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바다낚시를 갔다. 첫 낚시를 바다에서 시작한다. 낚시 일정이 잡히고 설레었다. 물고기를 잡는 건 좋아하지만 낚시는 별로였다. 낚시를 하는 동안 기다리는 게 싫었다.
"바다낚시는 기다릴 필요가 없어. 물고기가 정말 잘 올라오거든."
남편이 말했지만 믿지는 않았다. 바닷가에서 좋은 사람들과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만 해도 좋았다.
8시에 출발한다고 해서 집에서 7시 30분에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만나는 장소에서 장을 보고 다른 사람의 차로 같이 출발한다고 한다. 우리는 불판만 챙기면 된다고 해서 미리 장바구니에 넣어 놓았다.
같이 가는 사람은 남편과 고종사촌시숙, 사촌 시동생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시숙과 시동생들과 같이 놀러 다니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되겠지만 30년 가까이 봐온 사람들이고 동생들보다 더 많이 본 사이이다.
"비 온대!"
남편이 전날부터 걱정이다.
"비 오면 못 가는 거야?"
"그런 건 아니고 바람이 불면 배가 안 뜨면 못 가지만 그런 예보는 없어."
다행이다. 처음 가는 낚시인데 취소되면 속상할 것 같다.
몽이랑 콩이도 걱정이다. 강아지들을 두고 1박을 한 적이 거의 없다. 작년에 서울을 다녀올 때도 저녁에 출발해서 아침에 내려와 기껏해야 18시간 정도 집을 비웠다. 매번 어딜 갈 때마다 강아지를 아버지에게 맡길 수도 없고 애들에게 집에 오라고 할 수는 없다. 애들도 적응하고 나도 적응해야 한다.
밥을 두 군데 나눠주고 물을 세 군데 놓았다. 구석구석에 간식도 놓아두고 방문은 다 닫았다. 몽이는 속상하면 침대에 볼일을 보기도 한다.
강아지용 패드도 제일 큰 걸로 두장을 펴 놓았다. 우리 애들은 저 두장으로 4일 정도는 사용할 수 있지만 엄마가 없어 산책을 못하면 2장 정도로 넉넉할 것 같다.
원래 전날 일찍 자고 아침에 강아지 산책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전날 남편 친구가 큰 계약이 되지 않아 속상해하면서 한잔했다. 이 친구가 상심이 심해서 빨리 들어가자고 말할 수 없었다. 2시 넘어 집에 들어오고 늦게 잠들어 7시 정도 깨어났다. 강아지 물품을 놓고 남편 짐도 꾸리고 너무 바빴다. 산책은 갈 수 없었다.
"몽이. 콩이 미안해. 엄마가 오늘은 산책 못 갈 것 같아."
몽이와 콩이는 말을 알아듣는지 못 듣는지 모르지만 꼬리를 친다. 가방을 싸고 내가 분주히 다니니 몽이는 엄마가 어딜 간다는 눈치를 챈다. 다리에 엉겨 따라가겠다는 표현을 한다.
"몽 안돼. 콩이랑 집 잘 보고 있어. 엄마 없다고 너무 짖지 말고!"
몽은 안된다는 말을 알아듣는다. 씩씩대며 들어가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 흐리기는 하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비가 올 것도 같지 않다.
구마고속도로로 가다 창원을 지나 고성을 거쳐 통영으로 간다. 거기서 연화도 가는 배를 탄다고 한다. 고속도로를 올리고 현풍을 지나자 비가 오기 시작한다. 하늘이 컴컴해지고 비가 더 굵어진다.
"비 오네."
덤덤하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비 와도 좌대라 낚시할 수 있어요. 어제는 갈치가 그렇게 많이 올라왔다고 하더라고요."
"뭐든 많이 잡았으면 좋겠어요. 문어도 잡아서 라면도 끓여 먹고."
걱정을 좀 덜긴 했지만 비가 너무 내려가는 것도 운전도 어려웠다. 창원을 지나갈 때는 앞차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창문으로 흘러내리는 빗물만큼이나 또 걱정이 흘러내린다.
"통영에는 비가 오지만 욕지도에는 5미리 정도만 비 온대."
남편이 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비 예보를 보면서 실시간 중계를 한다.
"여기에는 시간당 10미리라고 하는데 한 50미리는 오는 것 같다. 이 예보 믿을 수 있는 건지. 예보마다 다 다르고."
