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 계단,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오징어게임3 D-1

by 광쌤

[작전명:계단] 9화


계단은 묘한 장소다.

다음 층을 향한 물리적 이동이면서, 동시에 마음속 어딘가를 건너는 행위다.

무심한 듯 하루를 두동강 내어 층과 층 사이에 감춰진 그 틈새에서, 종종 지나온 인생을 툭 던져준다.

오늘따라 집까지 올라가는 5층까지의 계단이 한라산 성판악 돌밭길을 걷는듯 유독 발검음이 무겁기만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그 알록달록하면서도 서늘한 그 계단 위를 오르는 참가자들처럼 말이다.


'오징어게임'의 계단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고 끊어져 있었으며,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낯선 게임장이 펼쳐지는 목적지도 이유도 없는 오름 같다. 마치 힘든 날이면 쓰나미처럼 묵직해지는 내 일상과 같달까? 게임 속 참가자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살아남기 위해 오르는 계단은 삶의 피라미드를 오르내리며 살아가는 오늘이었다. 꼭대기는 까마득하고 누군가를 이겨야하는 오늘이 버겁기도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서 어떻게든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알록달록한 계단은 오늘을 위해 내딛는 발걸음이고.


오징어 게임의 계단은 네덜란드의 판화 거장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상승과 하강', '상대성' 등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그의 작품에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삶에서 늘 위로 올라가고 있다고 상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로 올라가려 뼈 빠지게 일합니다. 하지만 결국 한 발짝도 더 멀리,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포기하고 내려가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이 모든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내 인생을 두고 하는 말 같아서 뜨끔했고, 나 또한 오징어게임 참가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56억을 위해 게임에 참여하기엔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은 알지만 녹록치않은 현실로 돌아가기에는 막막한 현실을 알기에 기상송인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을 듣고 일어나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를 들으며 그저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는 모습에 내 자신이 투영되어 괜스레 쓸쓸해 졌다.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하지만 드라마의 결말을 보면 모두 알게 될 것이다. 모두가 원하는 456억은 결국 1명만 차지할 수 있고, 애초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층으로 갈 수 있는 계단은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누구는 죽고, 누구는 통과하고, 누구는 운이 좋았고, 누구는 줄을 잘 서서 각기 다른 곳으로 올라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매일 계단을 오르며 살고 있다는 것도, 하나라도 더 올라야만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습게도 머리숱이 적어지고, 여기저기 고장나기 시작한 이 나이를 먹어서야 겨우 내가 서 있는 계단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르는 것’만이 ‘옳은 것’일까?

계단을 오르는 것만이 제대로 사는 길일까?

남보다 좀 늦게 오른다고 잘못 사는 것일까?


물론 거기에서 완저히 내려오지 못한체 애써 헛기침만 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그리고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나 이만큼은 왔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니까.



내가 사는 삶 속에서의 '오징어게임'을 끝내는 날, 456억 만큼의 보람을 얻고 떠난 뒤 드라마처럼 "다시 게임을 시작하시겠습니까?"라고 딱지맨에게서 제이가 온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만약 다시 계단 위에 서게 된다면 적어도 이번에는 올라야 할 이유를, 나만의 이유를 먼저 묻고 나서야 걸음을 내딛고싶다. 물론 "나는 이 게임을 해봤어요"라고 소리 치더라고, 남들을 제치고 슉슉 나아갈 수 없으리라. 그들 역시 그러할테니까.



그만하고 싶다고 그만둬지는 것도 아닌 인생의 게임판 속에서 구슬도 치고, 이제는 오징어게임 3에서 처럼 '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도 해야한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미션이지만 영희와 철수가 돌리는 줄에 걸리면 가차없이 '잘 가거라' 할테니까 미친듯이 뛸 것이다. 나는 이제껏 그렇게 살아온 셈이니까.


여하튼 오징어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오징어게임3 공개 D-1 계단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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