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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May 16. 2022

성년의 날 선물로 이거 어때요?

큰 아들 금쪽이의 성년의 날을 기념하며

오늘은 우리 집 대표 금쪽이인 큰 아들의 성년의 날이다.


빠른 생일이라 대학교 3학년 때 성년의 날을 맞았던 라떼만 생각하다 놓칠 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아들과의 데이트도 잡았다. 아들이 애인 생기기 전에 실컷 놀아둬야지 조만간 이런 약속은 상상도 못 하겠지?



1984년부터 개정된 민법에 따라 5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성년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그러니까 올해는 2003년생들이 성인이 되는 셈이다.



'성년의 날'이란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하여 지정된 기념일'이라고 한단다. 와우! 내 눈에는 아직 어린이 같고, 철부지 같은 아들한테 책무를 일깨워줘야 한다니. 게다가 성인이라는 부담감을 일깨워 줘야 한다는 생각에 풋- 웃음이 났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성년식은 있었다.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예법 중에서도 가장 앞에 오는 '관(冠)'의 예라는 것은 한 사람의 성장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시작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려와 조선 왕조에서는 왕위를 이을 왕세자의 성년식이 국가와 왕실의 중요한 의식 중 하나이기도 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이는 <숙종실록>에도 잘 나와 있다.


내가 생각건대 관례(冠禮)란 예(禮)의 시작으로 장차 성인(成人)의 도리를 하도록 전하는 것이다. 경훈(經訓)에 고증해 보면, 그 의의가 중대하다. 더구나 주기(主器)) 의 지위에 당하여 관복(冠服)을 갖추는 예를 행하니,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아! 너 세자는 기품이 순수(純粹)하고 체질이 총명(聰明)하여, 어린아이 적부터 준수하고 특출하였다.


금쪽같았던 왕세자의 관례 의식의 날, 숙종은 너무도 기뻤을 것이다. 자신에 이어 적장자에게 왕위를 물려줄 수 있었고, 그 아이가 어엿한 성인이 되어 관례를 치르고 있었으니, 환국으로 얼룩졌던 날들을 잠시 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에  삼가(三加))의 의식을 갖추어 네 몸에 관을 씌우고, 너에게 맑은 술을 내리며 자(字)를 지어주어 아름다운 행사를 이루노라."


여기에서 '삼가'관례(冠禮) 때에 세 번 관을 씌우는 의식으로 초가(初加)에는 입자(笠子)·단령(團嶺)·조아(條兒), 재가(再加)에는 사모(紗帽)·단령·각대(角帶), 삼가(三加)에는 복두(幞頭)·공복(公服)을 착용하게 했다고 한다. 일반인인 경우 상투를 틀고 갓을 씌우거나  쪽을 지어 비녀를 꽂았는 의식과 같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태어나면 짓는 이름과 다른 성년이 될 때 새로 자(字)를 붙여줬다는 것이다.  



세상은 달라졌으니 이름을 바꿔줄 필요도 없고, 상투를 틀어주지는 않아도 된다. 그나저나 아들을 만나면 성년의 날 선물을 사주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요즘 젊은이들은 현금, 스마트 기기 등을 가장 선호한다지만 나는 옛날 사람이고, 내 아들은 향기를 좋아하니까 향수를 하나 사줘야겠다. 물론 술고래 엄마에게 3월부터 전수받고 있는 술도 한 잔 사줘야겠다.

 

더불어 멋진 말을 선물하고 싶지만 아마도 정색할 수도 있으니 브런치에 써놓고 제발 읽어주십사 해야겠다. 아들에게 전할 향수처럼 멋진 말은 불도저 임금님 숙종이 아들에게 관례 날 전한 말로 대신하겠다.



 ‘정밀(精密)하고 전일(專一) 히 하는 것’은 마음을 갖는 방법이며, ‘효도하고 공손한 것’은 인(仁)을 행하는 근본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부지런히 노력하여 날마다 새롭게 하고 새롭게 하면 요순(堯舜)과 같은 성인도 또한 기대하며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장경(莊敬)함이 조금이라도 해이해지면 일 욕(逸欲)이 쉽게 생기고, 완호(玩好)를 잠시만 가까이하면 지업(志業)이 점차 퇴보한다. 습관이 천성으로 형성되니 촌음(寸陰)을 아껴라. 너의 어린 뜻을 버리는 것이 바로 오늘에 있다. 너는 부디 노력하고 경계하거라.


어렵다고? 하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라는 말이다. 이놈아!' 하하하...


사실 성년의 날 내가 아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그저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향기로운 사람이 되라는 말이지만.

 이따 보자. 우리 첫째 금쪽이!



다음에 <조선왕조 금쪽이 실록>도 기대해주세요.



실록 내용의 출처

-숙종실록 28권, 숙종 21년 4월 18일 기유 3번째 기사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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