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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Jun 11. 2022

욕망 덩어리 금쪽이들 in 태조·정종실록

박시백 조선왕조실록 2권  <역사라면>


이번 주는 '역사라면'에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권 스터디를 했다.


태조실록과 정종실록이 합쳐져 있는 2권 속에는 유독 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그들 중 상당수는 교과서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문(文) 또는 무(武) 쪽에서 명성을 날렸던 쟁쟁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키려다가, 차지하려다가, 버티려다가' 죽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으로 요약할 수도 있다.


[2권  태조·정종실록 편 줄거리]

출처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권


이번 편 줄거리로 각 장에 선봉장 격인 제목들을 엮어서 시 한 수를 띄워본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 절개를 지킨 사람들 / 공을 세운 사람들 / 비극의 씨앗, 세자 책봉 / 왕씨들의 비극 / 태조의 리더십 /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다 / 정도전이 꿈꾼 나라 / 이방원과 하륜의 결합 / 명나라의 압박 / 다시 요동으로 / 위기는 곧 기회 / 기록과 진실 / 길고 긴 하룻밤 / 무욕의 처세 / 실권자 이방원 / 2차 왕자의 난 / 방원, 드디어 왕이 되다                                                                        - 박시백 조선왕조실록 2권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풍경은

절개를 지킨 사람들

공을 세운 사람들의 희비 교차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반목으로 서늘하다


기어이 막내를 선택한

비극의 씨앗, 세자 책봉

왕씨들의 비극으로 먹구름이

드리운 조선은

태조의 리더십으로

기어이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다


정도전이 꿈꾼 나라

이방원과 하륜의 결합, 명나라의 압박으로

갈 길을 잃어가고,

다시 요동으로 향하는 불꽃과

위기는 곧 기회로 삼아버리는

방원의 투지의 칼이 맞물려

길고 긴 하룻밤 사이

모두 헛일이 돼버리고

기록과 진실 사이의 괴리는 깊기만 하다


정종의 무욕의 치세

2차 왕자의 난으로

걸림돌을 모두 제거하니

방원, 드디어 왕이 되다


[2권 속 금쪽이들]


흥미롭게도 <역사라면> 열혈 스터디 멤버들이 선택한 금쪽이들이 상당히 다양했다.


신중하지 못한 세자 책봉, 이성계

명분보다는 권력 욕심일 뿐, 방원

2차 왕자의 난의 씨앗, 넷째 방간

세자가 된 동생엔 질투, 줄타기도 못하는 방번

꿈과 이상도 좋지만 적을 그리 많이 만들면 안 되지, 정도전

시비 태클 쟁이, 황세손 위한 숙청 쟁이, 명 홍무제

남편 꼬드겨 막내 왕으로 만들려다 일어난 피바람, 신덕왕후 강씨


물론 기록과 진실 사이의 간극은 있겠으나, 적어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쩌면 이리도 금쪽이들 투성이인지 웃음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사람들이기에 기대치가 높은 것도 이유일 것이다. 저마다 실력자들에 금수저 들일 텐데 왜 생각을 저것 밖에 못하냐고 하겠지만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정치 9단, 정치인, 무인 등의 본캐 앞에 따라다는 온갖 '-욕(慾)'들 때문에 절대적인 완벽은 없기 때문이리라.

미래에서 여행 간듯한 천재 정도전, 무모하지만 정치 투쟁 달인인 정치 10단 이방원, 모든 것을 다 이겨내고 500년 정사를 시작한 이성계 등 그들은 계급장 떼고, 타이틀 벗겨내면 그저 인간일 뿐이다. '희로애락 애오욕' 7정이 언제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그냥 인간으로 바라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박시백 선생님이 후기에 남기신 말이 딱인 것 같다.


어느 시대든 과욕은 금물, 순리를 따를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나라가 생겨 흰 백지와도 같았던 시대 아니었던가! 새로 상장한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도박을 하기 위해 달려드는 불나방이었을 것이다.


포은, 가혹하게 살거나 가혹하게 죽거나 나 또한 그대로 되었소.
sbs <육룡이 나르샤> 정도전의 최후

드라마 '육룡의 나르샤'에서 정도전이 남긴 대사도 생각이 난다.


무엇이 진짜 벌어진 일이고, 무엇이 기록된 역사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생사가 다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보다도 갖은 노력을 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것도 인정해 줘야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모두 금쪽이인 것 같다. 그래도 그들은 역사에 획을 그은 금쪽이들이라 급이 다르다는 것.


앞으로의 금쪽이 탐구생활도 기대가 된다. <역사라면>은 보글보글 맛있다.



이미지 출처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권 태조.정종실록, sbs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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