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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Aug 10. 2022

빵점 엄마는 헬리콥터 맘도 존경스럽다

명종실록 & 문정왕후

여름방학 막바지, 아이들은 잠만보가 되었다. 

밤에는 밤 고양이가 되어 야옹야옹 낄낄거리고 놀고 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플로깅을 해도 될 정도로 난장판이기에 어깨에는 언제나 잔소리 박격포를 장착한 후 현관문을 열어야 한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서서히 줄어드는 것 같다. 특히 워킹맘인 나는 여러모로 빵점 엄마임에는 틀림이 없다. 생각해보면 잘난 직장 다니느라 입학식 한 번을 못 가봤고, 엄마들 모임이며 아이들 픽업 한번 다녀본 적이 없다. 그리고 주말이면 힘들다는 핑계로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늦잠을 자곤 했는데 내 미니미 아들들은 그런 나의 게으름을 그대로 배우고 말았다.


'내가 좀 더 독해야 하나?'

'싫다고 해도 억지로라도 학원을 보내야 하나?'

'스케줄을 짜주고, 조금 더 계획적으로 살게 해야 하나?'


답답한 마음에 <조선왕조실록>의  독한 엄마 문정왕후를 만나봤다.



이미지 출처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인종.명종실록


중종의 세 번째 정비(正妃) 문정왕후는 35세의 나이에 명종을 낳았고, '인종'을 독살했다는 의혹을 한 몸에 받으면서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앉힌 인물이다. 무수히 많은 썰들과 실록의 기록은 모조리 그녀의 편이 아니기도 하다. 명종 역시 무서운 어머니의 눈치를 자주 봤고, 8년 동안 수렴청정을 하며 아들을 함부로 대했다. 탁월한 정치 감각과 카리스마로 정치를 장악한 강한 어머니는 나름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었다. 하지만 <명종실록>에 남은 아들의 기록은 무채색의 업적에 얼룩진 눈물뿐이었다. 

그녀도 분명 어머니 었기에 경우 왕위에 앉힌 아들이 강하고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앞서서 아들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던 '헬리콥터 맘' 문정왕후는 65세에 눈을 감으며,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들이 실수를 해도 참고 기다려 줄걸....'

'그때 내가 다 해주는 게 아니었어...'

'어쩌면 다 나를 위해서였는지도 몰라.'




문정왕후에 대한 평가는 다소 독박을 쓴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아들 '명종'에 대한 부분만큼은 아쉬운 점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다 아들을 위해서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들을 위해 뭐든지 했을 것이고, 강한 왕권을 위해 잔당 세력이 남지 않게 혹독한 옥사로 이어갔을 것이다.


어린 성종을 대신하여 수렴청정을 했던 정희왕후처럼 모범적인 왕이 되게끔 든든한 수렴이 되어주었다면  명종은 적어도 눈물을 흘리다 실록을 마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따뜻하게 안아주고 기다려주는 엄마였다면 그래도 조금은 단단하고 굳센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이의 성장은 엄마의 탓만은 아니다. 엄마가 아무리 신사임당이라고 하여도, 아이들이 율곡 이이가 되는 것은 아니기도 하다. 많은 환경들이 모이고 모여, 아이를 만들고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문정왕후는 적어도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든 사람이다. 나 같은 빵점 엄마가 비난할 자격은 없으나, 적어도 나는 아이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되도록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적어도 내 아이들은 엄마를 원망하며 울지는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내며, 밝고 명랑하게 살고 있으니...

그래도 빵점은 아니지 않나 싶은데...


10점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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