"배가 안 뜬다는 건 없지. 그럼 괜찮아. 앞차는 미등도 안 켜고. 운전을 뭐 저런 식으로 하나."
통영에 가니 빗줄기 점점 가늘어지더니 이내 멈췄다. 낚시방에 가서 미끼와 낚시도구를 사고 삼성항으로 갔다. 연화도 들어가는 배가 거기서 출발한다고 한다. 삼성항으로 가기 전에 꿀빵도 한 박스 샀다. 통영 꿀방을 박스로 산 거는 처음이다. 남편은 어딜 가면 그 동네 유명한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간식은 심하다.
하나씩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있었다. 별로 달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다.
날씨도 개이고 물도 깨끗해서 걱정이 먹구름과 함께 날아갔다. 다른 사람들이 오고 배가 출발했다. 앉는 자리도 있지만 밖에서 구경했다.
날이 개이고 연화도 쪽은 푸른 하늘까지 보인다.
좌대라고 해서 많이 궁금했는데 방이 세 개, 방마다 싱크대와 테이블이 딸려있고 에어컨과 전기난방이 되어 있다. 화장실은 좌대 하나에 화장실이 한 개 있다. 배 위에 집을 지어 놓은 거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배를 타는 것 같다. 멀미가 걱정이었지만 크게 울렁거리지 않아 괜찮았다.
도착하고 다시 비가 온다. 비옷을 입어도 발이 젖었다. 양말까지 다 젖어 벗었지만 축축한 신발은 어쩔 수가 없다, 방은 비에 젖지 않지만 신발을 벗어두는 문 입구는 비가 흘러내린다.
"슬리퍼나 샌들을 신고 올걸."
"미끄러울까 봐 안 신고 왔는데. 형님의 장화가 탐나네."
시숙을 발목장화를 신었다.
눈먼 강아지를 데려온 옆방에는 오자마자 신발과 옷을 갈아입어 너무 편해 보였다. 잠옷 같은 고무줄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에 머리에 쓰는 우산모자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우린 점심 먹고 제대로 해보자."
시숙을 낚싯대를 준비하고 나와 남편은 점심으로 삼겹살과 목살을 구웠다. 시동생은 시숙을 보조했다. 큰어머님이 반찬을 많이 보냈다. 묵은 김치, 햇김치, 장아찌 등을 보냈고 난 동생이 보내준 고추와 장 봐온 마늘은 다듬었다.
밖에서 고기를 굽고 싶었지만 바람이 불어 고기가 익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방에서 고기를 구워 밖에서 데워먹었다. 고기가 너무 맛있었다. 아침도 대충 먹고 차와 배를 타기만 했지만 신경을 많이 써서 출출했다.
"동생은 고깃집 차리면 되겠네."
고기 굽는 솜씨를 칭찬했다. 남편이 고기를 잘 굽기는 했다.
"이 팬에 생선도 구워 먹고 싶은데."
고기를 많이 잡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바닷가 옆방에도 낚싯대를 내렸지만 물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우리가 가운데 방인데 하나는 바닷가, 하나는 섬 쪽이다. 바닷가 방은 자매가 남편과 어머니를 모시고 왔고 섬 쪽에는 형제간의 가족들이 왔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세명이다.
"잡았다!"
바닷가 옆방에서 소리쳤다. 전갱이다. 살아있는 전갱이는 완벽한 물고기다. 반짝이는 비늘에 선명한 지느러미 어디 하나 빠질 데가 없는 물고기다.
"왔다!"
시숙이 낚싯대를 잡아챘다. 줄을 따라 올라오는 전갱이를 보니 기분까지 좋다.
시동생과 남편이 한 마리씩 잡고 내 낚싯대는 조용했다. 비가 양동이로 쏟아 붓는 것 같은 날씨에 낚시가 된다는 게 신기했지만 여기저기 올라오는 전갱이를 보니 샘이 났다.
"제수씨가 오늘 많이 잡아야 하는데."
시숙이 말한다.
"처음 오면 첫 끗발이라고 잘 잡히는데."
시동생도 거든다.
"어복이 있는지 알 수 있겠네."
남편도 한마디 하지만 물고기는 소식도 없다.
"비가 좀 그치면 본격적으로 해 봅시다. 일단 한 잔 마시고."
