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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Sep 24. 2022

드라마 금수저 등장인물로 생각나는 폐세자들

조선시대 폐위된 왕과 세자들

MBC 드라마 <금수저> 제목만 봐도 느낌이 온다.

뻔하지만 그냥 괜히 궁금해졌다. 공부도 재산도 상위 레벨인 자사고 교실 안, '데스노트'처럼 아이들 머리 위에 둥둥 뜨는 금수저 레벨 표시는 흙수저 만렙인 내가 아들들에게 아주 많이 미안해지던 장면이다. 엄마가 흙수저면 아이들도 저절로 레벨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을 보니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금수저 중에서도 금수저인 주인공 황태용은 대한민국 대표 그룹 재벌 후계자이다.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고,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본 투 비 금수저님이시다. 범접할 수 없는 금수저 만렙 아우라에도 불구하고, 그룹 총수인 아버지 앞에서는 벌벌 떨거나, 유학 시절 트라우마 등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승찬이가 부러워. 적어도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쓰잖아."

자신이 좋아하는 웹툰도 실컷 보고 싶고, 심미안을 자유롭게 표출하며 살고 싶지만 후계자 교육을 받아야 하기에 억눌린 삶은 살아야 하는 태용은 참으로 조선 시대의 세자들을 닮았다. 더더군다나 엄마를 늘 그리워하기에 자주 외로운 모습을 통해 소환되는 인물들이 있었다.


예술을 사랑하고, 자유로웠으며 언제나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연산군과 자신의 많은 것들을 표현하지 못하고 오래도록 눈치를 보며 살았을 광해군도 황태용 같았을 것이다.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신의 다른 생각을 억누르며, 완벽을 갖춰야 했을 사도세자 또한 그렇다. 양녕대군은 어떠한가? 왕이 될 자질이 없어 세자 시절 아주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폐세자의 길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세자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에, 정치적 암투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는 고된 삶이었기에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드라마 <금수저>처럼 마법의 숟가락이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적어도 양녕대군, 사도세자 정도는 사용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질을 차치하고서라도 세자의 삶 자체가 그들을 예민하게 만들고, 패악질을 일삼게 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물론 '운명을 바꾸는 욕망'은 금수저보다는 흙수저 인생에게 더욱 강하게 일렁일 것이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족보를 주워다 공부하고, 편의점 알바부터 숙제 셔틀까지 돈이 된다면 오기로 참아보는 드라마 속 이승찬처럼 말이다. 돈을 벌어 흙수저 인생에서 벗어나려 악착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금수저' 사용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드라마를 보던 아들들도 부모가 바뀌고 모든 게 다 바뀌는 상황이라고 말해도 "당연히 바꿔야 한다!"는 배은망덕한 말을 서슴없이 뱉는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정말 키워줘봤자다 생각하면서도 물려줄 것이 흙수저뿐인 터라 눈만 몇 번 흘겼다. c


알고 보면 흙수저 만렙까지는 아니어도 조선을 세운 이성계나 왕위 계승 순위에서 밀렸던 이방원 역시 완전 금수저는 아니었다. 지금 실록 공부에서 만나고 있는 <태조실록>의 정도전, <광해군일기>의 이이첨과 같은 인물들도 어쩌면 마법의 금수저의 힘이 필요했던 사람들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동의보감>을 쓴 허준을 비롯하여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했던 인물들은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주제만 달라진 변함없는 계급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각기 다른 방식대로 인생 역전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아등바등 내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야 하기에 오늘도 이를 악물고 살아가고 있다. 흙수저라 속상하지만 금수저라고 하여 무조건적으로 삶이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에 소소하게 안심을 해보며...

출처 : mbc


길을 걸어봐야겠다.

드라마 속에서 박지원 선생이 <연암 일기>를 쓸 때 사용했던 붓을 파는 할머니에게서 금수저 혹은 은수저라도 사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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