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프게

가슴통증으로 응급실에 가다

by 몽이맘

어제 낮부터 가슴이 아팠다. 강아지 산책할 때부터 가슴이 아파 금세 들어왔다. 강아지들은 오랜만에 나온 산책을 더 하고 싶은 눈치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제 따라 콩이가 더 안 따라오고 몽이는 줄을 더 당긴다.

"콩! 그만해."

콩은 냄새를 더 맡고 싶은지 엉덩이를 쭉 빼고 뒷다리에 힘을 준다.

"콩 그만 집에 가자. 바람 분다."

콩은 어르고 달래서 집으로 데려왔다. 가슴이 아픈 게 더 심해졌다. 잠시 식탁에 앉아 쉬니 좀 덜하다. 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아 그런가 생각이 들었다.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른 점심도 아니다. 1시가 넘었다.

남은 나물을 넣고 비빔밥을 해 먹었다. 통증이 덜했다. 등과 어깨는 여전히 뻐근하지만 가슴은 덜 아프다. 3시 반에 약속이 있어 3시에 집을 나섰다. 강아지도 없고 내가 가고 싶은 속도로 걸어가니 많이 아프지 않았다.

가서도 앉아있고 올 때도 천천히 걸어오니 거의 통증이 사라졌다.


6시 무렵 운동을 가려고 옷을 갈아입었다. 속옷을 입고 나니 가슴이 살살 아파온다. 거울로 상처나 멍이 들었는지 살펴보았다. 다친 적도 없지만 혹시나 해서 뭔가 나지는 않았는지 보았는데 겉으로는 멀쩡했다.

헬스장에서 기구가 있는 3층에서 레슨을 받을 생각이었다. 먼저 몸을 풀기 위해 러닝머신 위에 올라갔는데 가슴이 살살 아파왔다. 운동을 더 하면 큰일 날 것 같았다. 그래도 샤워는 해야겠기에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간신히 샤워를 끝내고 바로 병원에 가보려고 했다. 남편도 출장 가고 집에도 아무도 없어 밤늦게 아프면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 복잡했다.

"카드가 없는데. 집에 가서 가지고 가야겠다. 간 김에 개들 약도 주고."


내가 아무래도 덜 아픈 것 같다. 개 약 걱정도 하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새댁을 만나 강아지 이야기도 했다. 말도 하고 살살 움직이니 좀 덜 아프다. 병원에 가지 말까 응급실 가려면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데 춥기도 하고.

또 시작이다. 몇 년 전에도 이렇게 망설이다 큰일 날 뻔했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나를 자책한다.

"지금 가야 해!"

요로결석으로 밤새 아픈 걸 참고 아침에 병원 가서 기절했다. 의사가 조금만 늦으면 큰 수술할 뻔했다고 미련하다고 혼이 났다. 맹장염일 때도 응급실 가기 싫어 망설이다 병을 키웠다. 이렇게 병을 키울 때는 집에 아무도 없었다. 아이들도 일이 있고 남편은 출장 중이었다.

이번에도 남편은 출장이고 아이들에 서울로 대전으로 학교를 다녀 집에는 말 못 하는 강아지 두 마리뿐이다. 119에 전화할 사람도 없다.


"가자. 엄마 다녀올게. 집 잘 보고 있어."

같이 나가려는 몽에게 중문을 닫으면 인사했다. 몽을 두 발로 서서 왕왕 짖는다. 콩을 맛있는 거 다 먹고 관심도 없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새댁을 다시 만났다.

"머리 덜 말리면 춥지 않나요?"

"괜찮아요. 곱슬이라 머리밑에 공기층이 생겨요. 옷도 두껍고요."

그러면서 빨간 패딩을 들어 보인다.

"네. 그렇군요. 강아지들은 산책을 안 가나 봐요."

"추워서 기침을 하네요. 요즘에는 낮에 산책해요."

그러는 동안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내려오고 화단을 돌아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마스크!"

마스크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입원실이 있는 병원에는 마스크를 꼭 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올라가니 몽이 난리가 나고 자던 콩도 어슬렁어슬렁 다가온다. 신발 신은 채로 마스크를 가지고 나왔다.

몽이 짖는 소리를 뒤로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8시가 넘고 많이 캄캄했다.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과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는 전 정류장을 지났다고 알림이 뜨고 버스를 탔다. 추워지니 가슴이 더 아프다. 속옷도 입지 않았는데 입은 것처럼 아프다.


응급실에 도착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하니 피검사, 엑스레이, 심전도, 소변검사를 했다. 결과가 나오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동안 수액을 맞으며 기다리라고 했다. 혹시 모를 처치를 위해 수액용 바늘을 굵다고 했다. 피검사용 바늘과 수액용 바늘로 양쪽 팔꿈치 안쪽에 구멍이 났다.

진통제를 맞고 30분쯤 지나니 덜 아프다. 진통제가 좋긴 좋다. 아프다는 걸 남편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다. 출장 간 사람에게 아프다고 하면 신경만 쓰이고 당장 올 수도 없기 때문이다.


"피검사도 깨끗하고 폐나 심장도 문제가 없어요. 신경성인 것 같아요."

의사가 말한다. 신경성이라니 신경을 써도 가슴이 이렇게 아플 수 있는 건지. 의사는 스트레스 좀 줄이고 쉬면 나아진다고 한다. 약 먹어보고 계속 아프면 내과로 가라고 한다.


"뭐 해?"

남편이 전화 왔다. 갑자기 울컥했다. 혼자서 병원온 게 속상했다. 남편에게 텔레파시가 통했나 생각이 들었다.

"병원이야. 응급실."

"왜?"

남편이 엄청나게 놀란 눈치다.

"가슴이 아파서 왔는데 신경성이래. 맞던 수액만 맞고 집에 가려고. 걱정하지 마."

"다행이네. 내일 올 수 있나?"

오늘 남편이 간 서울로 가기로 했다. 아들의 자취방도 알아보고 오랜만에 아들과 서울서 같이 밥도 먹기로 했다.

"갈 수 있어. 큰일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머릿속에 쓴 시나리오는 사라졌다. 큰 병이어서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하면 언니를 불러야 하나 시누이를 불러야 하나 부모님은 얼마나 놀랄까 혼자 온갖 시나리오를 썼다.


집으로 오는 길에 언니와 동생에게도 병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아픈 거라고 하니 엄마집 전세 때문에 내가 아픈 게 아닌가 걱정했다. 내가 예민한 거지 그런 일은 스트레스가 아니다. 그래도 검사해서 별 탈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밤에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 걱정해 주는 동생과 언니를 보니 아직은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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