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여고생이었던 내가 어린 동생들의 보호자로 관람하며, 공룡들의 갑툭튀 보다 남동생의 도발에 진땀 뺐던 기억이었고, 2022년 6월 1일에는 아들 셋의 보호자가 되어 스릴과 공포보다는 레전드들의 귀환에 애틋한 마음이 샘솟았던 시간이 끝이 난 셈이다. 이제 나는 30여 년 동안 함께 해온 쥐라기, 백악기 시대의 공룡 친구들을 보내줘야 한다.
영화 초반 레전드들의 소환에 분주한 스토리는 공룡들의 갑툭튀와 박진감을 기대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게다가 프랑스 영화 '더 스웜' 이후 메뚜기 월드 습격에 몸서리쳤다는 관객들의 평도 많다. 하기사 그냥 메뚜기도 징그러운데 거대 메뚜기라니, 나올 때마다 손목 안쪽이 간지럽고, 어깨가 바짝 좁아져 뻐근해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 또한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 대활약했던 티라노나 블루의 활약을 기대했던 관객들의 로망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쥬라기 월드 세 번째 이야기는 인간과 공룡의 공존하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크기도 다르고, 식성도 가지각색인 공룡들과 함께 사는 것은 상상한 그대로 쉽지 않았다. 비명과 사고는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공존의 이유는 모두 인간이 만든 일이었다.
전시용, 군용으로 이용하려는 인간들의 욕심으로, 유전자 합성 돌연변이를 만들었고, 공룡 월드 이슬라 누블라 섬 역시 파괴시켰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또다시 욕심을 부린 것 역시 인간이었다. 유전자 조작을 시도하며 자꾸만 괴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기계로 공룡을 조정하려고 하는 조물주 역할도 하려다 보니 세상은 공존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저 파괴와 멸망의 길로 갈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공룡들의 폭주는 어느 누구도 막을 자격이 없어 보였고, 그저 도시 위를 달리며, 오토바이를 쫓는 두 발로 달리는 무리가 신기하고 기특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실험용 동물이 되어야 하고, 불빛 하나에 무기가 되어야 하는 공룡들은 이상하리만치 주인공들을 물지 않고, 빌런들만 처단하고 있었다. 더불어 눈을 보며 소통이 되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쥬라기 시리즈의 마스코트 블루 역시 오웬과의 교감에 성공한듯한 엔딩이었으니까 말이다.
"공룡가 약속했다고?"
"공룡을 업고 있는 거야?"
말콤 박사의 코믹스러운 대사는 생각보다 줄곧 의심해왔던 공존과 교감에 대한 질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믿을 수 없고, 당연하지 않은 사실들이 영화 마지막에 펼쳐지는 다큐멘터리 안에 맘껏 들어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공존'이라는 단어를 포함하여 공룡 세계는 우리 세계와 많이 닮아 있다.
세상에서 존재하는 가장 큰 육식 동물 기가노토사우루스는 위풍당당 최강 포식자지만 테리지노사우르스와 렉시의 이이제이(以夷制夷)에 맥없이 쓰러지듯...
믿음에는 보답하는 눈빛 인사를 보내듯...
과한 욕심에는 늘 파멸이 따름을 보여주듯...
"공룡을 보면 인간이 보입니다."
수억 년 전 생물들의 생태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들의 생존 공식에 머릿속에서는 댕댕 종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