남자 셋은 탁자에 자리 잡고 본격적인 술판이다. 내 낚싯대는 미끼만 사라지고 물고기는 올라오지 않는다. 수시로 확인하지만 약은 물고기는 약만 올린다. 비가 좀 그칠 때까지 방에서 쉬었다.
저녁까지 비가 오다 그치기 시작한다.
해는 지고 반원 같은 무지개가 선명하다. 저렇게 큰 무지개를 본 게 언제 적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평화로운 정경이다.
비도 그치고 물고기도 그친다. 물고기를 잡았다는 말이 어디에도 들리지 않았다. 전날 갈치를 백여 마리씩 잡아갔다는 말이 전설같이 들린다. 갈치는 무슨 멸치도 보이지 않는다.
옆방 눈이 보이지 않는 강아지를 보니 우리 집 애들이 생각났다. 해가 지면 엄마다 들어올 텐데 목이 빠지게 기다릴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렇지만 강아지나 나나 적응해야 한다. 우리 애들이 멀리 가서 공부하기 때문에 이제 집을 비울 일이 많을 거고 남편도 본격적인 시즌이 되면 출장도 잦을 텐데 집을 비울 일이 많아질 것이다.
내가 강아지와 분리불안인지 강아지들이 나와 분리불안인지.
"네가 몽이랑 분리불안이다."
남편이 늘 나에게 하는 말이다.
13살이라는 옆방 강아지는 당뇨 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혼자 둘 수가 없다고 데리고 왔는데 잘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엄마는 귀신같이 안다고 언니라는 분이 말한다.
우리 콩이도 지 언니는 귀신같이 아는데 나이는 더 많아도 더 건강한 콩이 자랑스럽다.
해가 다 넘어가고 사방이 캄캄하다. 섬에 있는 가로등과 건너편 좌대, 어선의 불빛만이 바다를 밝힌다. 날씨만 좋으면 별이 쏟아진다고 하는데 별구경을 글렀다. 긴팔에 긴바지라 벌레 걱정은 안 했는데 발목과 발을 집중적으로 모기가 공격했다.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퉁퉁 부었다. 가렵기는 또 얼마나 가려운지. 섬모기는 정말 대단하다.
초저녁에 잡은 문어를 삶아 저녁으로 문어숙회와 라면을 먹었다. 옆방의 할머니에게 조금 나눠주었다. 탱탱한 문어가 칼로 자를 때마다 튕겼다. 쫄깃한 문어는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다.
문어 삶은 물에 라면을 넣어 저녁을 해결했다. 그동안 전갱이는 몇 마리 잡히고 나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밤이 되자 비가 쏟아졌다. 반주까지 한 남자들은 방안에 누웠고 나는 낚싯대만 쳐다 보았다. 낚싯대 끝이 살짝 흔들리고 쑥 내려간다.
"제수씨. 잡아당겨. 잡혔어."
드디어 내가 잡은 전갱이가 나왔다.
남편과 시동생은 자고 시숙을 갈치를 잡는다며 반대편으로 갔다. 내가 낚싯대를 4개나 봤는데 남편과 내 낚싯대가 연신 흔들렸다. 남편 물고기를 떼고 나면 내 낚싯대가 흔들리고 미끼를 끼우자마자 바로 잡혔다. 한 시간 남짓 10마리 정도 잡은 것 같다. 사람들이 왜 바다낚시를 하는지 알겠다.
"갈치 잡았어."
시숙이 팔랑거리는 갈치를 들어 보였다.
갈치는 너무 예뻤다. 긴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레이스처럼 흔들리고 반짝이는 비늘이 어떤 보석보다 빛났다. 날카로운 이빨과 매서운 눈은 나중에 들어왔다. 3 지라고 손가락 세 개 정도 굵기다.
"오늘 횟감이다."
갈치회는 잡는 자리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갈치는 성질도 급하고 같이 넣어 놓으면 서로를 잡아먹는 습성이 있어 오래 보관할 수 없다고 한다.
밤이 깊어지자 시숙은 자러 가고 시동생과 남편이 나왔다. 전갱이는 자러 갔는지 더 이상 잡히지 않는다. 멸치 떼가 나타나고 아기 같은 날치가 멸치 떼와 같이 다닌다. 날치 작은 건 꼭 나방 같았다. 물에서 헤엄치는 나방.
갑오징어가 옆지느러미를 흔들며 등장했다가
오징어가 휙 나타났다 사라진다.
