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소중했던 사람이 생긴 적도 있었고, 상실감과 깊은 슬픔에 빠져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일 년의 끌자락에 서면 항상 평소에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제 지난 1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수많은 일화와 사건이 일어난 시간이겠지만 핵심은 하나입니다.
올해 1년 작년보다 잘 살았을까?
잘 살았냐는 질문이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은 다른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는 답변을 내놓을 겁니다. 매 순간 내가 최선을 다했나는 질문이기 때문이니까요.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내 지난 1년은 일에 사랑에 가족에 관계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한 1년이었을까?
누구보다 나를 채찍질하며 결과를 위해 달려 나가는 사람이지만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살아가다 보니 저는 과정 지향주의인 사람보다 결과 지향주의 사람에 가까웠습니다. 적어도 저를 대상으로 성과를 판단할 때는 더더욱이요. 그러다 보니 안 좋은 습관이 있습니다. 제 판단상 안 될 거 같은 프로젝트에 열정이 생기지 않는 겁니다. 열정이 없으니 의지도 사라지고 그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됩니다.
회사 모두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저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건 전혀 좋은 영향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이 안 좋은 습관은 고쳐질 기미가 없습니다.
매일 출근 전, 한 번 두 번 마음을 다잡으며 적어도 최선을 다하고, 진심으로 살아가자고 외치지만 막상 내 이상과 다른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회사를 보고 있으면 노력 하나 없이 안될 거라며 외치는 한심한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항상 경계해온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될 거야.
좋은 선택을 하는 건 분명 현명한 선택이지만 보통 뭐가 좋은 선택인지 모르기 때문이니까요.
이런 갈림길이 왔을 때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할 것입니다.
저 역시 많은 고민을 한 후 이런 답변을 냈습니다. 답변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작년보다 나은 삶을 살 것인가?
제가 이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남는 것이고, 최선을 다할 수 없다면 다른 곳으로 떠나 내 가치를 높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거겠죠.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이카루스의 날개 일화의 유명한 격언입니다.
그 삶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이카루스는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살다가 사라졌을 것입니다. 이카루스가 날았던 그 순간에 그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날아올랐으며 모두가 그를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봤겠죠.
그가 떨어지자 사람들을 그를 비웃음에 대상으로 봤지만 중요한 건 그들은 이카루스가 날아오르는데도 떨어지는데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