 살랑살랑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토기를 가라앉히느라 자연인인척 누웠던 곳은 운동 기구였다가 망가져 평상 비슷하게 쓰이는듯한 자리였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비루하기 짝이 없는 몸뚱이가 겸연쩍은지 으흠으흠 헛기침을 해댔다. 분명 365일 열심히 산 것 같은데 근육은 다 어디로 간 거지?
치열하게 눈치 싸움하며 생겼다 자신했던 마음속 이두박근은 자세히 들여다보니 상처로 가득했고, 정신력으로 버티며 다져졌다 생각했던 심장은 두 개의 심장은커녕 반쪽자리도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몰랐으니까.
그저 열심히 살았으니 기본적으로 단련된 그 무엇인가는 있는 줄 알았으니까.
구두를 신고 오르내리던 계단은 근육은커녕 그저 굳은살과 신경통만을 키워왔고, 매번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바디 배터리는 저질 체력의 원천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바쁘게 뛰어다닐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눈에 보이는 '퉁퉁 퉁퉁 퉁퉁퉁퉁퉁 뱃사르'가 나 안 보이냐며 두꺼비 표정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열심히 살았고, 바람은 보지 못하였으나 모진 풍파는 분명 수없이 겪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픈 것이라고.
그러니 잠시 호흡이 무너진 것이라고.
그러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시 계단을 오르라고.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계단에 지니 비로소 보이는 나에게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