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1박 2일 #여행
목요일에 서울로 가서 금요일에 집으로 왔다. 목요일 오후에 집을 떠나 금요일 오후에 왔기 때문에 정확히 30시간 정도 집을 비웠다. 개를 키우면서 개만 두고 만 하루를 비울 때는 거의 없었다.
아이들에 어릴 적에는 누군가 집에 있었고 가족들이 모두 갈 때는 강아지들을 데리고 갔다. 같이 가는 장소는 동생네 집이 전부이지만. 멀리 갈 때는 부모님 집에 개들을 데려다준다.
아이들이 크고 집을 떠나고 아이들 때문에 대전이나 서울로 갈 일이 종종 생긴다. 자취방을 계약한다든지 중요한 발표가 있다든지 입학이나 졸업을 할 때도 가야 한다. 부모님이 꼭 가야 할 경우도 있어 남편과 같이 움직이기도 한다.
갈 때마다 강아지들을 부모님 집에 데려다줄 수는 없다. 부모님도 탄이라는 푸들이 있어 세 마리를 돌보는 것도 힘들고 운전하기도 여의찮아 지하철을 타고 데려다줘 야한다. 특히 몽이는 나가기만 하면 짖어 지하철을 한 번도 타지 못했다.
작년부터 강아지들을 두고 외출을 하기 시작했다. 제사나 행사가 있으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때는 이틀 치 사료와 물 대형 패드를 깔아놓고 나간다. 물도 여러 군데 놓아 혹시나 쏟아버릴 때를 대비한다. 물그릇은 무거운 사기나 스탠그릇에 담아둔다. 몽이 발로 물그릇을 툭툭 칠 때가 있다. 콩이는 밥을 몰라도 물을 없으면 난리가 난다. 밤에도 물을 달라고 짖는다. 콩이 낮에는 밥도 물도 먹지 않고 밤에는 먹는 습관이 있다.
작년에도 남편이 서울로 출장을 간다고 했다. 괜찮은 호텔을 잡았다고 하며 마지막날 전날 와서 자고 다음날에는 혼자 여행하고 같이 내려오는 스케줄이었다. 호텔이 서대문역 근처여서 궁궐이나 박물관 다니기에 적당하다. 서울을 몇 번 다녀왔지만 궁궐은 거의 가지 못했다.
작년에는 혼자 다니기도 무섭고 남편이 일찍 마쳐 궁궐에 가지 못했다. 올해는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전날에는 덕수궁을 갔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 배도 꺼줄 겸 걷기로 했는데 갑자기 지도에 덕수궁을 보이자 가고 싶었다.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도 걷고 싶어졌다.
돌담길로 좋고 궁궐도 너무 좋았다. 안경을 쓰지 않아 안내문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집과 정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보람이 있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단체관광 등 오는 사람들을 다양했지만 감탄하는 건 똑같다.
조명도 예쁘고 궁궐이 오래된 만큼 오래된 나무도 멋있다. 호텔로 들어가니 강아지 걱정이 되었다.
"집에도 카메라를 설치할까 봐."
"왜?"
"개들이 걱정이 돼서."
걱정을 말로 하면 걱정이 더해진다.
남편과 말을 하다 말문을 닫았다. 잘 지내겠지. 우리 엄마가 오늘은 늦네 생각하면 자고 있겠지. 개들이 어릴 적에는 잠귀도 밝고 몸도 잽쌌다. 늦게라도 현관으로 들어오면 미리 대기했는데 요즘에는 현관에 들어온 사람이 불러야 온다. 몽을 휘청거리면 오기나 하지 콩은 제자리에서 꼬리만 친다.
회사를 다닐 때도 밤 2-3시까지 야근할 때도 있었다. 그때도 엄마를 찾지 않고 잘 잔다. 늦게 들어오는 거와 안 들어오는 건 다른다고 딸내미가 말하지만 개도 나도 이제 적응해야 한다. 아직도 십 년 넘게 같이 살아야 하는데 매번 어디다 맡기는 것도 어렵고 부모님도 그때까지 살아계실지 의문이다.
애들도 집이 아닌 다른 데 가는 것도 스트레스일 것 같다.
아침이 되고 식사를 하면서 강아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남편에게 말하면 괜한 걱정이라고 핀잔을 주겠지만 밥이나 먹었는지 물을 부족하지 않는지 머릿속에 집 그림이 저절로 그려진다.
몽이가 달려오고 장난감을 가져다주고
콩이가 발라당 하며 긁어달라고 배를 드러내고
간식이 든 장을 바라보고
발바닥을 핥아주고
밥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할머니 단체 관광객들이 시끄러워 강아지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남편을 출근하고 나는 계획한 대로 아들의 집을 알아보러 나왔다. 눈이 조금 내린다. 첫눈이라고 매스컴에서 난리다. 수능이 끝나 이벤트를 한다는 광고도 많다.
"아들이 집은 담에 알아봐야겠어. 눈 오고 너무 추워."
남편에게 톡을 보내고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는 공원이 보였다.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경희궁이란다.
건물은 수리 중이라 들어가 볼 수 없지만 보기에도 멋졌다. 뒤에 있는 공원을 산책하다 고양이를 봤다. 우리 집 강아지들이 생각났다. 이렇게 매섭게 추운 날에는 콩이는 산책을 싫어한다. 콩은 싫어하는 걸 절대 안 하기 때문에 산책하러 나가면 획 돌아서 집으로 간다. 내가 다시 방향을 바꾸면 또 돌아서 집으로 돌아가고 몇 번이나 집으로 가고 싶다는 표현을 한다. 이제 심장병 때문에 이런 날 산책을 하지 않을 거라 콩의 거절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오후가 되니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조금 보인다. 서울 개들은 추위에 익숙한지 신나게 산책한다. 우리 집 개들은 추운 건 질색이다. 특히 눈 오고 얼음 얼면 걷기를 거부한다. 몽도 발바닥에는 털이 없어 찬기운을 잘 느끼는 것 같다.
금요일이라 기차가 미리 예약했다. 기다리는 동안 남편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고 아들과 같이 내려왔다. 남편은 일찍 도착하니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한다. 동대구역에서 우리 집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버스가 최고다. 버스가 집 앞에 바로 내린다. 타는 곳도 역 바로 앞이고.
"우리가 십 분 안에 정류장 도착할 수 있을까. 다음 버스는 27분 뒤에 온다는데."
"날아가면 되겠네. 택시 타고 가자."
아들이 말했다.
"일단 나가보고."
남편은 아직 미련을 못 버렸다.
버스는 가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가는 내내 말은 안 했지만 강아지들이 무사한지 걱정이었다. 집으로 도착하고 현관문을 열자 몽이가 달려온다. 두 발로 폴짝폴짝 뛰고 얼굴이며 손이며 마구 핥는다.
절대 꼼짝하지 않는 콩도 나온다. 꼬리가 떨어질 것 같다.
옷도 벗지 않은 채 약을 먹이고 패드를 치운다. 강아지들에게는 일주일 같은 이틀이다. 잘 지내는 걸 보니 안심이지만 미안하기도 했다.
절대 근처로 가지 않던 몽이 아저씨와 밀당 중이다. 헤어진 만큼 친해진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