멸치 떼를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모였다 흩어지고 다시 모이고 옮겨 다닌다. 멸치멍은 물멍 불멍보다 멍 때리기 최적이다.
낚시는 뒷전이고 멸치 떼만 보고 있다.
"잠자리 채로 멸치를 싹 걷고 싶어."
옆방의 동생이 말한다.
"멸치가 그렇다고 잡히나. 도망가지. 물고기도 머리가 있다고."
어쩜 나와 생각이 똑같은지.
나도 그물 같은 걸로 멸치를 잡고 싶었다. 우리 방 앞에 멸치 떼가 유독 많다. 등이 있어 불빛을 보고 온다고 한다. 멸치 떼 아래로 전갱이와 다른 물고기 나타났다. 고등어다. 고등어는 등 푸른 생선이 그냥 말은 아니다. 푸르스름한 고등어가 떼로 나타나 빠르게 다닌다.
"빨리 낚싯대 던져!"
사방에서 낚싯대를 채비하느라 바쁘다.
모든 낚싯대가 고등어를 향했지만 무는 고등어는 거의 없다. 시동생이 한 마리 잡고 각 방마다 두세 마리 잡는 게 끝이다. 고등어의 씨알도 굵고 무리도 큰데 놀기만 하고 먹는 데는 관심이 없다. 몇 번이나 낚싯대를 던졌지만 고등어는 비켜갈 뿐 물지는 않는다.
"쟤들은 관상어야. 관상용 고등어."
"그런가 봐. 어디서 밥 많이 먹고 놀러 나온 거지. 어제 갈치 잡을 때 떡밥을 배불리 먹었나 봐."
"관상용이라 그런지 관상하긴 정말 좋네. 빠르기도 하고. 푸르스럼한 색도 특이하고. 전갱이가 물고기의 표준체형이라고 생각했는데 고등어가 표준이네. 정말 예뻐."
"수족관에 넣고 키우고 싶다."
"관상용 고등어 키우고 싶다고! 수족관이 정말 커야할텐테."
고등어는 한 시간 남짓 눈요기를 시키고 유유히 사라졌다. 남은 전갱이를 끼워 반대편으로 갔다. 전갱이는 잡히지 않고 아무거나 잡고 싶었다. 잡고 싶었다기보다 낚시한다는 핑계로 자리돔 떼를 구경하고 싶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자리돔만 보고 있다 남편이 소리쳤다.
"왔다."
남편은 낚싯대를 들어 올린다.
손가락 한 개보다 좀 더 굵은 갈치다. 루어낚시라고 가짜미끼를 끼워하는 건데 남편도 처음이었다. 팔랑거리는 갈치가 올라왔다. 작아서 놓아주었다. 잠시 후 남편이 또 소리쳤다.
"왔다. 이번은 좀 더 큰 것 같아. 무거워."
수면까지 갈치가 올라왔다. 옆구리에 바늘이 걸렸다. 갈치가 몇 번 퍼드득거리니 툭 떨어졌다.
"아깝다. 이번에는 먹을 만했는데."
갑자기 내 낚싯대가 흔들거린다. 전갱이와 비교와 안될 정도로 힘이 세다. 낚싯대가 휘어질 만큼 겨우 올리다가 갑자기 가벼워진다. 바늘이 하나 사라졌다. 내 낚시 바늘을 물고 간 갈치가 불쌍하다. 바늘이 걸린 채로 살아야 하다니.
"이건 전갱이용 낚싯대라 갈치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다."
미끼를 끼우고 다시 낚싯대를 던졌다. 반대편은 불빛이 얼굴 쪽으로 향해 눈이 부셨다. 고개를 들지 않고 물만 보게 된다.
자리돔 떼는 멸치 떼와는 또 다르다. 천천히 움직이고 개별 자리돔의 형태가 보이기도 한다. 색도 진해서 멀리서 보면 검은 괴물이 같기도 하다.
낚싯대가 흔들리고 다시 들어 올렸다. 드디어 내가 잡은 갈치와 마주했다. 갈치의 주둥이는 정말 날카롭다. 힘도 세고 많이 퍼드덕거려 내가 갈치를 뗄 수가 없다. 남편이 갈치를 통에 놓고 한참 더 물고기를 구경하다 잠이 들었다.
자면서도 물고기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재미난 체험을 한 1박 2일이다. 다음에는 배낚시를 가자고 약속하며 헤어졌다.